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앞 노숙농성’ 긴급구제 거부한 인권위

김형규 기자

“생명 위협 요건 해당 안돼”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는 대학생들의 텐트 사용을 허락하게 해달라는 긴급구제 신청을 거부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지킴이들의 생명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어서 긴급구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대학생들은 지난해 12월 말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부터 이날까지 62일째 소녀상 앞을 번갈아 지키고 있다. 한겨울에 노숙농성을 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천막이 반입됐지만 경찰은 ‘불법 시위용품’이라며 회수했다. 시민들이 보낸 텐트 역시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불허했다.

혹한이 계속되자 서울변호사회는 지난 4일 “대학생 지킴이들의 생명권과 최소한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인권위가 경찰에 텐트 반입 허용을 권고해달라는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인권위법 48조는 조사 대상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긴급구제 조치를 하도록 관계자나 해당 기관장에게 권고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서울변회의 신청 내용이 긴급구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혹한기가 지났고, 지킴이 일부가 전기장판을 쓰거나 비닐을 덮고 자는 등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피해의 회복 불가능성이나 생명의 위험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본적인 기능조차 하지 못해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여연심 서울변회 인권이사는 “긴급구제 신청서를 제출한 날도 혹한이 몰아쳤다. 지킴이들도 추위 때문에 견디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황이 왜 건강권 위협이 아니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