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콘서트' 7000명 운집...이용마 해직기자 "도적들이 쫓겨났으니 MBC 국민에게 돌려줘야"

김지혜 기자
2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MBC 파업 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암 투병 중인 이용마 전 MBC 기자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2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MBC 파업 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암 투병 중인 이용마 전 MBC 기자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MBC, KBS 공영방송은 바로 국민의 것입니다. 도적들이 쫓겨났으니 원래 주인에게 모든 것들 돌려줘야 합니다.” MBC에서 해직된 이용마 전 기자는 2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가 개최한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깜짝 등장해 이렇게 소리쳤다.

콘서트 진행을 맡은 김민식 PD는 “사람들이 시트콤과 로맨틱 코미디 만들던 ‘딴따라’ PD가 왜 언론자유를 외치며 미친 듯이 싸우느냐고 묻는다”며 “이용마는 내게 그 이유를 가르쳐 준 스승”이라며 이 전 기자를 소개했다. 이 전 기자는 2012년 MBC 노조의 170일 파업을 이끈 노조 집행부였다가 파업 후 ‘사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 전 기자는 현재 복막암 판정을 받아 투병 생활 중이다.

이 전 기자는 이날 콘서트 무대에 올라 “파업 기간 중 꼭 한 번은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다”면서 시민들을 향해 “민주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했다. 그는 “원래 대한민국을 너무 사랑해서 애국 시민이라는 말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민주 시민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민주라는 말에는 인류가 발명한 가장 훌륭한 제도인 민주주의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또 영화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PD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언론이 질문을 못하면 민주주의가 망하는 겁니다”고 외치는 장면을 언급하며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언론의 자유고, 표현의 자유다. 그런데 지난 9년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사람은 말도 못하게 했다. 그게 바로 독재”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참다못한 국민들이 촛불 항쟁에 나섰고, 시민들의 위대한 항쟁으로 박근혜 정부를 끌어내렸다”면서 “도둑이 쫓겨났으면 훔친 물건들도 제 주인 찾아줘야 하지 않겠나. 공영방송의 주인은 원래 국민이다. 어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김 PD는 “이용마 덕분에 딴따라가 투사가 됐다. 이런 친구가 있는데 어떻게 싸우지 않겠나”며 이 전 기자를 끌어안았다.

25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지혜 기자

25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지혜 기자

이날 파업콘서트는 52일째를 맞은 MBC 노조가 시민들에게 파업 의의와 경과를 알리고 MBC·KBS 정상화를 강력하게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엔 MBC노조원 2000여명 등 주최 측 추산 7000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파업콘서트는 밴드 ‘혁오’를 비롯한 뮤지션들의 공연, 박주민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의 토크콘서트, 전·현직 MBC 아나운서들의 만남, 각계 인사들의 응원 영상까지 다채롭게 구성됐다.

이날 콘서트는 김 PD가 5년 만에 다시 연출한 ‘2017 MBC 프리덤’ 뮤직비디오 상영과 함께 시작됐다. 김 PD는 2012년 MBC 파업 당시 그룹 UV의 노래‘이태원 프리덤’에 MBC의 상황을 비판하는 가사를 담아 ‘MBC 프리덤’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이번 파업 상황에 맞게 다시 제작된 ‘2017 MBC 프리덤’은 “좀 있으면 김장철, 집에나 가 김장겸!” 등의 가사로 구성됐다. 해당 음악 뮤직비디오에는 MBC 해직자들인 최승호 PD, 박성제 전 기자, 박성호 전 기자 등이 출연했다. 김 PD는 “진짜 좋은 친구는 어려울 때 찾아와주는 친구다. 길거리에서 싸우는 파업 노동자를 지지하는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MBC 인기 프로그램인 ‘출발 비디오 여행’의 진행을 맡았던 박경추 아나운서는 최승호 PD의 영화 <공범자들>을 축약해 소개했다. <공범자들>은 이명박·박근혜 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고발하는 영화다. 박 아나운서는 “<공범자들>이 유투브에 공개된지 5일 만에 15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며 106분에 달하는 영화를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처럼 5분 분량으로 편집해 선보였다.

서인 아나운서와 김나진 아나운서는 올림픽 중계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적폐 올림픽’을 진행했다. ‘적폐 올림픽’은 MBC 전·현직 경영진이 보인 문제적 행보를 올림픽 종목에 빗댄 프로그램이다. ‘적폐 올림픽’에서 김재철 전 MBC 사장은 다이빙 선수처럼 합성된 이미지로 등장했다. 과거 김 전 사장의 “(내가) 공정 방송 못 지키면 한강에 매달아버려라”는 발언을 ‘올림픽 다이빙 종목 출전감’이라며 비판한 것이다. 김장겸 MBC 사장은 장대 높이뛰기 선수에 비유됐다. 높은 장대를 넘듯 4년 만에 MBC 보도국장에서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한 김 사장의 행보를 꼬집는 연출이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파업 응원 영상 메시지도 상영됐다. 김 전 대법관은 영상을 통해 “이 어려운 시기를 제대로 된 언론을 세울 수 있는 계기로 삼으셨으면 좋겠다. 이 시점을 계기로 언론을 바로 세워주시면 공직사회나 일반시민들이 살아가는데 좋은 사회, 서로 신뢰하는 사회로 갈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오후 5시30분부터 진행된 사전 행사에서는 영화 최승호 PD, MBC 인기 프로그램인 ‘마이리틀 텔레비전’의 권해봄 PD, 손정은 아나운서 등이 시민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는 행사를 진행했다. 최승호 PD는 “(파업콘서트는) 우리 싸움은 아직 고비가 남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이긴다는 확신으로 벌이는 잔치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잔치라서 기쁘다”라며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직접 MBC에 바라는 바를 적어 무대 옆에 게시하는 ‘스크래치 페이퍼’ 행사도 진행됐다. 시민들은 “힘내라 마봉춘”, “이제 그만 맘편히 MBC 좀 봅시다” 등의 메시지를 적었다.

파업 콘서트를 찾은 고등학생 박강솔양(18)과 박하은양(18)은 “영화 <공범자들>을 보고 MBC 파업에 관심 갖고 있다가 콘서트를 연다고 해서 왔다”며 “MBC가 국민의 방송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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