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객 39만명 ‘끝없는 추모 물결’

강병한·김향미기자

정진석 추기경 교황특사 자격 입관식 집전

김수환 추기경 선종 4일째인 19일에도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은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시민들이 새벽부터 모여들면서 조문 행렬은 명동성당~충무로역~명동입구역까지 길게 이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장례위원회는 “자정까지 총 조문객이 38만742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일반인 조문이 가능한 마지막날인 이날 정·관계, 재계, 예술계 인사들의 조문이 계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직접 조문을 오고 싶어 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내가 대신 왔다”며 “참여정부가 어려운 일이 많았을 때 김 추기경님이 자문해 주시기도 했는데 이제 누가 그런 큰 역할을 해주실지 안타깝고 아쉽다”고 말했다.

와병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해창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6·29 민주화선언 직전 김 추기경이 ‘직선제를 해야만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돌릴 수 있다. 마음을 비우는 자에게 하느님은 복을 주신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조언한 일이 있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청 대사는 “김 추기경께서 돌아가신 것은 사제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큰 손실이다. 그분 앞에 서면 항상 겸손해지곤 했다”고 회고했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는 “선종하신 날 새 앨범이 나왔는데 메시지가 희망이다. 이번 앨범을 추기경님께 바친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장례위원회는 조문객들의 추모글을 일부 공개했다. 지난 17일 조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김수환 추기경님, 우리 모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영원히 함께할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추기경님이 그리울 것입니다’(김근태) ‘이제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시옵소서’(헌법재판소장 이강국) ‘역사와 양심을 일깨워주신 겨레의 큰 스승 영혼까지 빛나소서’(국회의장 김형오) 등 추모글이 공개됐다.

오후 5시에는 대성당 대성전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유리관에 있는 김 추기경을 삼나무관으로 옮기는 입관예절이 진행됐다. 정 추기경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특별지침에 따라 교황특사의 이름으로 입관식을 집전했다. 관은 평범하게 묻어달라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삼나무로 만들어졌다. 김 추기경은 가톨릭 전통에 따라 별다른 부장품없이 평소 기도할 때 사용하던 묵주만을 손에 쥔 채 입관됐다. 입관식이 끝나면서 더 이상 김 추기경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됐지만 조문 행렬은 밤 늦게까지 끊이지 않았다.

<강병한·김향미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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