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상주본’은 어디에

박태우 기자

소장자 집 화재로 다시 주목… 배씨 “할 말 없다”

국보급으로 알려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난 26일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경북 상주시 낙동면 배모씨(52) 집에서 불이 나 주택이 전소되면서 상주본의 행방에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주본은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보다 더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재 현장에선 상주본의 흔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27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소장자 배씨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배씨는 2008년 7월 훈민정음 해례본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집수리를 하기 위해 짐을 옮기던 중 해례본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 이전까지는 해례본은 국보 70호로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본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 창제원리와 사용례를 기술한 상주본은 간송본과 같은 판본으로 확인되면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으로 불렸다. 상주본은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간송본에 없는 훈민정음 연구자의 주석도 달려 있다.


하지만 배씨는 얼마 뒤 상주본 소유권을 놓고 소송에 휩싸였다. 상주시내 골동품상 조모씨(2012년 사망)는 “배씨가 고서적 두 상자를 30만원에 사가면서 해례본을 함께 넣어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상주본의 실제 소유자를 놓고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법원은 “배씨가 상주본을 고의로 훔쳐간 것은 아니라면서도 실제 소유자는 조씨”라고 판결했다. 배씨는 형사상의 절도혐의는 벗었지만 소유권을 다투는 민사소송은 패한 것이다. 소유권을 인정받은 조씨는 문화재청의 설득을 받아들여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온 셈이 됐다. 하지만 배씨는 상주본을 끝내 내놓지 않았다. 배씨는 2011년 문화재 은닉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소중한 유산이 자칫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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