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남자친구는 정말 나쁠까

백승찬 기자

‘혈액형 성격론’이란 것이 있다.

A형은 성실하지만 소심하다. B형은 자유분방하지만 자기중심적이다. AB형은 머리 회전이 빠르지만 변덕이 심하다. O형은 뛰어난 리더십과 고집을 두루 갖고 있다. 이기적인데다가 ‘폼생폼사’인 남자와의 고달픈 연애담을 그린 <B형 남자친구>란 영화도 있었다.

한국, 일본에서 인기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혈액형 성격론은 미국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모양이다.

최근 나온 과학 계간지 ‘스켑틱’(Skeptic) 한국판 창간호에는 ‘당신의 혈액형에 당신은 없다’는 과학 에세이가 실렸다. 저자는 응용심리학자인 레베카 앤더스 버크너와 존 버크너 5세다. 저자들은 혈액형 성격론의 비과학성을 강하게 비판한다. 이들은 “한 가지 체액의 단편적인 측면이 어떻게 한 사람과 그의 행동에 그토록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일까”라고 묻는다.

혈액형 성격론을 주장하는 많은 논문에는 어떠한 통계적 유의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혈액형 지지자들의 주장은 읽으면 읽을수록 모순에 가득차 있다. O형은 ‘현실적’이지만 ‘문제에 직면하면 현실을 도피’할 수 있다고 한다. A형은 ‘반대 의견에도 협조적’이지만 ‘고집이 센’ 성격을 가진다. 저자들은 “혈액형의 장단점을 모두 제시함으로써 만반의 준비를 한 셈”이라고 비꼰다.

스켑틱 한국판 창간호

스켑틱 한국판 창간호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 있다는 믿음은 일본의 방송작가인 노미 마사히코와 그의 아들 노미 도시타카 부자에 의해 퍼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혈액형 연구를 했고, 아들은 그에 기반해 혈액형 인간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혈액형 성격론에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때론 재미로, 때론 부드러운 화제를 끌어오기 위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같은 태도조차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A형이 리더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을 접한 A형들은 임원의 꿈을 미리 포기할 수 있고, 어떤 이는 자신의 나쁜 행동을 “제가 B형이라 신경질적이고 충동적입니다”라고 합리화할 수 있다.

저자들은 혈액형 성격론을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증거라는 미명하에 이처럼 근거 없는 믿음을 끊임없이 조장함으로써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켑틱’은 1992년 미국에서 창간된 과학잡지다. 과학적 방법론을 통한 비판적 사고의 증진을 목표로 한다. 리처드 도킨스, 제러드 다이아몬드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판 창간호에는 ‘시간 여행은 가능한가’, ‘긍정 심리학의 그늘’ 등의 글도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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