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문제아와 걸으며 함께 넘는 ‘문턱’

임아영 기자

▲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베르나르 올리비에 외 지음·임수현 옮김 | 효형출판 | 208쪽 | 1만3000원

‘쇠이유(Seuil)’는 프랑스의 청소년 교화단체다. ‘문턱’이란 단어를 단체명으로 채택한 이곳은 소위 ‘비행 청소년’을 소년감방에 가두는 대신 석 달 동안 자원봉사자인 낯선 어른과 함께 해외에서 1800㎞를 걷도록 만든다. 그럼으로써 ‘비행’과 ‘정상’ 사이에 놓인 문턱을 넘어오도록 돕는다. 2000년에 생긴 이 단체의 내력을 알려면, 설립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나는 걷는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는 예순 살이 넘어 은퇴한 다음 걷기의 세계에 눈을 뜬다.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지독한 우울증에 빠졌던 그는 파리를 출발해 갈리시아 지방까지 2300㎞를 걸으면서 삶을 성찰하고 육체의 건강과 낙관적 생각을 되찾았다.

[책과 삶]문제아와 걸으며 함께 넘는 ‘문턱’

쇠이유 설립은 그의 독자적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전에 벨기에 ‘오이코텐’의 성공 사례가 있었다. 또 오이코텐은 아메리카 인디언 청소년들이 전사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사막이나 숲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몇 달을 지내면서 미래를 준비하던 관습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올리비에는 “자신의 아이는 과잉보호하면서 다른 아이들은 더 억압할 것을 요구”하는 게 프랑스의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위험한 아이들은 당연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쇠이유는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10년 넘게 존속해왔다. 이 책은 그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기록이다. 올리비에의 단체 소개에 이어 아이들과 동행했던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진다. 걷기가 주는 회복력은 이미 힐링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모든 비행 청소년들이 교화되는 건 아니다. 우선 그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규칙적 생활, 계획과 습관, 육체 노동, 어른과의 대화라는 요소가 들어 있다. 어떤 아이는 중도에서 포기하고, 어떤 아이는 완주한 뒤에도 여전히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한다. 그럼에도 길 위에 서 보는 것, 목표를 갖는 것, 동행자뿐 아니라 아동심리학자 등 후방 지원자들까지 포함해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다.

<걷기예찬>이란 책으로 유명한 인류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 역시 이 책의 필자 중 한 명이다. “걷기는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고 삶의 기쁨을 인식하기 위한 내면의 여정”이라는 그는 “자신의 과거와 결별한 아이들이 스스로를 둘러싼 벽에 창문을 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주는 게 걷기”라고 예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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