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반대’ 대법관 4인 “국가안보 위해 양심의 자유 제한 가능”

박광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양심적 병역거부 ‘병역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대법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양심적 병역거부 ‘병역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대법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 13명 중 9명의 다수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가운데, 나머지 4명의 대법관은 국방의 의무와 안보현실 등을 근거로 형사처벌이 유지되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내놨다.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종교와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병역법 제88조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들 대법관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는 질병이나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들 대법관은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바탕이 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현실 또한 반대의견의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이들 대법관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감안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수차례 외세의 침략을 받은 참혹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헌법은 국방의 의무에 대한 일체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들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경우 ‘병역의무의 형평성’도 훼손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크게 벗어나는 것”이라며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국군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도 했다.

다수의견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에 대해 반대의견은 “이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정종파의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김소영·이기택 대법관), “특정 종교의 독실한 시도인지를 가려내는 기준일 뿐”(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이 보호하는 양심의 범위를 근거없이 제한해 결과적으로 양심의 자유를 더욱 억제한다”는 보충의견도 내놨다.

반대의견의 대법관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대체복무제의 도입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19년 12월31일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 등 시혜적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면서 “무죄 선고를 가능하게 하는 다수의견의 해석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기택·김소영 대법관은 “피고인이 처벌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다만 이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된 법질서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이들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도록 한 2004년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 대법관은 “기존 법리를 변경할만한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도 없다”고 했다.

▶[속보]대법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해선 안돼” 14년만에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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