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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 [알고 쓰는 말글]작별 인사
    작별 인사

    신문에 연재를 끝내며 작별 인사를 할 때 누구는 ‘감사합니다’, 누구는 ‘고맙습니다’라고 한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항간에 떠도는 ‘감사하다’는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일본식 표현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감사하다’는 <조선왕조실록>(1434) 등 옛 문헌에서 ‘感謝’나 ‘감샤’의 형태로 활발하게 쓰인 말이다.‘감사하다’와 ‘고맙다’는 쓰임새나 그 뜻에서 별 차이가 없다. 한데 많은 이들이 ‘감사하다’를 ‘고맙다’보다 격식을 갖춘 말로 인식한다. 해서 공적인 자리에선 ‘고맙다’보다 ‘감사하다’를 더 잘 어울리는 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반면 ‘고맙다’는 가깝고 허물없는 사적인 자리에서 고마움을 나타낼 때 쓰는 말로 여긴다. 그래서인지 윗사람에게 ‘고맙습니다’ 하면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예의가 없어 보인다고 느끼는 이가 적잖다. 하지만 ‘고맙다’가 ‘존귀’ ‘공경’을 뜻하는 우리말 ‘고마’에서 온 말임을 이해한다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2016.12.29 20:25

  • [알고 쓰는 말글]엉겁결
    엉겁결

    당황한 나머지 예기치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갑자기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가리켜 흔히 ‘엉겁결’이란 말을 쓴다. 한데 마지막 음절 ‘결’의 영향 때문인지 ‘엉겁결’을 ‘엉겹결’로 쓰는 사람이 적잖다. ‘엉겹결’은 틀린 말이니 주의해야 한다.‘엉겁결’은 ‘엉겁’과 ‘결’이 만나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 ‘엉겁’은 끈끈한 물건이 마구 귀찮게 달라붙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신발이 진흙으로 엉겁이 되었다’처럼 쓰는 그 ‘엉겁’이다. ‘결’은 ‘때’ ‘지나가는 사이’ ‘도중’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귓결’ ‘꿈결’ ‘말말결’(이런 말 저런 말 하는 사이) ‘아침결’ ‘잠결’의 ‘결’과 같다. 이처럼 ‘결’이 붙은 말들은 뒤에 ‘에’라는 조사를 붙여 ‘귓결에, 아침결에, 엉겁결에’ 등과 같은 부사로 사용된다.원치 않는 끈끈한 물질이 몸에 달라붙으면 정신 줄을 놓기 쉽다. 여기서 ‘엉겁결’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엉겁결’은 정신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점에서 ‘얼떨...

    2016.12.22 20:59

  • [알고 쓰는 말글]하릴없다
    하릴없다

    우리말 중 ‘하릴없이’라는 표현이 있다.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이 ‘하릴없이’를 ‘할 일 없이’와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릴없이’는 ‘하릴없다’에서 나온 부사다. ‘하릴없다’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다. 그런데도 ‘해야 하는 일 없이’ 또는 ‘하고자 하는 일 없이’라는 뜻으로 많이들 쓴다. 물론 ‘하릴없다’에는 ‘일이 없어서 한가하게 지내다’란 의미가 없다. ‘하릴없다’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고 방도가 없다’는 뜻이다.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으니 꾸중을 들어도 하릴없는 일이다”에서 보듯 어쩔 수 없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나타낼 때 흔히 쓸 수 있는 표현이다. ‘하릴없다’에는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의미도 있다. 이 경우 ‘하릴없다’는 ‘영락없다’ ‘간데없다’와 의미가 상통한다. 반면 ‘하릴없다’와 소리가 비슷한 ‘할 일 없다’는 글자 그대로 일이 없어서 한가하다는 말이다. 정말 해야 할 일이 없어 한가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을 때 ...

    2016.12.15 20:28

  • [알고 쓰는 말글]채신없다
    채신없다

    ‘채신’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을 말한다. ‘채신’은 단독으론 거의 쓰이지 않는다. 주로 ‘없다’나 ‘사납다’와 짝을 이루어 ‘채신없다’ ‘채신사납다’ 형태로 사용되며,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채신없다’는 ‘말이나 행동이 경솔하여 위엄이나 신망이 없다’란 뜻이다.‘채신머리없다’ ‘채신머리사납다’와 같은 표현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채신머리’는 ‘채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머리’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싹수머리’ ‘안달머리’ ‘인정머리’ ‘주변머리’ ‘주책머리’의 ‘머리’들이 그렇다.한데 ‘채신없다’나 ‘채신사납다’를 ‘체신없다’와 ‘체신사납다’로 쓰는 사람이 더러 있다. 이 말을 몸 체(體)에 몸 신(身)이 더해진 ‘체신’(사람의 몸뚱이)과 관련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그리 쓰는 듯한데, 틀린 표현이므로 주의해야 한다.‘채신’은 한자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한자말인 ‘처신(處身)’이 세월...

    2016.12.08 21:15

  • [알고 쓰는 말글]문외한
    문외한

    한때 머리가 텅 빈 사람을 벌레에 빗대어 이르는 말로 ‘무뇌충’이 널리 쓰였다. 그 기세로 ‘무뇌충’은 국립국어원 신어사전에도 올랐다. ‘무뇌충’을 떠올려서인지 사람들 사이에서 ‘무뇌한’이란 말도 많이 쓰인다.물론 ‘무뇌한’이란 말은 없다. 한데 소리가 정확히 ‘무뇌한’으로 난다. 그 때문인지 ‘무뇌한’으로 참 많이들 쓴다. 무엇을 잘 모를 때,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을 밝힐 때 흔히 하는 ‘~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대신 쓰는 말이다. ‘문외한’ 이야기다. ‘무뇌한’은 ‘문외한’의 잘못이다.‘문외한(門外漢)’은 본래 문(門) 밖(外)에 있는 사내(漢)를 뜻한다. 어느 집에서 왁자지껄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밖에서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다. ‘문외한’은 집 안에서 벌어지는 사정을 전혀 알 수 없다. 여기서 어떤 일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이란 의미가 생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일에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이...

    2016.12.01 20:43

  • [알고 쓰는 말글]겉잡다
    겉잡다

    ‘겉잡다’는 접두사 ‘겉’과 동사 ‘잡다’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다. ‘겉잡다’에서 ‘겉’은 양이나 정도를 나타내는 단어 앞에 붙어 ‘겉으로만 보아 대강한다’는 뜻을 더하는 말이다. ‘겉가량, 겉대중, 겉어림, 겉짐작’의 ‘겉’이다. 이들은 모두 ‘겉잡다’와 의미가 상통한다. ‘겉’은 일부 명사나 용언 앞에 붙어 실속과는 달리 ‘겉으로만 그러하다’는 뜻을 더하기도 한다. ‘겉멋, 겉치레, 겉핥다’의 ‘겉’이 그러하다. 동사 ‘잡다’는 ‘어림하거나 짐작하여 헤아리다’란 뜻을 갖고 있다. “이 책들을 권당 5000원으로 잡아도 100권이면 50만원이다”에서 쓰인 ‘잡아도’가 ‘잡다’의 활용형이다. 해서 ‘겉잡다’는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다’란 의미다. ‘겉잡다’는 주로 ‘겉잡아도’ ‘겉잡아서’ 꼴로 쓰인다. 한데 소리가 ‘걷짭따’로 같아서인지 ‘겉잡다’를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서의 ‘걷잡다’와 혼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걷잡다’는 ‘거두어 잡...

    2016.11.24 20:29

  • [알고 쓰는 말글]딴전
    딴전

    ‘명태 한 마리 놓고 딴전 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하고 있는 일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이다. ‘딴전’은 ‘부리다’ ‘피우다’와도 짝을 잘 이룬다. ‘딴전 보다’ 대신 ‘딴전 부리다’ ‘딴전 피우다’로 바꾸어 써도 의미가 상통한다.‘딴전’은 순우리말이 아니다. ‘딴전’의 ‘딴’은 ‘다른’의 옛말이다. ‘딴마음, 딴사람, 딴살림, 딴판’의 ‘딴’과 같다. ‘전’은 한자어로 가게 전(廛)을 쓴다.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를 말한다. 쌀과 그 밖의 곡식을 파는 가게를 이르는 ‘싸전’, 생선 따위의 어물을 파는 가게를 의미하는 ‘어물전’의 ‘전’이다. 허가 없이 길에 함부로 벌여 놓은 가게를 가리키는 조선시대 ‘난전’의 ‘전’도 마찬가지다.곧 ‘딴전’은 ‘다른(딴) 가게(전)’라는 의미다. 주된 가게 외에 별도로 마련해 놓은 가게, 본래의 가게와 비교하면 덜 중요한 가게를 가리킨다. 여기서 ‘어떤 일을 하는 데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나 행동’이라는...

    2016.11.17 20:25

  • [알고 쓰는 말글]한참
    한참

    “한참 동안 너를 기다렸다.” 여기서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이란 의미다. 꽤 오랫동안을 뜻하는 ‘한동안’과 한뜻이다.‘한참’의 ‘참’은 한자로 참(站)이다. 이 ‘참’은 ‘역참(驛站)’의 준말이다. 역참은 중앙 관아의 공문을 지방 관아에 전달하거나 벼슬아치가 여행이나 부임을 할 때 말을 공급하던 곳을 말한다.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하기 전엔 공문을 전달할 때 말을 이용했다. 이때 지친 말을 새로운 말로 갈아타거나 사람들이 잠깐 동안 머물러 쉴 수 있도록 일정한 거리마다 마련하여 놓은 장소가 바로 역참이다. 지금의 기차역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곳이다.그리고 ‘한참’의 ‘한’은 하나를 뜻한다. 해서 ‘한참’은 글자 그대로 하나의 역참을 말한다. 공무로 여행하는 사람을 위해 역참은 대개 25리, 약 10㎞마다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다. ‘한참’은 바로 이 역참과 역참 사이의 한 단위 거리(25리)를 뜻하는 말이다. 이게 ‘한참’의 본뜻이...

    2016.11.10 21:16

  • [알고 쓰는 말글]선소리
    선소리

    ‘선소리’는 이치에 맞지 않은 서툰 말을 의미한다. 엉뚱한 말을 일컫는 ‘생(生)소리’와 뜻이 비슷하다. ‘선소리’의 ‘선’은 ‘선무당’ ‘선밥’ ‘선웃음’ ‘선잠’의 ‘선’과 같은 뜻이다. ‘선’은 ‘익숙하지 못하다’ ‘빈틈이 있고 서투르다’를 뜻하는 ‘설다’에서 왔다. ‘설다’의 관형형인 ‘선’이 접두사가 된 것이다. ‘선’은 ‘서툰’ 또는 ‘충분치 않은’의 뜻을 더한다.‘선소리’는 ‘쓸데없는 소리’와 의미가 상통하는 면이 있다. ‘듣기에 거슬리는 소리’나 ‘쓸데없는 소리’ 하면 ‘신소리’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신소리’는 상대편의 말을 슬쩍 받아 엉뚱한 말로 재치 있게 넘기는 말을 가리킨다. 나쁜 의미보다는 좋은 뜻을 지닌 말인 셈이다. 듣기에는 거슬리지만 도움이 되는 말은 ‘쓴소리’다.재치 있게 받아넘기는 말과 달리 터무니없는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허풍을 떠는 말을 ‘흰소리’라고 한다. ‘흰소리’는 그런 의미에서 ‘헛소리’와 뜻이 서로 통한다. ‘헛소리’는...

    2016.11.03 20:44

  • [알고 쓰는 말글]뇌졸중
    뇌졸중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갑자기 터져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나타나는 여러 신경 증상을 일컫는다. 졸중(卒中)은 졸중풍(卒中風)의 줄임말이고, ‘뇌졸중’은 ‘뇌졸중풍’이 줄어든 말이다. 요즘은 그냥 ‘뇌중풍’이라고도 한다.많은 사람들이 ‘뇌졸중’을 ‘뇌졸증’으로 잘못 알고 있다. 아마도 ‘합병증’ ‘통증’ ‘우울증’ 등 질병이나 증상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단어에 ‘증’이 붙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졸’은 ‘갑자기’를 뜻한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 ‘졸도’다. ‘뇌졸중’의 ‘중’은 가운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중’에는 ‘맞다’ ‘맞히다’란 의미도 있다. 화살 따위가 목표물에 정확하게 맞는 것이 ‘적중’이요, 쏘는 족족 들어맞는 것이 ‘백발백중’이다. 이 ‘중’이 ‘뇌졸중’의 ‘중’과 같은 뜻이다. 따라서 ‘뇌졸중’은 ‘뇌가 갑자기(졸) 바람을 맞았다(중)’는 의미다.‘뇌졸중’을 ‘뇌졸증’으로 잘못 쓰는 것과는 반대로 ‘증’...

    2016.10.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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