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로펌 ‘조세도피처’ 문건

노재헌, 이혼 소송 도중 설립…‘노태우 비자금’ 숨기려 했나

남지원 기자

뉴스타파 “당시 재산분할 소송 중…SK그룹과도 연관

”노씨 “계좌개설 안돼…조세도피·비자금과 일절 무관”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3곳을 설립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도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곳이다.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오른쪽)와 심인보 기자가 4일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 사진을 뒤로한 채 뉴스타파-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공동 프로젝트 1차 공개발표를 하고 있다.<br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오른쪽)와 심인보 기자가 4일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 사진을 뒤로한 채 뉴스타파-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공동 프로젝트 1차 공개발표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같은 곳에서 비슷한 행태가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자녀들’이 비자금 은닉 목적으로 조세도피처를 활용한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4일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문건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분석한 뉴스타파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씨는 2012년 5월1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3곳을 설립하고 스스로 주주 겸 이사로 취임했다. 세 곳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 발행했고, 수천개 회사의 주소지인 모색 폰세카 버진아일랜드 지점 건물이 주소지로 돼 있는 전형적 페이퍼컴퍼니다.

페이퍼컴퍼니인 GCI Asia 이사 수락서에 기재된 노재헌씨의 자필 서명과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노씨가 제출한 홍콩 거주민증 사본(작은 사진). 뉴스타파·ICIJ 제공

페이퍼컴퍼니인 GCI Asia 이사 수락서에 기재된 노재헌씨의 자필 서명과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노씨가 제출한 홍콩 거주민증 사본(작은 사진). 뉴스타파·ICIJ 제공

조세도피처의 페이퍼컴퍼니는 그 명의로 수익을 배당받거나 세금을 회피하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용도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3곳의 소유구조를 보면 한 회사의 주주로 다른 회사가 등록돼 있는 등 중층적으로 설계돼 있어 추적을 피하려 한 흔적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이퍼컴퍼니 설립이나 이사 사퇴 등이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뉴스타파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노씨는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중으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규모가 소송 과정에서 드러날지 관심이 높아지자 남은 비자금을 은닉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뉴스타파는 또 노씨가 SK그룹과 특수관계로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받았던 IT기업 ‘인크로스’의 홍콩 자회사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홍콩 중개회사를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며, 노씨의 매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노씨는 전재국씨 등 한국인 245명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보도가 처음 나온 뒤 사흘 만인 2013년 5월24일 세 회사의 이사직에서 동시 사퇴했다.

노씨가 이사직을 사퇴한 지 석 달 만인 그해 8월 노 전 대통령은 동생 노재우씨와 사돈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 각각 150억원과 80억원을 나누어 내는 방식으로 남은 추징금 230억여원을 완납했다. 뉴스타파는 “동생과 사돈에게는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주면서 아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로 아버지 비자금을 숨기려는 목적이었다면 달성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씨 측은 “중국 사업 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을 뿐이며 사업 진행이 안돼 계좌 개설도 되지 않았다”며 “관계당국에서 필요로 한다면 해명할 준비가 돼 있으며 조세도피나 비자금 등과는 일절 무관하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유출 문건 중 한국과 연관된 문건을 전수 분석하고 있으며 노씨 외에 한국 주소가 기재된 한국인 추정 인물을 195명 확인해 신원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측은 “현재까지 한국인 수십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기업인 등 공적 보도 가치가 있는 경우 순차적으로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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