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맞은 동물단체들, ‘토리’ 인형 들고 “개고기 금지”…꽃상여 들고 청와대로

허진무 기자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회원이 농장에서 폐사한 개 사체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회원이 농장에서 폐사한 개 사체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초복을 맞아 동물권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개고기를 반대하는 집회·행사를 일제히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유기견 ‘토리’ 인형을 시민에게 전달하고, 꽃상여를 지고 청와대로 항의 행진을 벌였다. 또 개 사체를 직접 보이며 개 식용 반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초복인 17일 오후 시민단체 동물해방물결,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개식용종식시민연대 등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18 황금개의 해 복날추모행동’ 집회를 열고 정부에 개 도살 금지법을 요구했다. 광장에 모인 100여명은 ‘개 도살 금지하라’라고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정부는 개 식용 방관 말라”, “정부는 더 이상 숨지 말라”, “정부는 개 도살 금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국 정부는 개 식용 문제의 법적 모순을 30년 넘게 방기해왔다. 개 식용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비인간 동물도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악습이 된 전통을 극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소속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 뒤 꽃상여를 지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소속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 뒤 꽃상여를 지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개들은 전국에서 목이 매이거나 전기봉으로 잔인하게 죽어가는데 정부는 아무런 법적 처벌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숨어 있기만 하는 정부에게 개고기 문제를 바로 마주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개는 축산법상 ‘가축’이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축산업 허가나 등록 없이 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다. 개 농장이 동물을 잔인한 방식이나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과 충돌하며 개는 법의 경계에 놓이게 됐다.

크리스 드로즈 LCA대표는 “개 축산업을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을 외국인에게 듣는 것이 일부 한국인에게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미국에서는 인간을 노예로 소유하고 살해하는 것이 합법이었던 문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비슷한 변화가 한국의 문화에도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개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문화의 더 큰 부분이다. 개 식용도 노예제도만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개고기를 금지하라”라고 한국어로 외쳤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소속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 뒤 꽃상여를 지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소속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 뒤 꽃상여를 지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이들은 경기 포천의 한 개 농장에서 폐사한 개 사체 11구를 들고 10여분간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죽은 개들을 추모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의미로 꽃상여를 지고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해 청와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날 집회에 등장한 개 사체들은 다음날인 18일 화장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동물권단체 케어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개식용을 반대하고 입양을 독려하는 ‘아임 낫 푸드 - 먹지 말고 안아 주세요’를 열었다. 이 행사가 열린 시청광장에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모델로 만든 토리 인형 2018개가 하트 모양으로 놓였다. 케어는 지난달 ‘토리 인형 입양 프로젝트’를 통해 사전신청을 받아 토리 인형을 전달했다. 이 행사에는 실제로 문 대통령의 장녀 문다혜씨가 토리를 데리고 비밀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동물권단체 카라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보신문화로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 ‘마루’ 같은 토종견 백구나 황구가 식용으로 도살된다”라며 “이제는 개식용 종식으로 마루의 친구들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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