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박사의 음식건강]초겨울 시절음식 쑥

겨울은 저절로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밖으로 나돌기보다는 안으로 숨어들며 옷깃도 꼭꼭 여미게 마련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할 때보다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기 쉬워 취하는 행동이 일종의 보호본능인 셈이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법, 우리 조상들은 지혜로운 음식문화로 추위를 이겨냈다.

조선시대의 세시기(歲時記)를 보면 난로회라는 모임이 있다. 이 모임에선 숯불을 피워놓은 난로가에 둘러앉아 뜨끈한 국물에 쇠고기와 달걀, 파, 마늘을 익혀가며 먹었다고 한다. 또 두부를 가늘게 썰어 꼬챙이에 꿴 다음 기름에 지글지글 부치다가 닭고기와 함께 국을 끓여 먹기도 했단다. 그런데 조선시대 홍성모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초겨울 식품으로 쑥을 꼽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어린 쑥을 뜯어다가 쇠고기와 달걀을 넣고 끓인 것을 애탕이라고 한다. 또 쑥을 찧어 찹쌀가루에 섞어 떡을 만들고 볶은 콩가루를 꿀에 섞어 바른 것을 애단자라고 한다. 찹쌀가루로 동그란 떡을 만들어 삶은 콩을 꿀에 섞어 바르되 붉은빛이 나게 하는 것을 밀단고라고 한다. 이것들이 모두 초겨울 시절음식이다”

쑥 하면 봄철인데 이처럼 초겨울에도 환영받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약재로 쓰는 쑥은 5월 단오에 채취하여 말린 게 가장 효과가 크다.

쑥에는 콜린, 아데닌, 시네올, 치네올, 세스키델펜 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식욕을 돋워주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서 요통이나 생리통에도 효과가 높다. 또 지혈제로도 이용되며 손발이나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므로 특히 여성들에게 좋다. 중국의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한다”라고 했으며, 북유럽에선 쑥을 가지고 여행을 하면 피곤하지 않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그만큼 쑥이 좋다는 뜻이다.

쑥을 이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산후에 하혈이 그치지 않을 경우엔 마른 쑥잎 반 냥을 볶은 후에 잘 익은 생강 반 냥을 넣어 진하게 달여 한번에 마신다. 코피가 그치지 않을 때는 쑥을 태운 재를 콧구멍에 붙여놓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설사로 고생하고 있다면 쑥 한줌과 생강 한 뿌리를 같이 넣고 푹 달여 마신다. 마른 쑥잎으로 차를 만들어 독특한 향기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쑥은 지혈작용이 있으므로 생리중에는 피하도록 한다.

/조성태·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