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레알 마드리드’ 꿈꾼다

◇스타크래프트로 뜬 ‘스타 팀’ 동양 오리온

프로게임단 ‘동양 오리온팀’은 한국 게임계의 ‘레알 마드리드’를 꿈꾼다. 그러나 순서는 정반대다. 최고의 선수를 모아서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게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면서 최고의 선수를 키워내는 방식이다.

게임계 ‘레알 마드리드’ 꿈꾼다

오리온은 10개 스타크래프트 게임단 중 강팀으로 평가받지는 않았다. 그냥 임요환이 있는 팀 정도로 인식됐다. 게임계에 강자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임요환도 ‘그들 중의 하나’였으며, 일각에서는 종이호랑이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단 한명의 스타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스타가 어떻게 기적을 만들어내고 감동을 일궈내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임요환도 그랬다.

지난해 11월 오리온팀이 창설될 때 그 팀은 사실상 ‘임요환팀’이었다. 오리온그룹은 임요환과 개인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고 임요환 개인에게 연봉 등 비용을 지불했다. 임요환을 중심으로 주훈 감독, 김성제·최연성·이창훈 선수가 가세했다. 한마디로 ‘지입제 게임구단’인 셈이다.

지난 3월 ‘에버컵 온게임넷 프로리그’가 시작될 때 오리온은 우승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게임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고, 오리온은 한국 프로게임의 역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지입제 구단이 일을 낸 것이다.

‘온게임넷 프로리그’ 관계자는 “임요환이란 개인의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역설적으로 임요환이란 후광이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대 창단 멤버 최연성이 존경하는 인물은 임요환이며, 본받고 싶은 선수도 임요환이다. 임요환은 선수이면서 맏형이었으며, 또한 실질적인 구단주이기도 했다. 이들은 합숙생활을 하며 서로 호흡을 맞춰갔다. 상이한 수준을 섞어 놓았을 때 평균으로 고착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하향평준화 또는 상향평준화하는 여러 경우가 있다. 임요환의 흡입력이 오리온의 상향평준화를 초래했다.

선수들도 충원됐다. 지난 5월 김현진과 개인전 우승자 박용욱을 영입해 제대로 된 게임단의 면모를 갖췄다.

임요환이 오리온팀을 앞에서 이끌었다면 주훈 감독은 뒤에서 밀어 가속도를 붙게 했다. 체육교육학과 대학원과정을 마친 주감독은 ‘심리기술훈련’방법을 도입했다. 이 방법은 선수별로 개별 심리기술 프로그램을 적용해 긴장을 떨어뜨리고 집중력과 자신감 상승을 도모한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어깨·손·팔·허리의 여러 근육을 사용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근육을 통제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주감독은 “선수들 간에는 실력차가 있는 게 아니라 경험치의 차이가 있다”며 “정신적인 불안을 없애면 신체능력을 최고로 끌어낼 수 있고, 결국 누구나 임요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욱은 이러한 훈련법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한빛스타즈팀으로부터 이적한 뒤 박용욱은 주감독으로부터 심리기술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는 시합이 시작되면 지나치게 긴장해 가슴이 뛰고, 그래서 항상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응당 그동안 출전한 시합에서 특별한 성적을 거둘 수 없었다. 박용욱은 지난 9일 잠실야구장에서 개인전 우승을 통해 과거의 징크스를 훌훌 털어버렸다.

이들은 한집에서 복닥거리며 살다보니 우애가 남다르다.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다. 박용욱은 “개인전 우승보다 단체전 우승했을 때 더 기뻤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서로 의지하고 독려하면서도 동시에 경쟁한다. ‘임요환맨’ 최연성은 라이벌로도 임요환을 지목한다. 오리온팀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들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조만간 지입제 구단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오리온그룹에서는 임요환뿐 아니라, 주감독 및 다른 선수들과 정식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도 다른 구단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력으로 명문구단을 일궈내고 있는 데 대한 보답.

앞으로도 당분간 오리온팀이 강팀으로 게임계에서 선전하리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임요환 이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임요환이 늦어도 1년 뒤에는 군에 입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요환의 오리온팀이 최근 게임계에 파란을 몰고 왔다면, 임요환이 빠진 오리온팀 또한 기대할 만하다.

〈안치용기자 ahn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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