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단히 부적절··· 해결안 고심할 단계”

김혜리 기자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이 16일 서울 서초구 민변 회의실에서 개최한 ‘대통령 거부권, 국민이 거부한다’ 긴급토론회에서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2024.01.16. 정효진 기자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이 16일 서울 서초구 민변 회의실에서 개최한 ‘대통령 거부권, 국민이 거부한다’ 긴급토론회에서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2024.01.16. 정효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거듭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과연 적절한가. 부적절하다면 대통령의 헌법상 권리인 거부권을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대통령 거부권, 국민이 거부한다’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 대통령이 8건이나 되는 법률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와 그 이유의 정당성 등이 논의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부적절하게 거부권을 남용하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체를 법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국회를 통과한 법안 8건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임기 절반도 지나기 전에 7건의 거부권을 행사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록(7건)을 깬 것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동조합법·방송법 등이다. 지난 5일에는 일명 ‘김건희 특검법’ 등 쌍특검법에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 대통령이 예외적으로 사용해야 할 헌법상 권리를 ‘가족 비리 방탄’에 사용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날 토론자들 역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이 법률안을 거부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고, 사적·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첫 발제자로 나선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의 입법권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해왔고, 재의를 요구하는 이유엔 헌법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려 노력해왔다”며 “윤 대통령은 국회가 아닌 야당을 콕 집어 비난하면서 향후 선거 공정성 등을 사유로 들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순 없지만 필요성과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은 여야 간 합의로 통과시킨 법률안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고, 거부권 행사 사유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면서 “총선용 여론조작이 목적이라는 등의 사유는 추상적이고 모호해 용납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한다고 한들 현행 헌법상 이를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거부권의 한계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탄핵소추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현행 헌법하에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해 입법권을 형해화한다 하더라도 결국엔 대통령에게 ‘자제하라’‘신중하게 권리를 행사하라’고 할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고 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을 바꾸고 집권당을 교체하거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기대거나, 국회의원의 입법권에 호소해서는 대통령 독재를 막을 수 없다”면서 “헌법을 구체화해서 권력을 촘촘하게 규율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 토론자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변 사법센터의 서채완 변호사는 “거부권 행사 문제를 대통령과 국회 간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인권과 국민 기본권이란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거부권 행사에 대해 논의를 확장해서 국회가 아닌 국민이 당사자가 되는 법적 대응 방안 등 다양한 쟁송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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