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순정만화처럼 고운 ‘…ing’

◇…ing

감독 이언희/출연 임수정·김래원

[영화]순정만화처럼 고운 ‘…ing’

민아(임수정)는 홀어머니 미숙(이미숙)과 친구처럼 지내며 산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 어렸을 때부터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어 친구가 거의 없다. 휴대폰을 선물하며 “전화번호가 1,000개까지 메모리된다”고 하는 엄마에게 “아는 번호가 10개도 안돼”라고 할 정도다.

이처럼 외톨이인 민아에게 아래층으로 이사 온 대학생 영재(김래원)가 다가온다. 넉살좋은 표정과 덜렁거리는 몸짓으로 “마음에 드는 소녀 있으면 자꾸 시비 거는 거야”라며 주변을 맴도는 영재. 민아는 처음엔 영재를 외계인 보듯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끌린다.

영화는 10대 소녀의 풋풋한 감정을 예쁜 화면으로 채색한다. 햇볕이 나무 사이를 뚫는 오프닝부터 아름다운 영상을 예고한 카메라는 칠판에 발레동작을 그려놓고 따라 하는 민아, 하늘에서 펄럭이며 내려오는 우산 등을 포착한다. 민아가 그토록 소원하던 발레연습실에 갔을 때는 화면을 뿌옇게 처리,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랑하는 여인이 교통사고로 죽은 뒤 10년간 한자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깃발맨’ 등은 따뜻한 기운을 불러 일으킨다. 서로 이름을 부르는 엄마와 딸의 독특한 관계 및 이들이 주고받는 아기자기한 대사, 넉살좋은 영재의 캐릭터는 극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고저가 불분명한 드라마,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결말을 상큼하게 마무리짓는 능력은 신인답지 않다. 다만 예쁘게 포장된 이야기는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통(通)하지만 ‘죽음을 앞둔 사랑’이란 소재가 품고 있는 깊이만큼 파들어가지 못한 것은 아쉽다. ‘유앤미블루’의 방준석이 작곡한 모던록풍의 달콤한 스코어도 감성을 자극한다.

〈이용욱기자〉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