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담금질’ 마치고 돌아온 현대차 신형 ‘싼타페’ 시승기

김준 선임기자

앞 유리 HUD 모니터처럼 ‘선명’…출발·가속 언제든 ‘파워풀’

6년 ‘담금질’ 마치고 돌아온 현대차 신형 ‘싼타페’ 시승기

현대자동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가 6년 만의 담금질을 끝내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싼타페는 2000년 첫선을 보인 뒤 전 세계에서 430만대, 국내에서만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넘긴 ‘국가대표’ SUV다. 이름값처럼 판매나 성능 면에서 기본은 하는 모델이지만 현대차 직원들의 심장은 두근거린다.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수입차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시장에서 싼타페가 ‘돌격대장’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다행히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사전계약을 실시한 지 영업일 기준으로 8일 만에 1만4243대가 계약됐다. 신형 싼타페는 진화했을까. 시승하며 꼼꼼하게 장단점을 살펴봤다.

■ 운전자 배려하는 디테일 살아 있네…

2.0ℓ 디젤엔진을 얹은 4륜구동(AWD) 7인승 모델로 경기 파주·문산·김포 일대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싼타페를 몰아봤다. 시승차는 3600만원대 프레스티지 모델로, 웬만한 편의·안전장치는 대부분 갖췄다. 싼타페는 외형도 크게 변했지만 실내가 이전 모델에 비해 고급스러워졌다. 운전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앞 유리창에 표시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국산 SUV로는 처음 윈드실드에 주행정보가 표시된다. 소형 SUV 코나처럼 운전대 뒤에 올라오는 별도의 디스플레이 창에 표시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방식의 변화보다는 선명한 ‘화질’에 놀랐다. 앞 유리창에 투영된 정보들이 마치 액정화면 모니터에 표시된 영상처럼 컬러풀하고 섬세하다.

좌·우측 유리창 사이드미러 앞쪽에는 쿼터 글라스(작은 유리창)를 만들었다. 덕분에 앞 유리창과 측면 유리창이 마치 통으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A필러(앞 유리창과 좌·우측 유리창을 지지해주는 기둥) 하단 폭도 이전 모델보다 줄여 운전자가 훨씬 많은 시야를 확보하게 됐다. 운전자의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한 배려가 좀 더 있다. 라디오 볼륨이나 온도조절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하는 차들이 많아졌는데, 운전을 하면서 여러 차례 모니터를 클릭하며 해당 기능을 찾아 들어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 안전운전에도 방해가 된다. 싼타페는 조작이 잦은 라디오 볼륨이나 온도조절은 다이얼식으로, 멀티미디어 구동은 터치식으로 통일했다. 다이얼 돌리는 느낌이 고급 수입차 못지않다. 이처럼 신형 싼타페에는 운전자를 배려하는 디테일이 표나지 않게 숨어 있다. 시트도 그렇다. 열선 기능은 작동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온도를 낮춰준다. 일부 자동차는 열선 제어가 안돼 화상이 우려된다는 지적과 대조된다. 운전석 시트 끝부분에는 익스텐션 기능도 마련됐다. 하체가 긴 운전자는 시트가 짧으면 불편한데, 시트 옆 버튼을 통해 시트 끝단을 동그랗게 접거나 펴 운전자의 허벅지 사이즈에 맞출 수 있다.

■ 변속기 6단 자동에서 8단으로, 엔진은 개선만

신형 싼타페는 2.0ℓ와 2.2ℓ 디젤엔진,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심장으로 사용한다. 성능 검증이 끝난, 쓸 만한 엔진들이다. 특히 디젤엔진은 출력이나 효율, 정숙성 면에서 세계 유명 메이커 디젤엔진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싼타페에 올리기 전에 터보 기능을 개선하고 중량도 줄여 연비 향상을 꾀했다. 시승차에 얹혀진 2.0ℓ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m를 낸다. 특히 최대토크가 실용영역인 1750~2750rpm에서 골고루 터져 나와 저속과 중·고속 등 언제든 부족함 없는 힘이 나온다.

특히 출발 가속이 부드러웠다. 움직임을 느낄 새도 없이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치고 나갔다.

신형 싼타페는 이전 모델보다 차 길이가 70㎜ 더 늘어나고, 차폭도 10㎜ 넓어졌다. 공차중량도 7인승이 1915㎏으로 2t에 가깝다. 2ℓ급 엔진으로 버겁지 않을까란 생각은 잠시 달려보고 머리에서 지워졌다. 가속페달을 밟는 오른발이 지루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느낄 새 없이, 길이 5m에 가까운 덩치를 몰아세운다.

디젤엔진이지만 실내는 절제된 엔진 소음만 들린다. 엔진 소음만 따진다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차체 하부에서 올라오는 로드 노이즈, 서스펜션을 구성하는 쇼크업소버와 각종 링크류가 빚어내는 소음이 무척 절제돼 있다. 자유로에 접어들어 시속 80~100㎞ 중고속 구간에서 가속 성능을 체크했다. 제네시스 G70, 스팅어처럼 저·중·고속 전 영역에서 치고 나가는 박진감은 없지만 꾸준히 속도를 높여 고속구간으로 접어드는 능력을 지녔다. ‘콤포트, 스포츠, 에코, 스마트’ 등 몇 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콤포트 모드에 놓으면 무리 없는 달리기가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는 고성능차처럼 구동력이나 배기 사운드가 대폭 증가하지는 않지만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수준은 된다.

8단으로 바뀐 자동변속기는 마치 무단변속기처럼 매끄럽다. 수동으로 전환해 고단에서 저단, 저단에서 고단으로 바꿔도 엔진 회전수만 달라질 뿐 충격이 거의 없다. 하지만 기어 레버를 주행(D)에 놓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엔진 진동이 제법 많이 운전대에 전해진다. 중립(N)에 놓으면 떨림이 줄어들어 정차 때는 기어레버를 중립에 옮길 때가 많았다.

■ 단점을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고속 주행 때도 불안함이 없다. 차체 평균 인장강도를 이전 모델에 비해 14.3% 끌어올렸다고 한다. ‘속도를 낼수록 더욱 강하게 노면을 움켜쥔다’ ‘독일차 수준에 올랐다’는 칭찬을 하기엔 조금은 부족하지만 아주 빠른 속도에서도 노면을 잘 잡고 달린다.

고속에서 풍절음은 신기하게도 시속 100~110㎞가 넘으면 속도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다. 최고속도에 가깝게 달려도 차체에 부딪히는 바람소리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았다.

서스펜션은 한국 운전자 ‘취향’이다. 전륜 맥퍼슨, 후륜 멀티링크 방식을 유지했는데, 무르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인터체인지에서 코너를 빠른 속도로 빠져나와도 차로를 벗어나거나 크게 쏠리지 않았다. 제동 때도 차를 잘 받쳐준다. 하지만 주행 중에 엉덩이를 아주 미세하게 자극하는, 차량 하부에서 꼼지락대는 ‘뭔가’가 있다.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하면 단박에 잡을 수 있겠지만, 싼타페에는 호사스럽다. 서스페션 지오메트리 조정 등을 통해 매끈하게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브레이크는 전혀 이질감이 없다. 이 또한 한국인 취향이다. 속도를 면도칼처럼 단숨에 반토막 내는 타입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낮추는, 편안한 제동이 이뤄진다.

인상적인 것은 조향감이다. 과거의 유압식 스티어링 휠(운전대) 어시스트와 달리 요즘 차들은 전기모터를 이용해 운전대를 돌려준다. 칼럼 타입과 랙 타입으로 나뉘는데, 과거 싼타페는 운전대를 돌릴 때 이질감이 도드라지는 칼럼 타입을 사용했다. 신형 싼타페는 이 같은 단점을 없앤 랙 타입이다. 운전대를 돌리는 맛이 아주 자연스럽다. 정지 상태에서는 새끼손가락으로도 ‘휙휙’ 돌릴 수 있지만 고속에서는 바위덩이처럼 좌우에서 딱 버티던, 값싼 조향감이 사라졌다.

연비는 현대차가 밝힌 공인연비(19인치 타이어 기준 ℓ당 12㎞)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절반 정도는 주변 차량 움직임에 맞춰 달렸고, 나머지는 레드존 가까이 엔진 회전수를 높이고 최고속에 가깝게 달렸는데도 ℓ당 11㎞를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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