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가요심의 이상한 잣대

최근 방송사 가요 심의를 보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방송 3사 자체 제작 드라마, 토크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계속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온갖 욕설, 비어, 속어 등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가요의 가사에 대해서는 유독 눈에 불을 켜고 심의한다. 대중의 감각과 동떨어진 ‘심의규정’이라는 말만 내세워 쉽게 방송불가 판정을 내림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방송사 가요심의 이상한 잣대
방송사 가요심의 이상한 잣대

‘노동의 새벽’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가수 신해철씨는 재심의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음악은 영상보다 훨씬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큰 규제를 받는다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보도 분야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각기 다른 기준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작이 시였던 ‘노동의 새벽’ 음반 가사는 ‘잔혹함을 위한 잔혹함’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에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연대 이동연 소장은 “영화, 비디오, 게임 등도 심의를 받지만, 방송사 가요 심의가 그 중 가장 보수적”이라고 지적한 뒤, “방송사 내부 인력으로 구성된 방송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 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MBC 홍보심의국 신창섭 심의부장은 “전체 문맥에서 지향하는 바가 바람직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표현에 문제가 있으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심의 관례”라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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