스파이더맨·배트맨·로보캅… 내가 알던 그 영웅이 아니네?

하경헌 기자

할리우드, 설정 같고 이야기는 다른 ‘리부트’ 영화 제작 잇따라

다음달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고질라>는 거대한 괴수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고질라>와 설정이 같다. 하지만 괴수의 크기나 모습, 그리고 미국 뉴욕을 산산조각내는 과정은 전혀 다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선 ‘스파이더맨’의 상징 격인 배우 토비 맥과이어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앤드루 가필드가 새롭게 연기하는 스파이더맨은 예전 스파이더맨과 탄생 과정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성격의 영웅이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슈퍼 히어로 영화를 중심으로 ‘리부트(Reboot)’ 열풍이 거세다. ‘리부트’는 원래 컴퓨터의 전원을 다시 켠다는 의미였지만 영화적으로 확장되면서 원전의 이야기를 모두 초기화한 후 설정만 같은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일이 됐다. 감독과 배우뿐 아니라 줄거리와 갈등관계, 등장인물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리메이크(Remake)’나 ‘리바이벌(Revival)’과 구분된다.

리부트의 개념이 확실하게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배트맨> 시리즈의 리부트 작품인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흥행하면서부터다. 팀 버튼 감독이 1989년 처음 만든 <배트맨> 시리즈는 1997년 개봉한 4편 <배트맨과 로빈>에 이르러 상상력과 전개의 허술함을 노출하며 팬들의 실망을 샀다. 결국 지휘봉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에게 넘어갔고 그는 모든 줄거리를 원점으로 돌려 배트맨의 탄생을 다룬 <배트맨 비긴즈>(2005)를 만들었다.

가볍고 우스꽝스럽기도 했던 원전 <배트맨>의 인물들은 놀런 감독의 손을 통해 무게감 있게 바뀌었다. 악당에게 부모를 잃은 ‘배트맨’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의 분위기는 어두워졌고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반복되는 갈등과 고뇌는 깊어졌다. 이 시리즈는 이후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이어지며 리부트의 훌륭한 사례로 자리잡았다.

<어메이징 슈파이더맨2>·<로보캅>·<닌자 터틀>·<프랑켄슈타인>(위부터)

<어메이징 슈파이더맨2>·<로보캅>·<닌자 터틀>·<프랑켄슈타인>(위부터)

올 들어 할리우드 리부트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미 <로보캅> <프랑켄슈타인>이 리부트돼 개봉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고질라>가 곧 개봉한다. 또한 2007년 개봉한 <닌자 거북이 TMNT>가 <닌자터틀>이라는 제목으로 리부트를 기다리고 있다. 배우 이병헌이 출연을 확정해 화제가 된 <터미네이터> 시리즈 5편 ‘제네시스’ 역시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점에서 리부트에 가깝다.

리부트는 기존 출연자들이 출연을 고사할 경우 제작자들이 택할 수 있는 유력한 답안이 됐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맥과이어가 출연을 거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부트가 이뤄졌다. <로보캅> 역시 원전의 주인공 피터 웰러가 출연을 포기하면서 리부트됐다.

게다가 여러 캐릭터를 모아 하나의 집단을 이루는 <어벤져스>류 영화들이 흥행하면서 기존 영화를 리부트해 다른 캐릭터와의 연관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2012년 리부트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마크 웹 감독은 “베놈이나 고블린 등 악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만들어 이들을 연합하는 ‘시니스터 식스(Sinister Six)’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리부트가 각광받는 것은 기존 캐릭터의 인지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영화의 질을 높이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할리우드는 최근 슈퍼 히어로물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없는 아이디어 부재에 시달렸다”며 “영화 팬들에게는 캐릭터의 새로운 면모를 보일 수 있고, 대중을 상대로 새롭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리부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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