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와 위로의 무대 된 올드트래퍼드...세계 스타들 맨체스터 공연

이인숙 기자
4일 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에서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지난달 22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자신의 공연을 보러 왔다가 테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위한 추모 자선콘서트를 열고 있다. 맨체스터|AP연합뉴스

4일 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에서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지난달 22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자신의 공연을 보러 왔다가 테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위한 추모 자선콘서트를 열고 있다. 맨체스터|AP연합뉴스

4일 저녁 7시(현지시간) 영국의 명문 축구클럽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에 5만명이 들어찼습니다. 맨유의 전설적인 공격수 바비 찰튼이 ‘꿈의 극장’이라 이름 붙인 이곳을 가득 채운 것은 축구팬의 함성이 아니었습니다. 테러의 공포에 굴복하지 말자는 다짐과 연대의 목소리였습니다.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2주만에 맨체스터로 돌아왔습니다. 지난달 22일 이곳에서 불과 3.6㎞ 떨어진 맨체스터아레나에 그란데의 공연을 보러 왔던 팬 22명이 자폭테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란데는 희생자들과 유족을 위해 자선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전날 밤 런던 도심에서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일어나 7명이 숨졌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한 곳에 모였습니다. 잇단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고 연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콘서트는 ‘원 러브 맨체스터’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원 러브’는 인종이나 신념, 지위에 관계없이 모두가 모두에게 갖는 보편적인 사랑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란데는 무대에 서서 “여러분이 보여준 사랑과 연대야말로 지금 이 세계가 진정 필요로 하는 치료약”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몇 번이나 눈물을 참으며 히트곡들을 불렀습니다. 맨체스터의 파르스우드고등학교 합창단과 함께 테러 희생자 추모를 담아 <마이 에브리싱>을 부를 때에는 감정이 북받친 듯 중간 중간 노래가 끊어졌습니다.

그는 공연 며칠 전 맨체스터 테러로 세상을 떠난 15세 소녀 올리비아 캠벨의 어머니를 만났다가 “올리비아가 히트곡을 듣고 싶어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곡 목록을 싹 바꿨습니다. 테러범이 터뜨린 폭탄 파편에 다친 8살 소녀 릴리 해리슨과 부모도 입원 중에 그란데를 보러 왔습니다. 지난 2일 밤 그란데가 로열맨체스터 어린이병원을 찾았다가 만난 가족입니다. 그란데는 지난달 콘서트에 왔던 사람들을 모두 무료로 초대했습니다.

저스틴 비버, 마일리 사이러스, 케이티 페리, 파렐 윌리암스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도 총출동해 뜻을 보탰습니다. 페리는 “요즘 같은 때에 사랑을 택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사랑은 두려움을, 증오를 이긴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표곡 <로어(Roar)>를 불렀습니다.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모았던 맨체스터 출신 팝그룹 테이크댓과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영국의 대표 록밴드 콜드플레이도 무대에 올랐습니다.

맨체스터 출신인 오아시스의 전 보컬 리엄 갤러거도 깜짝 등장해 콜드플레이와 함께 공연을 펼쳤습니다.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은 그란데에게 감사를 보내면서 “영국의 우리가 당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겠다”며 오아시스의 히트곡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를 불렀습니다.

제일 처음 무대에 오른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마커스 멈포드는 1분의 침묵으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머리를 숙인 채 “두려워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콘서트장 밖에서는 경찰들과 아이들이 함께 손 잡고 춤을 췄습니다.

이 공연으로 모인 200만파운드(약 29억원)은 맨체스터 긴급기금에 전액 기부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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