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날’] 6월7일 살인금리, 알고도 ‘덥석’

이재덕 기자

[오래전 ‘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십년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2007년6월7일 “급전, 무담보” 살인금리 알고도 ‘덥석’

[기타뉴스][오래전 ‘이날’] 6월7일 살인금리, 알고도 ‘덥석’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현행 대부업법 최고금리(27.9%)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25.0%)까지 낮추고, 임기 내에 20%까지 추가로 인하하겠다고 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5일 “대부업법 최고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계부채가 늘고 서민 삶이 팍팍해지면서 대부업체의 고금리는 계속 낮춰야 한다는 지적들이 있어왔는데요.

10년 전 경향신문 기사는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은 연 66%이었습니다. 대부업법 시행 전에 체결된 고금리 대부계약이 이어지고 있었고, 불법고리사채 이용자가 많아 1인당 평균대출금리는 연 197%에 달했습니다. 당시 기사를 소개합니다.

→(…)신월7동에 있는 낡은 연립주택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주민 홍모씨(43)는 사금융업체의 광고 전단지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그렇지 않아도 1주일째 신용카드 대금이 연체된 상태여서 TV에 나오는 대부업체의 무이자 광고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모두 챙겨 가봤는데 은행 직원이 연체 경력이 있다면서 대출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면서 “나처럼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서 돈을 빌려야 하느냐”고 하소연하며 담배연기를 한숨처럼 내뿜었다.

신정사거리 재래시장 상인들은 빌려쓴 사채를 갚지 못해 야반도주하거나 장사를 접은 사람들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목걸이 노점상을 하고 있는 장모씨(45)는 “할인마트에서 좌판할 때 친하게 지내던 노점상인 5명 모두가 일수를 쓰고 있었다”며 “이들 5명은 이자가 며칠 밀리자 사채업자들이 찾아와 좌판을 뒤엎는 바람에 장사를 접어야 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앞 연립주택에 살던 20대 후반의 젊은 부부는 사금융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도망치듯 이사를 갔다. 근처에서 분식점을 하는 송모씨(52·여)는 “그 집 젊은 부부는 아이도 둘이나 있었는데 어디서 잘 살고 있을지…”라며 걱정어린 표정을 지었다. 송씨는 “지금도 사채업자들이 틈만 나면 빈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다 간다”고 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아 장사도 잘 안되는데 TV만 틀면 대부업체의 ‘무이자 광고’가 나오니 이제 ‘무이자’란 말만 들어도 징그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끝)

대부업체나 금융권에서는 연체 채권이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장기연체 대출채권(NPL)’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부업체에 팝니다. NPL시장에서 대출채권은 통상 원금의 0.5~10% 가격으로 팔리지만, 연체 채권을 구입한 대부업체들은 거의 원금에 가까운 돈을 갚으라며 괴롭히거나, 소멸 시효를 앞둔 채권을 들먹이며 적은 금액이라도 갚으라며 불법 추심을 벌이기도 합니다. 소멸 시효를 목전에 둔 채권의 경우, 일부 금액을 갚게되면 채권 소멸 시효가 다시 늘어나게 됩니다.

[기타뉴스][오래전 ‘이날’] 6월7일 살인금리, 알고도 ‘덥석’

이런 장기연체 채권을 사들여 소각하는 비영리단체도 있습니다. 2015년8월27일 경향신문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장기연체자가 된 서민들의 빚을 대신 탕감해주는 비영리단체 ‘주빌리은행’ 출범을 전했습니다. 초대 공동은행장은 유종일 KDI 교수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맡았습니다. 주빌리은행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잔기연체대출채권을 사들인뒤 연체자에게는 원금의 7%만 갚으면 채권을 소각해 빚 탕감을 해줍니다. 채무자들이 갚은 소액의 원금은 주빌리은행이 다른 장기연체 대출채권을 사들이는 재원으로 쓰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빚으로 고통받는 팍팍한 서민이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대선 공약을 보면, 문 대통령은 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소각해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빚은 탕감해 취약계층의 생활권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소멸시효 완성 채권에 불법추심 방지법을 제정한다는 공약도 내놨습니다. 금융기관의 무책임한 대출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고 금융소비자전담기구도 설치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공약들이 제대로 실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