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헌법학자 “선관위, 대운하 입장 번복은 절차 잘못”

최우규·김광호기자

“정권 눈치보기…표현자유 위축 위헌적 발상” 한나라는 침묵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민단체의 한반도 대운하 반대 운동을 합법으로 규정했다가 사흘 만에 불법이라고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헌법학자들도 법리적 문제를 거론하면서 선관위 입장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18대 총선 막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관위 결정이 ‘정책 심판’이란 선거의 근본 취지에도 반할뿐더러, 최근 대운하 반대 교수에 대한 사찰 등과 맞물려 ‘관권선거’ 의혹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들은 3일 일제히 “중앙선관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선관위의 돌연한 입장 번복을 근거로 여권발 관권선거 의혹을 쟁점화하고 나섰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경기선관위의 합법이라는 해석을 중앙선관위가 사흘 만에 불법이라고 말을 바꾼 것은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방증”이라며 “(반대론에) 재갈을 물리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정권의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선숙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선관위 결정과 함께) 대운하 반대 교수들에 대해 경찰과 국정원이 사찰하는 등 최소한의 의사표현 자유가 보장이 안되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정책선거가 실종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논평했고, 진보신당은 “이명박 정권에 민감한 사안이면 국민은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창조한국당은 “국민 기본권을 선거와 연관해 제한하려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일절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한 채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총선 공약 삭제 등 ‘침묵 전략’으로 진화해 가던 대운하 불씨가 다시 타오르게 된 때문이다. 핵심 관계자는 “선관위 결정을 손들어 주면 관권선거라 할 것이고, 반대하면 자기모순인데 여론을 지켜본다는 기존 입장 외에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선관위의 결정이 총선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운하 반대 여론이 60%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지역구마다 30~40%에 이르는 총선 부동층 중 상당수인 ‘대운하 반대 부동층’에게 표심을 결집할 명분을 제공한 때문이다.

당장 헌법학자들도 선관위 결정의 모호성을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 조국 교수(법학)는 “국가, 국토와 관련한 중대한 사안에 대한 국민 의사 표현을 못하게 한 것도 과잉 조치”라며 “이번 해석은 시민으로 하여금 불복종토록 해 범죄자를 양산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중앙선관위가 합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사흘 만에 해석을 뒤집은 것은 절차적으로도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임지봉 교수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회·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은 사전에 누가 보더라도 명백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가 ‘혹 위법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표현 행위를 할 수 없는 ‘위축효과’가 생기게 된다. 위헌적인 법적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숭실대 강경근 교수는 “당락에 영향을 주는 대운하 토론회가 어느 정도인지 범위를 둬야 하는데, 선관위 재량에 따라 적용되는 결과가 됐다”며 “결국 의견을 내지 말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규제되는 주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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