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공, 중국 경제위기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홍인표 전 경향신문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2016년 춘절 연휴 때 열차 이용객이 연인원 29억 명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이는 2015년 춘절 때보다 8억명이 줄어든 것이다. 왜 그런가. 대도시로 나왔던 중국 농민공들이 아예 고향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과 같은 대도시는 물가가 치솟아 살기가 힘든데다 농민이 내는 세금이 사라져 귀농하는 인구가 그만큼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농사를 지으려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도시를 떠나 중소도시로 돌아간 경우도 상당수 있다. 농민공들은 넓게 보면 일단 고향을 떠나 농사를 짓지 않는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 농사를 짓다가 향진기업(농민들이 일하는 농촌 기업)에서 일자리를 잡아 농민에서 노동자로 변신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2014년 기준으로 2억7천만명으로 추산된다. 좁은 의미의 농민공은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나와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이다. 모두 1억7천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2014년 현재 54%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상주인구(호적인구)로 계산을 하면 중국의 도시화율은 36.7%에 불과하다. 이런 18% 포인트 차이(2억명 정도)가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도시 시민의 자격증인 도시 호구가 없는 농민공임을 알 수 있다. 도시 호적이 없으면 의료보험 혜택은 받을 수 없고 자녀를 도시에 있는 공립학교에 보낼 수 없다. 서민용 아파트 분양 신청 자격이나 도시가 제공하는 각종 복리후생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불법체류자의 신분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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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공이 생긴 것은 1958년 확정한 마오쩌둥 시대 호적제도 유산 때문이다. 당시 중화인민공화국 호구등기조례는 중국 사람을 농업 호구, 비농업호구(도시호구)로 나눈 뒤 농업 호구를 가진 농민은 도시로 이사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농촌 인구의 급격한 도시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농촌과 도시 사이에는 큰 장벽이 가로막혀 있었다. 도시 호구를 가진 사람은 공장에서 일하고 월급받고 은퇴한 다음에도 연금을 받는다. 반면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수입이 변변찮은데다 연금조차 받을 수 없는 농촌 사람들은 도시 사람이 부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계획경제가 파산이 나고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이 시행되면서 농민들은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갈 수 있었다. 건설현장이나 도시의 골목길에서 궂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도시에서 뿌리를 내릴 수는 없었다. 호구라는 높은 장벽 때문이다. 그들은 1년 365일 가운데 350일을 도시에서 살아도 도시 시민이 될 수 없는 주변인이었다. 일단 고향을 등졌으니 농촌 사람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도시에서 번 돈을 들고와 고향에 번듯한 집을 짓는 것이 고작이다. 그저 춘절 연휴 며칠 머무르기 위해 피땀흘려 번 돈을 쓰는 것이다.

2014년 7월30일, 중국 국무원이 호구제를 개혁해 기존 호구를 없애고 주민(중국식 표현으로는 거민) 호구로 합치는 이른바 호적제도개혁에 관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이론적으로는 호구 차별이 사라졌다. 오히려 농민공을 도시민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중앙정부가 기울이고 있다. 도시화 정책을 도입해 농민공을 이른바 신시민(새로운 시민)으로 바꿔 중국 경제 위기를 구하는 구원투수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2015년 12월14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해마다 연말에 당정군 지도부와 지방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는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맞춤형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것은 농민공들에게 도시의 아파트, 특히 미분양 아파트를 사도록 하자는 것이다. 2016년 2월2일, 중국 정부가 춘절 5일을 앞두고 내놓은 부동산 부양책을 보면 은행 대출을 늘려 농민공들이 원하기만 하면 도시의 아파트를 비교적 쉽게 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언제 빌린 돈을 갚을 것이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빚내서 집을 샀다가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빚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호구장벽을 없앴지만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이르다. 부모를 도회지로 보내고 고향에 버려져 있는 중국은 아이들은 모두 6100만명에 이른다. 이들 부모에게 시민의 자격을 준다고 해서 모두 도시로 데려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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