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번 매코맥 “일본의 핵국가화를 주목하라”

“이제 일본과 세계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뿐만 아니라 록카쇼무라, 쓰루가, 하마오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들은 핵연료 재처리 시설 등이 있는 곳으로 일본의 현재 또는 미래 핵개발 계획의 중심지입니다.”

개번 매코맥 “일본의 핵국가화를 주목하라”

일본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 사이에 ‘토건국가(Construction State)’ ‘후견국가(Client State)’ 등의 별명이 익숙하다. 이러한 일본 규정의 확산에 기여한 개번 매코맥 호주국립대 명예교수가 이번에는 ‘핵국가(Nuclear State)’로서의 일본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중심과 주변에서 본 동아시아’ 학술회의 참석차 서울에 온 매코맥 교수는 지난 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 우산 아래 평화헌법과 비핵화 원칙을 밝혀온 일본이 어느새 플루토늄 슈퍼 파워가 됐다”고 말했다. “플루토늄은 일본 경제의 미래를 위해 특별히 선택된 물질”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뿐만 아니라 “플루토늄 슈퍼 파워로 옮아가는 관료적 프로젝트 역시 주변국들이 관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가는 길을 곧 다른 아시아 및 세계 국가들이 따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북한 핵 위협을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의 이유로 꼽는 것은 핑계에 가깝다. 미국의 핵무기, 핵선점 정책을 철저히 지지해온 일본은 북한을 핵개발로 내몬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핵을 방어용, 북한·이란의 핵을 공격용으로 보는 이분법은 위선적”이라고 했다.

그는 “6자회담은 미국이 북한을 통제할 목적으로 중국을 동원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시작됐으나 점차 소수인 미국이 다수의 동아시아 지역적 시각을 받아들이게 되는 장”이라며 “동아시아는 점차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매코맥 교수는 오랫동안 일본에 살면서 일본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토건국가는 끊임없이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임으로써 관료와 정치인, 건설업자들만 서로 이득을 취하고 국민은 ‘돈 많은 못 사는 나라’가 됐음을 이른다. 토건국가에 주목한 ‘일본, 허울뿐인 풍요’는 국내에도 번역된 바 있으며 후견국가에 대한 그의 저서는 내년초 창비에서 번역될 예정이다.

그의 연구 지역은 일본에서 동아시아 전체로 넓어지는 중이며, 연구 지향도 ‘생태 환경’에서 점차 ‘반전 평화’까지 포괄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아직 어떤 이름을 붙인 적은 없다. 본격적으로 연구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과 부산을 잇는 대운하 건설이 유력 대선후보의 핵심공약임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한 대규모 토목공사가 세계사적 보편에서 봤을 때에도 너무 시대착오적이지 않은가”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그는 한국 관련 자료를 대부분 일본말로 된 자료로 구해본다고 했다.

기자에게 ‘웰컴투 동막골’처럼 한국의 현대사를 풍자적으로 또는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한국영화를 더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해 70세다. 한국 같으면 ‘원로 학자’라는 호칭을 들으며 뭔가 큰 얘기를 하려고 하고 학문 인생을 정리하는 데 들어갔겠지만 그는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연구자다. 마라톤을 2시간50분 대에 주파한 기록을 갖고 있으며 지금도 가끔 달린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1시간여 만남 후 오후 토론에 발표될 다른 발표자들의 발표문을 미리 ‘공부’해야 한다며 조용한 곳을 찾아나섰다.

〈글 손제민·사진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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