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MBC 〈PD수첩〉을 오랫동안 제작하다 해직된 최승호 PD가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방송장악 블랙리스트’ 피해 진술을 위해 26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했다.
최 PD는 이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국민의 사랑을 받던 공영방송을 권력이 자신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히 망가뜨린 역사가 이번 수사를 통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발본색원했으면 한다”며 “〈PD수첩〉을 맡아 진행을 하다가 쫓겨나고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로 해고가 되는 과정 속에 단순히 김재철(당시 MBC 사장) 같은 방송사 경영진의 뜻만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항상 느끼고 있었고 그 배경에 뭐가 있었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최 PD는 모든 ‘공작’의 정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 정보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대통령 개인 정보기관으로서 역할을 했던 것이고, 그것이 대한민국에 미친 상처는 어마어마하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포함해 이명박 전 대통령, (국정원에) 실무적으로 청와대에서 연락하면서 업무지시를 내렸던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영화 <공범자들>을 만들 때부터 최종 시나리오의 작성자는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통령 지시가 아니면 어떻게 공영방송사에 그렇게 할 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최 PD는 별도의 고소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검찰이 확보한) 자료를 보고 나서 MBC의 많은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서 한꺼번에 고소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진실을 밝혀야 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 원 전 원장 때 국정원은 방송사 간부와 PD 등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들의 인사에 개입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국정원은 2010년 2월16일 원 전 원장이 ‘MBC 신임사장 취임을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개선 추진’을 지시하자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향’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은 노영(勞營)방송 잔재 청산, 편파 프로그램 퇴출 등을 통해 정부 비판적 방송 관계자들을 퇴출하는 방안을 담았다. 2010년 6월에는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이라는 문건을 통해 KBS 인사에 개입했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검찰에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