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왜 ‘대기업 2,3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비교했나

정유미 기자

유시민 작가의 국내 대기업 2·3세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교 발언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에 핵폐기 움직임과 관련해 절대권력을 물려받은 김 위원장이 체제변화를 추구하는 점을 평가하면서, 혁신하지 못하는 대기업 2·3세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유 작가는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큰 기업의 2·3세 중에서 김정은만 한 사람이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유 작가의 행보는 처음부터 달랐다. 그의 강의는 ‘한반도 평화의 시대의 한국사회, 무엇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주제로 오전 10시4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유 작가는 강사 대기실에 있지 않고 1시간전 부터 청중석에 앉아 다른 강의를 들었다.

강단에 오른 유 작가는 “(기업하는 분들에게) 제가 별로 환영 받지 못한 캐릭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저를 좌빨이라고 생각하시거나 무조건 노동자 편을 드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저를 경제에 관심없고 맨날 정치나 하는 사람으로 보시기 때문에 기업에 강의한 적이 없다. 3년전까지는 1년에 200회 전국 다닌 적이 있는데 기업이 초대한 것은 딱 한번이었던 것 같다. 기업 실무자들이 기획해서 초청해오면 ‘위에 미리 물어보시라’고 했다. 10번 중 9번 이상은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이 오곤 했다(좌중 웃음). 오늘 이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유시민 작가가 19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유시민 작가가 19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유 작가는 한국 기업들이 한반도 평화시대를 맞아 어떻게 사업을 구상해야 하는 지 경제지리, 인구변화, 군비 축소, 북한 체제변화 등 4가지 측면에서 강의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달라질 기업 환경과 기업의 역할을 알기 쉽게 조목조목 설명했다.

유 작가는 “한반도 종단 철도와 유라시아 철도 등이 이뤄지면 대륙간 물류에 엄청난 변화가 온다. 에너지만 해도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육로로 들여오면 석탄 등 철광석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미세먼지 등 공해문제까지 해소시킬 수 있다”며 해상만이 아닌 육로를 통한 새로운 사업구상을 제안했다.

또 “한국의 고령화와 저출산은 기업에서도 풀어야 할 난제”라면서 “인구학적 측면에서 북한은 유소년 인구가 많아 기술, 자본, 노동력을 결합해 경제권을 하나로 통합한다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남북 공존시대 군비경쟁이 종식되면 휴전선에 결집해 있는 남북한 청년 200만명이 국가산업 발전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북한 체제변화를 얘기하면서 유 작가 특유의 어법으로 간단하게 언급한 내용이었다. 유 작가는 준비해온‘개와 고양이’ 사진 2장을 강단 화면에 띄웠다. 첫번째 사진은 개와 고양이가 서로 싸우는 사진인데 마치 남북한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모습같았다. 반면 두번째 사진은 개와 고양이가 서로 포근히 안고 있는 행복한 모습이었다.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좋지 않은 상극으로 알고 있지만 시간을 갖고 서로를 차츰 알아가면 환상의 짝꿍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유 작가는 때문에 남북 평화시대에 기업의 역할이 더 없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데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나서게 될 것이고 깊고 넓게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가 19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유시민 작가가 19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그러면서 북한의 체제변화와 관련, “여기 기업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큰 기업의 2·3세 경영자중에 김정은만 한 사람이 있냐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할아버지, 아버지한테 절대 권력을 물려받았는데 바꾸고 싶어한다. 다르게 쓰려고 한다. 그게 혁신이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아버지 보다 낫게 하려는 2세, 3세 경영자가 몇 명이나 되냐”고 했다.

유 작가는 “북한은 체제 전환을 할 수 밖에 없고, 하고 있다”며 “핵을 끌어안은 채 가난하고 비참하게 사는 길과 핵을 버리고 좀 더 행복하게 사는 길 사이에서 고민해서 후자를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 생각엔 (북한이) 미국에 핵폭탄을 다 주었으면 좋겠다. 미국이 배를 가져와서 (북한 핵폭탄을) 북미수교하는 날 다 실어갔으면 좋겠다(좌중 웃음)”고도 했다.

유 작가는 “개성공단부터 열리겠지만 북한과 기업하기에는 언어와 문화 등 남북간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안들어 생산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북한은 토지소유권을 국가가 아닌 당과 정부 고위급 인사에게 넘겨 해외 자본에 장기 임대하거나 합작형태로 경제를 발전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중국 접경지역이나 해안가에 경제개발특구를 20여 개나 세운 만큼 북한 내수용 생산품이나 중소기업이 진출해서는 전망이 없다.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는 잠재적인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자 몇몇 기업인들은 유시민 작가의 책을 직접 가져와 저자 사인을 받는가 하면 줄지어 휴대폰으로 유 작가와 환하게 웃으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는 데도 유 작가가 강연장을 나설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기업인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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