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경향신문 상대 소송 패소

유설희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  권호욱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  권호욱 기자

이완구 전 총리(69)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처음 보도한 경향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15일 이 전 총리가 경향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이 전 총리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24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부여 선거사무소에 불법 선거자금이 든 ‘비타500 박스’를 놓고 왔다는 경향신문 보도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4월 3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경향신문 보도에서 추정된 ‘비타500 박스’가 이 전 회장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 전 총리 측은 “비타500 박스 부분은 허위이며, 경향신문이 악의적으로 비타500 박스를 부각시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측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부분은 ‘성완종으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이므로 비타500 박스 자체로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금품의 전달매체가 비타500 박스가 확실한지 여부에 대해서 객관적인 자료로 최종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보도할 수 있다”며 “이러한 언론보도로 인해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향신문의 의혹 제기는 공직자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관한 언론 감시와 비판기능의 중요성에 비춰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은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던 2015년 4월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완구 당시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등 유력 정치인 8명에게 돈을 건넨 구체적인 정황을 폭로했다. 경향신문 보도 이후 10여일만에 총리직 사의를 표명한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에게서 선거자금으로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 녹취록과 성 전 회장 측 인사들의 관련 진술을 핵심 물증으로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는 녹취록에 대해 “(이 전 총리 부분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증거에서 배제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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