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미술, 상대성 이론을 만나다

지금부터 100년 전 26살의 무명 과학자는 세상을 바꿨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3월부터 6월까지 상대성이론, 양자론, 비평형 통계역학에 관한 3편의 논문을 발표해 현대물리학의 진로를 바꾸는 혁명을 이루어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이후 100년 동안 물리학과 수학, 철학과 문학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유엔은 이를 기념해 2005년을 ‘세계 물리의 해’로 선포했다.

▲아인슈타인 영향 받은 입체파 화가들

[과학]미술, 상대성 이론을 만나다

피카소는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직접 상대성 이론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회계사이며 4차원 기하학에 심취했던 프랑세로부터 4차원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에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이 바로 ‘아비뇽의 여인들’이다. 피카소는 이 작품에서 사각의 큐빅 모양으로 입체감을 표현했다. 한쪽에서 물체를 보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본 장면을 하나의 평면에 합쳐 작품을 완성했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도 상대성 이론을 반영한 작품이다. 황량한 해변 가에 시계가 엿가락처럼 늘어진 채 죽어있다. 시간이 정지한 셈이다. 시간이 정지하면 기억이 각인돼 변하지 않는다. 그림 속의 정지한 시간은 상대성 이론에서 느려진 시간과 비슷하다.

우리는 지금 4차원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3차원이다. 화가들은 제한된 3차원 안에서 4차원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달리의 작품 ‘고차원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를 보자. 옆의 그림과 비교해보면 정육면체 8개가 십자 모양으로 포개져 있다. 이는 가상의 4차원 입방체를 3차원에 펼친 모습이다. 똑같은 원리로 그리스도가 못박힌 십자가는 고차원의 도형을 3차원에 펼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과학]미술, 상대성 이론을 만나다

시공의 표현은 뒤상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에서도 잘 나타나있다. 뒤상은 시간적으로 차이를 둔 이미지를 하나의 작품에 그려냈다. 이는 움직이는 체계를 다른 좌표계에서 봤을 때 그 시간이 일치하지 않고 여러가지 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피카소나 달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서울대 물리학부 김제완 교수는 “화가들이 4차원 수학을 이해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달리나 피카소가 가진 천재적인 영감이 이런 작품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은 거짓’이라는 원리를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에서, 피카소는 화폭 위에서 깨달은 셈이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물리의 해, 아인슈타인과 함께-

▲세계각국 다양한 행사

세계 각국은 2005년 물리의 해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4월 10~14일 세계 물리학자들이 모여 아인슈타인을 다시 생각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영국 워릭대학에서 ‘물리학 2005년, 아인슈타인 이후 1세기’를 주제로 하는 학술대회가 개최된다. 과학계 세계 석학 108명이 참석해 ▲상대성과 우주론 ▲생물학 속의 물리학 ▲빛과 물질 ▲양자역학 등 현대 물리학의 4개 분야를 총정리한다.

아인슈타인의 사망일인 4월18일에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레이저 빛을 쏘아 지구를 한바퀴 도는 빛의 릴레이가 펼쳐진다. 빛을 연결하기 위해 전세계에 1만개의 연결점이 세워진다.

우리나라는 19일 밤 일본에서 날아온 빛을 부산에서 받아 서울까지 연결한다. 이 빛은 다시 북한이나 중국으로 전해진다. 또 여의도 한강변에서 여러 레이저 빛을 허공에 쏘아 아인슈타인의 ‘휘어진 우주 공간’ 개념을 형상화하는 축제가 추진된다.

또 아인슈타인의 ‘중력파’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에 세계 네티즌들이 참여하는 ‘아인슈타인@홈’ 행사도 벌어진다. 프로젝트 홈페이지(physics2005.org)에서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면, 할당된 데이터 연산 과제를 컴퓨터가 쉬는 시간에 처리해 프로젝트쪽에 자동 전송하게 된다.

국제순수및응용물리연맹(IUPAP)은 미래의 아인슈타인이 되고 싶은 전세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젊은 과학대사’를 뽑는다. 전세계 10~18세의 청소년 중 물리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2,005명을 선발한다. 60명을 할당받은 우리나라는 한국물리학회가 주관해 3월까지 ‘국제물리홍보대사’를 위촉할 예정이다. 또 올 7월부터 내년 1월말까지 서울과학관에서 아인슈타인의 일생을 보여주는 ‘아인슈타인과 물리여행’전을 연다.

〈이은정기자 e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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