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인 ‘내디디다’ ‘서투르다’ ‘머무르다’에 어미 ‘-어’가 붙은 ‘내디디어(내디뎌)’ ‘서툴러’ ‘머물러’는 바른말이다. 하지만 준말인 ‘내딛다’ ‘서툴다’ ‘머물다’에 ‘-어’가 붙은 ‘내딛어’ ‘서툴어’ ‘머물어’는 틀린 말이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말 표준어 규정 중에는 ‘본말과 준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조항이 있다. ‘내디디다’ ‘서투르다’ ‘머무르다’ ‘가지다’의 준말인 ‘내딛다’ ‘서툴다’ ‘머물다’ ‘갖다’가 이 조항에 해당되는 복수 표준어다.
그래서 복수 표준어이기 때문에 본말과 준말 중 어느 것을 써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내디디고(내딛고)’ ‘머무르는(머무른)’ ‘서투르지만(서툴지만)’처럼 ‘-고, -는, -며, -지만’ 등 자음 어미가 올 때는 아무거나 써도 된다.
그러나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 대신 본말로만 써야 한다.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의 활용형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맞춤법 규정 때문이다. 즉 ‘-었, -았, -어라, -어서, -으면’ 등 모음 어미가 오면 본말로만 써야 한다.
따라서 ‘서툴어, 내딛어, 머물어’와 같이 쓸 순 없다. 이땐 본말의 활용형인 ‘서툴러, 내디뎌, 머물러’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