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우현으로 돌아간 방향타, 침몰된 진실 밝힐 ‘방향타’ 될까

김형규 기자

선체 조사 쟁점들

<b>돌아간 방향타…찢어진 선수</b> 26일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있는 세월호 선미 아랫부분의 방향타(왼쪽 사진 점선 안)가 우현 쪽으로 돌아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 방향타가 사고 당시 제대로 조작되지 않은 것인지, 다른 이유로 틀어진 것인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세월호의 좌현 뱃머리 쪽에는 두 줄로 갈라진 틈이 뚜렷이 보인다.  진도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사진 크게보기

돌아간 방향타…찢어진 선수 26일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있는 세월호 선미 아랫부분의 방향타(왼쪽 사진 점선 안)가 우현 쪽으로 돌아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 방향타가 사고 당시 제대로 조작되지 않은 것인지, 다른 이유로 틀어진 것인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세월호의 좌현 뱃머리 쪽에는 두 줄로 갈라진 틈이 뚜렷이 보인다. 진도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세월호는 왜 침몰했을까. 검찰은 무리한 증개축에 따른 복원성 저하, 과적, 평형수 부족, 고박 불량에 조타수의 과실이 겹치며 세월호가 쓰러졌다고 결론내렸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를 건져 조타기와 프로펠러 이상 등 선체 결함 여부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의 정확한 침몰 원인은 여전히 밝혀진 게 없다. 세월호 인양은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이다. ‘핵심 증거물’인 선체 조사에서 확인해야 할 쟁점들을 짚어봤다.

■ 선체 외형 파악이 우선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은 세월호 선체의 외형 손상 여부다.

그동안 잠수함 충돌 등 외력에 의해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등 ‘음모론’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실제 충돌이 있었다면 배 밑이나 옆부분에 파이거나 뚫린 자국이 남는다. 육안으로 확인된 세월호 모습은 외부 충돌 흔적이 없어 보인다. 다만 반잠수식 선박 아랫부분에 깔린 좌현 부분은 확인할 수 없어 단정하긴 이르다.

침몰 당시 드러난 뱃머리의 페인트가 떨어져나간 부위도 근접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야 한다. 김성훈 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멀리서 눈으로 본 것만 가지고 외부 충격 가능성을 판단하긴 힘들다”며 “선체 부식이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페인트 시료 등을 채취해 정밀 감식을 해봐야 외부 충격 여부와 정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체가 설계도면과 실제로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세월호특조위는 앞서 70여개의 세월호 도면을 확보해 침몰 과정과 승객 탈출 경로 등을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세월호 내부의 객실 격벽 등은 이미 무너져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확한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

■ 조타기와 엔진 등 선체 결함은?

검찰은 세월호 3등 항해사의 조타 미숙을 침몰의 ‘방아쇠’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조타기 이상 등 기계 결함 가능성을 거론했다. 조타기는 세월호 선수 5층 조타실 안에 있다. 조타기가 움직이면 전기 신호에 의해 기관실을 거쳐 선미 끝 방향타(러더)도 함께 방향이 바뀐다.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하려면 조타기뿐 아니라 배의 운용계통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 전기 배선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닷속에서 부식 등 훼손이나 인위적 변화가 일어났다면 점검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반잠수식 선박에 왼쪽으로 누운 채로 실린 세월호의 방향타를 보면 우현, 즉 하늘 쪽으로 약간 쏠려 있다. 이는 참사 직후 채증사진에서 정중앙 내지 좌현 쪽을 향한 것으로 분석됐던 것과는 정반대다. 조타기 계통을 전면 분해해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체 결함 확인에는 엔진을 비롯한 동력 계통이 침몰 당시 어떻게 작동했는지 알아보는 것도 포함된다. 침몰 당시 채증 영상에는 세월호 연돌(배기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다 끊어지는 지점이 있다. 동력기관이 멈춘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만약 세월호에 기계적 결함이 없었다면 배는 왼쪽으로 기울면서 오른쪽 프로펠러 공회전→터보차저 이상→경보→우현 엔진 정지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세월호 선체 조사를 통해 이런 흔적이 발견된다면 선체 결함 논란은 사라진다. 세월호 상부 데크의 레이더 작동 기록도 같은 맥락에서 배의 기계적 결함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다.

■ 화물과 침몰의 상관관계

정확한 화물의 양과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과정을 밝히는 주요 변수다. 과적을 숨기기 위해 실제 화물량을 속이는 관행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정부나 세월호특조위가 파악한 화물량도 실제와 다를 가능성이 크다. 기록상 화물적재량은 2143t이라고 돼 있다. 또 화물이 어느 위치에 적재돼 있었는지도 배의 침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가 왼쪽으로 쓰러져 있는 상태지만 안의 화물이 많이 흐트러진 것은 아니어서 원래 위치를 추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인양 이후 화물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점검한다면 정확한 화물량과 함께 급격한 경사 발생 등 침몰 당시의 상황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의 적재 의혹도 화물칸 조사를 통해 밝혀지게 된다.

■ 선체 절단 시 대부분 조사 불가능

문제는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 후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조사를 위해 세월호의 객실과 화물 부분을 절단·분리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체가 절단되면 각종 배선이 함께 끊어지며 선체 결함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질 수 있다. 절단 과정에서 화물이 쏟아지면서 원래 위치를 찾기도 어렵다. 이미 해수부는 인양 과정에서 참사 당시 수밀이 덜 돼 물이 새어들어온 곳으로 지목된 램프를 잘라냈다. 선체 우현과 밑바닥에도 140여개 구멍을 뚫은 상태다. 김형욱 전 세월호 특조위 언론팀장은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선 선체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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