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로 방치된 충북 보은 속리산 ‘에밀레 박물관’ 다시 문연다

이삭 기자

‘도깨비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에밀레박물관이 다시 문을 연다.

에밀레박물관 복원추진위원회는 오는 26일 박물관 복원을 축하하기 위한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에밀레박물관은 한국 민화연구에 힘을 쏟던 고 조자용 박사가 1967년 세운 사립 민속 박물관이다.

조 박사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박물관을 개관한 뒤 1983년 4월 속리산 초입으로 박물관을 옮겼다.

1983년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에 문을 연 ‘에밀레박물관’ 전경.|에밀레박물관 복원추진위원회 제공

1983년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에 문을 연 ‘에밀레박물관’ 전경.|에밀레박물관 복원추진위원회 제공

1만1000여㎡ 규모의 이 박물관은 국내 최대 민화 전시관이자 도깨비 관련 조각과 소품 등을 보관하던 곳이다.

박물관에는 십장생, 까치호랑이 그림을 비롯해 사령도(四靈圖:용·봉황·거북·기린)·운룡도(雲龍圖)·약리도(躍鯉圖:잉어가 변해 용이 되는 그림)·어락도(漁樂圖)·쌍압도(雙鴨圖)·백자도(百子圖), 풍운·우레를 내리는 도깨비상인 치우도(蚩尤圖) 등 수많은 민화가 소장돼 있다.

하지만 2000년 조 박사가 타계한 뒤 수년간 방치되면서 흉물로 전락했다.

2014년에는 화재로 건물 2채(231㎡)와 장식품 등이 불에 탔다.

조 박사의 친인척과 민속학계는 시간이 갈수록 폐허로 변해가는 박물관을 다시 살리기 위해 최근 복원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추진위원장은 조씨의 외손자이자 에밀레박물관 법적 재산관리인으로 지정된 이만동씨(61)가 맡았다.

이들은 3~4개월 동안 무너진 시설을 정리하고, 수장고 등에 남아있던 민화 등을 수습했다.

복원추진위원회는 오는 26일 복원된 에밀레박물관에서 ‘왕도깨비의 부활’이라는 기념 음악회를 연다.

음악회에는 피아니스트 리카C, 거문고 연주가 김규리씨 등이 출연하고, 조자용 회고 영상쇼도 함께 펼쳐진다.

에밀레박물관 복원추진위원회가 폐허로 변한 박물관 내부를 정리한 모습.|에밀레박물관 복원추진위원회 제공

에밀레박물관 복원추진위원회가 폐허로 변한 박물관 내부를 정리한 모습.|에밀레박물관 복원추진위원회 제공

또 ‘조씨의 삶과 민속세계’를 조명하는 포럼과 그의 유품과 수습한 민화 등을 볼 수 있는 전시회, ‘호랑이와 까치’ 주제의 조각전도 열린다.

조 박사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구조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건축 전문가다. 귀국 후 민화에 매료돼 학회를 설립해 도깨비, 삼신사상 등을 연구하며 민속학 발전에 기여했다. 1981년에는 미국 베일러대학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씨는 “이번 행사는 에밀레박물관의 부활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박물관을 되살려 속리산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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