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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나를 덮친다면? ‘5G 어드벤처 새로운 공포’ 체험기

임아영 기자

무섭지 않을 줄 알았다. ‘가상현실(VR)로 보는 좀비 정도야’로 시작했던 체험은 예상 밖이었다.

26일 오전 SK텔레콤이 에버랜드 알파인빌리지에 VR(가상현실)·AR(증강현실)을 체험해볼 수 있게 연 ‘5G 어드벤처’. ‘5G 어드벤처’는 5G 시대에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를 한곳에 모아 놓은 800㎡(약 240평) 규모의 대형 테마파크다. SK텔레콤은 핼로윈을 주제로 좀비와 마녀가 가득한 ‘Haunted House(유령의 집)’를 가상·증강현실에서 재현했다. ‘좀비 슬레셔’, ‘저주받은 인형’, ‘어둠의 방’ 등 7개의 공간에서 가상·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시작은 ‘좀비 슬레셔’였다. ‘좀비 슬레셔’는 VR 기기를 쓰고 전동 톱을 들고 눈 앞으로 달려드는 좀비, 호박, 박쥐 등을 톱으로 물리치면 점수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호박이 날아오자 처음에는 놓쳤지만 두 번째부터는 가뿐하게 톱으로 갈랐다. 몇 개 더 날아오자 ‘아 시시하네’ 싶었는데 갑자기 좀비가 나타났다. “악!” 좀비도 호박처럼 물리쳐야 하는데 실제처럼 느껴져 몸을 움츠리게 됐다. 그러자 좀비가 덮치는 느낌. “그만할래요!” VR 기기를 벗겠다고 요청했고 체험은 중단됐다.

원래 좀비물이나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어두운 곳을 싫어하거나 폐소공포증이 있으신 분 이용 삼가주시기 바랍니다”는 안내 문구가 이해될 정도로 몰입감이 생각보다 높았다. 반면 공포물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시시할 수도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관람객이 ‘좀비 슬레셔’를 체험하는 모습.

관람객이 ‘좀비 슬레셔’를 체험하는 모습.

■공포물에 결합된 ‘가상현실’

‘5G 어드벤처’의 특징은 공포물을 VR·AR 체험에 결합시킨 것이다. ‘어둠의 방’은 심령동호회 비밀 아지트에서 사라진 회원들을 찾는 스토리다. “깊은 산속의 외딴 별장. 한 심령동호회의 비밀 아지트. 매년 별장에 모여 초자연적 현상을 탐구하던 심령동호회 회원들이 어느 날 혼령을 부르는 의식을 하다 수많은 핏자국을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졌다. 랜턴 하나를 의지해 그날의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360 AR워크스루’라는 소형 빔프로젝터를 들고 25㎡ 방에 들어가서 벽을 비추면 그날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360 AR워크스루’로 캄캄한 벽면을 비추니 곳곳에서 보이지 않던 유령이 등장했다. 천천히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프로젝터를 벽에 비춰야 하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는 것이 겁이 나 끝까지 보지 못했다.

‘저주받은 인형’은 살인 사건을 지켜봐온 인형이 소재다. 연쇄 살인마가 살인했던 장소에서 살인 현장을 지켜봐야했던 ‘이사벨’이라는 인형에 살해당한 자들의 원혼이 깃들었다는 이야기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홀로 가상의 방에 남아 인형을 찾아내야 한다. 선반, 서랍, 화장대를 순서대로 만져보아야 ‘이사벨’이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빨간 공’이 중요 힌트다. ‘어둠의 방’은 가상현실에 촉감을 더해 몰입도를 높였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실제 방에 놓여 있는 서랍, 화장대를 만지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몰입감이 극대화된다.

서랍을 직접 열어야 미션을 성공할 수 있다.

서랍을 직접 열어야 미션을 성공할 수 있다.

그동안 VR 체험은 서거나 기구를 타면서 가상현실을 체험해 어지럽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어둠의 방’과 ‘저주받은 인형’처럼 방 안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으로 진화하니 몰입감이 훨씬 커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에버랜드에서 ‘5G 어드벤처’를 담당하는 김채은씨는 “관람객들 중에 ‘어둠의 방’은 포기하고 나오는 경우가 꽤 있는데 기존 VR과 달리 움직이면서 보니 현실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5G 시대에는 어떤 실감형 미디어가 등장할까

이밖에 해골 기사가 운전하는 마차를 타고 좀비와 마녀를 피해 달리는 ‘죽음의 질주(Deadly Rush)’, 마법사가 되어 좀비들이 가득한 공동 묘지와 호박괴물을 피해 핼로윈 축제까지 날아가는 마법 빗자루 가상여행 ‘마녀 비행(Flying Witch)’도 즐길 수 있다. ‘죽음의 질주’와 ‘마녀 비행’은 빗자루와 버스를 타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고전적 버전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5G 시대에는 어떤 실감형 미디어가 만들어질지 재현해보려고 했다”며 “귀신이 등장해도 현재는 약간 모습이 흐릿하거나 깨져서 현실감이 낮다면 고용량을 처리하고 반응속도가 빠른 5G 시대에는 훨씬 더 실감나는 가상·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빗자루 점프’는 관람객이 빗자루를 들고 뛰어오르는 모습을 포착해서 사진으로 보여준다. 카메라 15대가 동시에 촬영해 순간의 모습을 포착하는 ‘타임 슬라이스’ 기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카메라당 10MB씩 보내도 데이터 처리가 어렵지만 5G 시대에는 고용량 데이터를 한꺼번에 보낼 수 있게 된다”며 “‘타임슬라이스’는 생중계 등이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연 ‘5G 어드벤처’는 20~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19일까지 매일 오후3시부터 오후8시30분까지 운영한다. 에버랜드에 입장한 고객이면 누구나 5G 어드벤처를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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