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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혜리 기자
11일 오후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에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1일 오후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에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지 66년 만이다.

헌재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이 재판관 4명(헌법불합치), 3명(단순 위헌), 2명(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고 11일 선고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이 위헌이기는 하지만 바로 무효화하면 법의 공백이 생기거나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때 국회에 시한을 주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결정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불합치와 단순 위헌 의견을 합쳐 총 7명의 재판관이 낙태 처벌 조항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여성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임신·출산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해당 조항이 임신기간 여하에 상관없이 모든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이같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특히 모자보건법에서 일부 낙태가 허용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갈등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여성에게 고통을 가중하는 게 문제라고 재판관들은 지적했다. “출산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까지도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게 7명 재판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다만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전의 낙태에 대해 여성이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낙태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해서는 국회의 입법에 맡기는 게 맞다고 했다.

반면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임신 22주 이후에는 낙태를 제한하는 게 맞다면서도 이른바 ‘임신 제1삼분기(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는 어떠한 사유이든지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낙태 처벌 조항은 이미 사문화돼있어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즉시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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