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닛산 SUV 캐시카이

류형열 선임기자

단점과 장점 중에서 더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단점이다. 인간은 부정적인 것, 맘에 들지 않는 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닛산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를 시승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캐시카이’는 이란의 한 유목민족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유롭게 초원을 떠도는 자유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캐시카이를 타서 가장 먼저 직면한 건 소음과 진동이었다.

닛산의 소형 SUV 캐시카이(Qashqai).닛산 제공

닛산의 소형 SUV 캐시카이(Qashqai).닛산 제공

최근 시승한 차 중에서 가장 진동이 컸다. 불쾌감이 들 정도였다. 소음도 컸다. 탈탈거리는 옛날 디젤차 소리가 거슬렸다. 주행감도 좋지 않았다. 질긴 나물을 씹는 느낌이랄까.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제동력이 유지되는 오토홀드 기능도 없었다.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 운전할 때는 질감과 사운드 모두 최악 수준이었다.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를 시승할 때 느꼈던 밀도와 쫀쫀함을 캐시카이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이 작동해 엔진이 멈춘다. 그러면 계기판에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세이브했는지가 뜬다. 브레이크를 밟기만 하면 마치 이 차가 자랑하는 최고의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이 이산화탄소 세이브 수치가 쉴 틈 없이 뜬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은 환경을 만족시켜줄지 모르지만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차를 타고, 얼마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지 매번 확인하며 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뭔가 엇박자가 나는 기분이다.

캐시카이의 실내 인테리어

캐시카이의 실내 인테리어

이런 불만을 넘어서면 비로소 캐시카이의 장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일단 잘 달린다. 가속력과 순발력이 발군이다. 고속도로에선 시속 190㎞까지 너끈하게 올려준다.

고속으로 달려도 흔들림이 없다. 자세가 굉장히 안정적이다. 쫀득쫀득한 맛이 좋다. 정체 구간에서 느꼈던 불쾌감이 눈녹듯이 사라진다.

여기에 닛산의 기술이 숨어 있다.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Active Trace Control)은 코너 주행 시 각 휠에 실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 자신감 있는 핸들링을 선사한다.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Active Ride Control)은 기복이 심한 노면에서 가벼운 제동을 가해 차체 상부의 흔들림을 억제함으로써 편안한 주행을 지원한다.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Active Engine Brake)는 섬세하게 엔진 브레이크를 가함으로써 코너링을 더욱 수월하게 해준다. 캐시카이는 3가지 기술이 조합된 섀시 컨트롤(Chassis Control) 시스템을 적용, 다이내믹한 성능과 함께 안전성을 높였다.

1.6ℓ 4기통 디젤 엔진치곤 힘이 괜찮다. 닛산이 자랑하는 엑스트로닉 CVT(Xtronic CVT)와 결합해 최고 출력은 4000rpm에서 131마력, 최대 토크는 1750rpm에서 32.6㎏·m의 성능을 발휘한다. 낮은 rpm 영역에서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해 중·저속 구간이 많은 한국의 도심 환경에 적합하다.

연비도 ℓ당 15.3㎞(도심 14.4㎞, 고속 16.6㎞)로 우수하다. 실제 시승에선 ℓ당 12.4㎞를 찍었다.

캐시카이를 타보면 소형 SUV 같지 않게 차가 커보인다. 실제로도 그렇다. 전장이 4380㎜, 전폭이 1805㎜로 동급인 티볼리 디젤(전장 4195㎜, 전폭 1795㎜)보다 크다. 이전 세대 모델 대비 전장은 47㎜, 전폭은 23㎜ 늘리는 대신, 전고를 16㎜ 낮춰 ‘와이드 앤 로’ 비율을 구현했다.

실내 활용성도 큰 장점이다. 동급 최고 수준의 2645㎜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5인 가족이 타기에 충분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했다. 휠베이스는 올 뉴 투싼(2670㎜)에 맞먹는다.

캐시카이의 엔진

캐시카이의 엔진

트렁크에는 2개의 양면 플로어 판넬을 적용했다. 총 16가지의 다양한 구성이 가능해 실용적이다.

전방 비상 브레이크,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운전자 주의 경보, 어라운드 뷰 모니터, 인텔리전트 파크 어시스트, 이동 물체 감지 시스템 등의 첨단 기술을 대거 탑재해 안전성과 편의를 제공한 것도 강점이다. 앞차 간격이 좁아지거나 좁은 공간을 지나갈 때는 ‘삐삐삐’하는 경고음이 울려 정신이 번쩍 나게 한다.

6개의 스피커로 생생한 음질을 전달하는 오디오 시스템도 들을 만하다.

가격(부가세 포함)은 S 모델 2990만원, SL 모델은 3350만원, 플래티넘 모델은 3750만원이다.

캐시카이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두 얼굴을 가졌다. 안정된 달리기 성능이 지킬박사라면 소음과 진동은 추악한 하이드다. 소음과 진동만 잡았어도 훨씬 더 좋은 차가 되었을 텐데, 왜 그냥 내버려두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캐시카이 제원

전장X전폭X전고X축거(㎜) 4380X1805X1590X2645

공차중량(㎏) 1575

엔진 1.6 dCi 직렬 4기통

배기량(㏄) 1598

최고 출력(마력/rpm) 131/4000

최대 토크(㎏·m/rpm) 32.6/1750

복합연비(㎞/ℓ) 15.3(도심 14.4, 고속 16.6)

CO2 배출량(g/㎞) 127

변속기 Xtronic CVT

굴림방식 전륜구동

서스펜션 전 독립식 스트럿 후 토션 빔

브레이크 전 디스크 후 디스크

가격(부가세 포함) 2990만~37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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