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열린 첫 중국 대만 정상회담

홍인표 전 경향신문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2015년 11월7일은 중국 현대사에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일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양안정상회담을 가진 것이다.

중국과 대만 최고 지도자가 만난 것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66년 만에 처음이다. 이들이 만난 곳은 제3국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시간은 한국시간 기준으로 오후 4시부터 열렸다. 시진핑 주석과 마잉주 총통은 오후 4시 정각 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었다. 악수를 한 시간은 80초.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 넥타이를 맸고, 마잉주 총통은 국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시진핑 주석은 우리는 뼈가 끊어져도 살은 붙어있는 형제라는 감상적인 표현으로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이어 마잉주 총통은 양안 평화를 위한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직통전화인 핫라인 개설에는 합의를 봤다.

회담을 마친 뒤 중국 측 실무책임자인 장즈쥔 국대판(국무원 대만 판공실) 주임이 기자회견을 했고, 이어 대만의 마잉주 총통이 기자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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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은 오후 7시부터 8시 반까지 1시간 반 동안 진행했다. 호텔이 준비한 요리는 7가지(전채 요리 2가지, 메인 디시 4가지, 주식)에다 디저트 2가지였다. 디저트로 과일과 탕위안이 나왔다. 탕위안은 쌀로 만든 경단을 넣고 끓인 국으로 명절 때 주로 먹는다. 만난다, 화합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전채요리는 돼지고기 편육과 전복 오이 무침이 나왔다.

메인디시는 후난성 스타일의 새우튀김. 찹쌀밥, 항저우 스타일의 동파육, 백합 죽순 볶음이 나왔다.

주식은 쓰촨성의 명물 국수인 담담면(중국어로는 단단몐)이었다. 만찬비용, 호텔 이용 요금은 중국과 대만이 절반씩 나누어냈다.

만찬장에 나온 술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 중국은 마오타이를 준비했다. 대만은 진먼 고량주와 마쭈 라오주라는 술을 준비했다. 진먼 고량주는 이날 회의에 배석한 가오화주 국가안전위원회 비서장이 1990년 진먼도 현지 부대장으로 있을 당시 구입한 술 2병이었다. 진먼다오는 과거 중국과 대만의 포격전이 치열했던 대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푸젠성과 정기 여객선이 오갈 정도로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마쭈라오주는 마쭈도에서 만든 오래된 술이라는 뜻이다. 마쭈도는 푸젠성에서 넘어온 이민들의 후손이 주민들의 대부분이다. 과거 시진핑 주석이 푸젠성에서 부시장, 시장, 시 서기, 성장을 거칠 때마다 대만의 관리들이나 기업인들이 자주 선물을 했던 술이기도 하다.

이 술은 특히 마잉주 총통 취임 이후 크게 알려졌다. 마잉주 총통이 타이베이 시장 시절 마쭈다오에 갔다가 마쭈라오주를 줄이면 마주가 되고 이것은 바로 마잉주 당신을 상징하는 술이라는 얘기를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마잉주 총통은 2008년 총통에 취임한 이후 마쭈라오주를 행사주로 삼고 있다. 마잉주 총통이 시진핑 주석에게 준 선물은 대만의 푸른 까치를 상징한 도자기였다. 푸른 까치는 대만에만 살고 있는 새로 가족을 상징하고 있다.

양안 정상회담이 실현된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다시 확인하면서 내년 1월 대선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민진당 차이잉원 주석에게 대만 독립이라는 극단의 길로 가지 말 것을 경고했다. 남중국해 영유권에 호의적인 대만과 손을 잡고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마잉주 총통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국민당의 총통 선거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도 가지고 있었다.

양측은 정상회담을 정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양안 최고 지도자가 손을 잡고 대화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음 시간은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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