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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한국이 아시아 공동체 ‘균형자’ 돼라
눈 깜짝할 사이에 2년이 흘렀다. 매달 필자의 칼럼을 번역해 게재해준 경향신문에 감사드린다. 이제는 펜을 내려놓아야 할 시간이다.지난 2년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것이 변했다. 경제·문화·군사적으로 압도적이었던 미국 중심의 세계는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침략 전쟁과 고문 자행·무차별 살상·국제법 준수 거부 등으로 미국의 도덕적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전략적·군사적 측면과 중요성 면에서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 북한이 주된 위협이라는 부조리한 주장만이 미국의 지위를 유지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우리가 지난 2년 혹은 20년의 변화로부터 눈을 들어 수세기에 걸친 긴 시간에 시선을 고정시킨다면 패턴은 명확해진다. 200여년 간 아시아를 휩쓴 서구 제국주의의 물결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1820년만 해도 아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아시아는 향후 20년 내에 과거와 같은 수준의 GDP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아시아는 제국... -
(23)일본이 미국을 거절할 수 있을까
지난 8월 말 일본 총선은 하토야마 유키오가 이끄는 새 정부를 탄생시켰다. 일본 국민은 하토야마와 민주당에 투표하면서 미국인들이 약 1년 전 그랬듯이 변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의 미국은 일본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미·일 간의 핵심 이슈는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기지의 이전이다. 미국은 하토아먀가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괌 이전에 관한 협정(이하 괌 협정)’을 이행해야 한다고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2009년 2월 체결되고 5월 특별입법을 통해 조약으로 채택된 이 협정에 따르면 오키나와의 미 해병 8000명은 괌으로 재배치되고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 기지는 일본이 새 기지를 건설할 지역인 오키나와 북부 나고시의 헤노코로 이전한다. 일본은 괌 이전 비용으로 60억9000만달러를 지불하게 된다.괌 협정은 ‘개혁적인’ 미 행정부가 처음 선보인 작품 중 하나이자 쇠퇴하던 일본 자민당 정부가 보여준 마지막 행동 중... -
(22) 대전환 필요한 코펜하겐 회의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던 8월을 보내고 맞이한 9월, 호주의 동안(東岸)은 붉은 먼지로 뒤덮였다. 9년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내륙에서 불어온 500만t가량의 흙먼지 탓이다. 항공편이 잇달아 취소됐고 사람들은 실내로 대피했다. 가시 거리는 수미터에 불과했다. 9월 초 한국인들은 미래에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고 몇몇 산의 정상 부근을 제외하고는 눈 구경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뉴스를 들었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북극 얼음이 녹아 극 지방으로 향하는 항로가 열리고 산호초가 사라지며 폭풍·홍수 등 자연 재해가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적 재앙의 도래를 경고하고 있다.유엔환경계획은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만약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제안된 모든 기후 정책을 법제화한다 하더라도 지구의 기온은 금세기 동안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한다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온실가스는 지구 기온을 2.4도... -
(21)하토야마, 일본의 희망이다
드디어 일본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됐다. 1947년 이래로 일본 유권자들은 집권당에 패배를 안긴 일이 없었다. 55년 창당된 자민당은 90년대 잠깐을 제외하고는 줄곧 권력을 유지했다. 따라서 2009년 8월30일의 사건은 정말 역사적인 일이다. 일본 국민들은 자민당의 부패와 오만, 무능력, 거짓말에 더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기로 한 것이다.다른 나라에서는 특정 정당의 장기 집권이 끝났을 때 시민들이 기쁨을 분출하고 거리에서 춤을 춘다. 그러나 도쿄의 분위기는 낮게 가라앉았다. 몇몇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변화를 원하긴 했지만 새 정부가 근본적 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농업보조금 지급이나 고속도로 요금 폐지 같은 정책에 회의적이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의 양당 체제를 넘어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길 원했다. 그래도 상당수는 총선 결과에 만족했고 적어도 당분간은 새로운 정부를 환영할 것이다.차기 집권당인 민주당은 일본이... -
(20)‘핵무기 없는 세계’
8월은 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다. 64년 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가해진 무차별 핵공격의 희생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날 이후 세계에 드리워져 있는 핵의 망령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해 행동할 ‘도덕적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말해 전 세계의 기대를 모았다. 지난 7월 오바마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현존하는 핵무기를 감축하고 실질적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공동 양해각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자신의 생애 내에 핵무기 없는 세상이 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공약에 스스로 한계를 둔 것이다. 더욱이 프라하 연설 한달 후에는 의회 내 초당파적 위원회인 ‘미국 전략태세 의회위원회’가 “미국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핵무기고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 함께 이 위원회의 공동 의장을 맡고... -
(19)‘노무현 비극’ 민주주의 진전 이끌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한국 사회를 흔들어 놓았다. 압도적인 다수가 개인적·정치적인 슬픔과 열패감을 느꼈다. 처음의 충격이 옅어지면서 이제 남은 것은 그 슬픔이 긍정적인 효과로 전환될 것인지 여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으며 위기에 직면해 있는가. 이 비극이 사람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심화하고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인가.그레고리 헨더슨은 1968년 라는 저작에서 이른바 ‘소용돌이’ 현상에 대해 기술한 바 있다. 여기서 소용돌이는 ‘대중 사회’의 동적인 요소들을 매우 불안정한 권력 정점까지 끌어올린 후 일소해버리는 상승 기류를 뜻한다. 한국전쟁의 전·후와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관찰하면서 헨더슨은 한국이 본래 불안정한 나라이며 한국인들은 감정적·비합리적이고 민주적 제도를 구축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봤다. 헨더슨은 자신이 관찰했던 ‘소용돌이’ 같은 정치 형태가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어났던 주기적... -
(18)북핵, 왜 다시 꼬였나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북한 문제’는 해결 직전에 있었다. 중국 베이징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와 국제 사찰단의 재입국 허용, (해체를 전제로 하는) 핵시설 신고 등을 이행하면 그 보상으로 에너지를 제공하고 봉쇄를 완화하며 완전한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겠다는 데 동의했다. 그 직후엔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을 방문해 연주회를 열었다. 북한은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주요 핵시설을 불능화했고, 1만8000쪽의 문서와 함께 자신들이 보유한 핵시설 내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으며 에너지 원조를 제공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간단한 대답은 일본과 미국, 한국의 반대 세력들이 합의 이행을 방해하는 데 동조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6자회담의 합의 사항을 지키기 전에 먼저 북한이 납치 문제에 관해 일본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05년과 2007년 합의가 규정하고 있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그 대신... -
(17)자연의 앙갚음
‘H1N1’으로 알려진 신종인플루엔자 A(신종플루)가 지난 4월 멕시코에서 발병해 전 세계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는 이미 경제 위기로 동요하고 있는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세계는 이 두 가지 위기에 별도로 대처하고 있지만 두 위기가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세계적 농업 관련 산업이 멕시코 같은 개별 국가들로 사업이 팽창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제 아래서 채택된 정책에 뒤이은 결과다. 농업 관련 다국적 기업들은 투자 인센티브와 함께 규제 철폐를 약속받았다. 규제가 폐지되면 환경과 보건에 관한 제약이 최소화되고 법 집행은 느슨해진다. 다국적 기업들은 자국과 해외의 여러 기구들이 그 정책을 채택하도록 했고, 가장 ‘자유화된’ 지역에 산업시설 형태의 종합 단지를 건설해 그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2005년의 조류독감과 이번 신종플루는 이 같은 조건 속에서 번성하고 있다. 마이크 데이비스는 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 -
(16)4월 하늘의 ‘미스터리 물체’
지난 5일 북한이 발사한 것은 무엇이었나. 일본과 미국을 위협하려고 만든 대륙간 탄도 미사일 대포동 2호였나, 아니면 혁명가를 전송할 목적으로 설계한 통신위성 광명성 2호인가. 정체가 무엇이었든간에 그것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북한은 2012년까지 ‘강성대국’이 되는 것이 자국의 목표이며, 이번 발사는 북한의 법적인 권리 내에서 실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1967년 체결된 ‘외기권 우주조약’은 모든 국가들에 과학적 우주 탐사에 대한 절대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 및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사전 통보하는 것을 비롯해 필수적인 법적 요건을 준수했다.주요 정부들, 특히 일본과 미국은 북한이 그 같은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발사 물체가 설령 위성이었다 하더라도 이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따라 금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결의 1718호는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및 핵실험 이후 채택된 것으로 미사일... -
(15) 클린턴 亞순방과 새로운 현실
세계는 갑자기 놀라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깊은 위기 속으로 가라앉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대국의 순위와 국가별 경제 규모의 순서가 우리 눈 앞에서 뒤바뀌고 있다. 자본주의자들은 은행 국유화를 통해 국가 손에 구제받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의 세기가 공표되자마자 미국의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종언이 선언되자마자 역사는 복수와 함께 다시 시작되고 있다.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2월 아시아 순방으로 새로운 현실이 드러났다. 일본의 진부한 미디어들은 그의 ‘매력적인 공세’에 초점을 맞췄지만 실제 그의 주요한 관심 사항은 두 가지였다. 일본에 미국의 제1보호국 지위에 걸맞은 조공을 강요하고 야당인 민주당을 위협하는 일이다. 일본은 해병대원 8000명을 오키나와에서 괌으로 재배치하는 데 60억달러 이상을 썼다. (현 회계연도에서 28억달러는 현금으로 지불됐다.) 일본은 또 오키나와에 해병 기지를 신축하는 데 110억달러를 썼고,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