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누적 8조원 투자…전 세계 공장 중 최대 규모
1만명 직원 일 1400대 생산…산학협력으로 신기술 적용
수입차 관세 회피 효과도
BMW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 X4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차뿐만 아니라 모델의 역사가 짧은 X1과 X2를 제외한 X3, X5, X6가 모두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국도에서 주행 테스트가 한창인 신차 X7도 이 공장에서 만든다. BMW 배지를 달지만 독일산이 아닌 미국산 차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25%에 이르는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 공장의 위상과 의미가 좀 더 커졌다. 세단과 함께 승용차의 절반에 해당하는 SUV를 미국 현지에서 만드는 덕분에 관세 부과 정책이 실시되더라도 큰 걱정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독일 기업인 BMW는 1994년 스파르탄버그공장을 세운 이후 25년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지역사회와 호흡해왔다. 지난해까지 BMW그룹이 이 공장에 투입한 금액은 80억달러(약 9조원)에 이른다.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1만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10시간 2교대 체제로 일하며 하루 평균 1400대, 연간 총 41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 BMW 공장 중 가장 많은 생산량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지난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이 공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미국 내 일자리는 7만개나 된다. 경제적 영향은 연간 385억달러(약 43조원)다. 독일 브랜드지만 미국의 ‘기업시민’으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파르탄버그공장은 지역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조립 품질을 향상시키는 공장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말쯤엔 기존에 없던 ‘시각적 검사(Visual Inspection)’ 시스템을 조립 공정에 추가한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방문한 클렘슨대학 국제자동차연구센터 내의 ‘BMW그룹 정보기술 연구혁신센터(ITRC)’에서는 고해상도 카메라로 차량의 전체 사진을 찍어 한 번에 여러 부분의 단차를 확인하는 연구가 막바지 속도를 내고 있었다. 차량 도어와 차체 사이의 일정하지 않은 틈새인 단차는 기존에는 사람이 눈으로 일일이 확인했다. 그러나 연말부터는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해 불량 부위를 골라낼 수 있어 불량률이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이 신기술은 ITRC에서 개발했다. 이곳에는 BMW와 정보기술(IT) 업계 엔지니어, 대학원생 등 4500여명이 머물며 인공지능(AI), 가상현실(AR·VR), 빅데이터, 딥러닝 분야를 활용해 자동차 제조 신기술을 개발한다. BMW는 클렘슨대 대학원 엔지니어링 센터와도 협업하고 있는데, 최근 그들이 개발한 차량 내부 청소용 로봇도 올해 스파르탄버그공장에 실제 적용할 방침이다. 흔히 미국산 차량은 조립 품질이 유럽이나 일본산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을 듣지만 스파르탄버그공장은 이 같은 산학협력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함께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