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계약연애…좋은 기회죠”조인성·신민아

조인성(22)과 신민아(18)는 짙은 구름마저 환하게 밝히는 싱그러운 신록을 닮았다.

4년 전 패션화보 모델로 만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더니 이어 드라마 조명 아래서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 아이돌. 그리고 이제 큰 나무가 되려고 영화촬영장의 눈부신 햇빛 속에서 만난다. 6월초 크랭크인하는 멜로영화 ‘마들렌’(감독 박광춘, 제작 프리시네마)의 주연을 맡은 이들의 표정에서 신천지를 발견한 기쁨과 아른한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수다스럽게 말문을 여는 이들에게선 낯가림 심하던 1년 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25살에 중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나 한달동안만은 서로에게 솔직한 ‘계약 연애’를 한다는 영화의 설정에 수줍음을 떨칠 용기를 얻은 것일까.

# TV소년, 영화소녀를 만나다

조인성은 영화 데뷔작에서 주연을 거머쥔 행운아다. 좋은 기회를 꽈악 쥐려면 그만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연기는 물론 발성도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드라마 ‘피아노’를 찍을 때만 해도 약간 높다 싶었던 목소리가 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삶의 모든 순간을 향유할 줄 아는 국문과 학생 지석 역이에요. 마치 저를 모델로 한 것처럼 저랑 꼭 닮았어요. 경험삼아 새벽에 신문을 배달하는 순간에도 시원한 바람에 웃을 줄 아는 놈이죠”. 넘치는 열의, 그는 신문에 광고지를 끼우는 것도 열심히 연습했다. “이게요, 이렇게 탁, 손놀림이 빨라야 되거든요. 하나, 둘, 하나, 둘”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신민아가 씩 웃으며 질세라 책상 위의 가위를 집어들더니 서부 보안관이 권총 부리듯 빙그르르 돌린다. “저는 연애도 먼저 제안할 정도로 자기 주관이 뚜렷한 헤어디자이너 희진 역이에요. 어때요? 이 정도면 6년차 헤어디자이너처럼 보이겠죠?”

이번엔 정말 연기로 인정받겠다는 각오다. 지난해에 ‘화산고’에 출연했던 그는 1년여 촬영기간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막상 개봉했을 때 마음아팠던 건 기대에 못미쳤던 흥행기록이 아니라 설익은 자신의 연기력이었다. 분명히 똑바로 서있었는데 커다란 스크린에 비쳐진 모습은 무의식중에 좌우로 흔들리는 몸이었다. 주인공의 막중한 책임감을 깨달은 첫 영화의 쓴 교훈을 그는 조인성에게 이것저것 이야기해준다. 올해 칸에 출품되기도 한 프루첸 감독의 영화 ‘공중화장실’에 아주 잠깐 나오긴 했다지만 주로 TV에서 활동해온 조인성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 4년의 우정

모 패션브랜드 전속모델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된 지 벌써 4년이 된 이들은 서로를 ‘정말 친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둘 다 속이 깊고 남의 말에 귀기울일 줄 아는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다. “누가 결혼하재? 딱 한달만 사귀어 보자니까”라는 영화의 파격적인 연애관을 어떻게 따라잡나 싶을 정도. 신민아는 “그건 표현의 문제일 뿐 신세대의 사랑이 가볍다고는 하지만 따져보면 속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런 제안이 진짜로 들어온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웃는다.

둘이 잘 어울리는 까닭에 함께 일할 기회가 많다. 최근엔 가수 god의 ‘바보’ ‘슬픈 사랑’ ‘모르죠’ 등 세 곡을 한 편의 이야기로 구성해 단편영화처럼 만든 영화배우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 ‘마들렌’에서는 같이 삽입곡을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성의 노래 실력은 가수 뺨칠 정도라고. 이들의 달콤한 연애담은 올 11월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최민영기자 m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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