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골칫거리 된 ‘부이’

임아영·배동미 기자
경남 통영 앞바다 굴 양식장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부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점처럼 떠 있다. 각각의 부이에는 어린 굴을 매단 줄이 길게 매달려 있고, 이곳에서 굴이 자라게 된다.

경남 통영 앞바다 굴 양식장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부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점처럼 떠 있다. 각각의 부이에는 어린 굴을 매단 줄이 길게 매달려 있고, 이곳에서 굴이 자라게 된다.

‘부이’는 양식장에서 물 위에 띄워 표지로 삼거나 수산물을 생산하는 데 부력을 유지하는 도구다. 바다에 떠 있는 하얀 부표를 상상하면 쉽다. 보통 뜰 부, 사람 자자를 써서 부자(浮者)라고 부르고 영어로는 부이(Buoy)라 한다. 보통 30ℓ급 부이는 미역, 다시마에 쓰이고 60ℓ급 부이는 굴, 멍게 양식에 쓰인다. 바지선에 쓰이는 100ℓ급 부이도 있다. 부피가 커서 무거울 것 같지만 60ℓ 부이가 1㎏ 정도 된다. 60만~70만개의 알갱이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햇빛에도 물살에도 잘 부서진다는 것이고, 이는 곧 미세플라스틱(5㎜ 이하의 합성 고분자화합물)이 된다는 뜻이다.

1970년대 최초로 보고된 미세플라스틱이 최근 새로운 해양 오염물질로 급부상했다. 미세플라스틱 하면 흔히 빨대나 페트병, 비닐봉지 등을 떠올리지만 정용재 통영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해양 쓰레기, 미세플라스틱을 논의할 때 부이를 빼놓고 논의하고 있다는 게 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해안은 더욱 그렇다. 굴을 양식하는 곳, 물고기를 양식하는 곳이라면 부이가 필수적이다.

경남 통영 바다에 얼마나 많은 부이가 있는지 지난달 15일부터 2박3일간 취재했다. 부이는 새 부이가 쌓여 있는 모습, 바다에 들어갔다가 다음 양식에 쓰일 목적으로 햇볕에 말리고 있는 모습, 바다 위에서 굴을 매달기 위해 띄워놓은 모습, 바람과 파도에 탈락해 작아진 모습, 아예 알갱이가 되어 흙과 섞여 있는 모습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통영은 전국 굴 생산량의 70% 넘게 차지할 정도로 굴 양식이 활발하다. 굴뿐 아니다. 멍게, 미더덕 등 부이를 많이 사용하는 양식업이 발달했고 항구도시로 다양한 어선 어업이 이뤄지고 있다. 스티로폼 부표의 쓰임새는 김 양식장이 44%, 굴이 30%로 두 업종이 전체 사용량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통영 외에도 경남 고성과 거제, 전남 여수·신안·완도·진도·해남 등이 양식을 위해 부이를 많이 사용한다.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이 2012~2014년 한국의 18개 해안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오염물질의 99%가 스티로폼이었다. 이 스티로폼 조각들은 굴 양식장 등에서 사용하는 부이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몸에 축적돼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헥사브로모사이클로도데칸(HBCD)의 농도 분포가 남해안 양식장의 위치와 유사하다는 조사도 있다. 2017년 해양과학기술진흥원 조사를 보면 경남 거제와 마산 일대의 양식장과 근해에 있는 굴·담치·게·지렁이의 97%는 체내에 미량이라도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어 있었다. 미세플라스틱이 소화기관에서 발견된 어패류는 장이 팽창했고, 몸이 무거워져 움직임도 둔했다.

부이에서 나온 각종 물질의 위해성에 관해서는 지금껏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바다가 오염되면 바다 먹거리도 오염되고 먹이사슬로 연결된 우리의 삶도 위태롭게 된다. 통영환경운동연합 박차수 팀장은 “결국 사람이 버린 것을 사람이 재섭취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스티로폼이 밀려다니면서 잘게 부서지고, 부서져 있다 떠밀려오면서 잘게 부서지는데 이것을 결국 멸치 같은 소형 어류가 먹게 됩니다. 멸치를 큰 물고기가 먹게 되면 배출이 안되거든요. 결국 사람이 먹게 됩니다. 아주 큰 악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부를 상징했던 ‘하얀 꽃’…이제는 저게 뜨면 안되는데

[커버스토리]미세플라스틱 골칫거리 된 ‘부이’

부이 1개당 굴 40개씩 매다는
수하식 양식이 대세인 남해
국내선 연 5000만여개 쓰여
380만개가 폐스티로폼으로

통영 경제 살찌우던 효자들
파도에 깎이고 잘 부스러져
알갱이는 해안가 흙과 뒤범벅
쓰레기섬이 된 이웃 무인도
‘우리 삶도 위태롭게 했구나’
주민들 직접 수거작업 나서며
버리던 습관도 조금씩 변화

지난달 17일 경남 통영시 용남면 원평리에서 거제대교 인근 바다를 바라보며 부이가 얼마나 바다에 많은지 촬영해봤다. 가늠할 수 없었다. 부이는 바다 위에 조밀한 점처럼 하얗게 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2008년부터 전국 해안 쓰레기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2017년 전국 40개 해안에서 6회에 걸쳐 수거한 해안 쓰레기는 6만943개, 9729.8㎏, 6만3556ℓ인데 개수 기준으로 보면 플라스틱 58.1%, 스티로폼 12.6%로 플라스틱류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부피 기준으로 하면 스티로폼 비율이 38.5%로 플라스틱(34.9%)보다 높다. 2016년 해수부는 ‘어업용 폐스티로폼 생애주기 관리’를 시작하며 부이를 ‘해안 오염의 주범’이라고 표현했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7만7880t 중 폐스티로폼 부표(부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5.6%인 4382t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나 부피를 기준으로 할 경우, 30%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전국 해안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쓰레기”라는 것이다.

■ 연간 5000만여개 탄생

현재 국내에서 부이는 1년에 5000만여개 사용된다. 이 중 문제가 되고 있는 폐스티로폼 부표의 연간 발생량은 380만개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 쓰레기의 80%는 육상으로부터 내려오고, 조업 중 발생한 쓰레기가 20% 정도다. 반면 국내에서는 해상에서 기인한 쓰레기의 비중이 높은데, 어업 등 해상 활동이 다른 나라에 비해 활발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양식 특수성도 또 다른 이유가 된다. 부이에 매달아 굴을 자라게 하는 방식을 ‘수하식’이라고 하는데, 바다 위에 부이를 띄우고 어린 굴을 매단 줄을 바닷물 속에 내려 키우게 된다. 이는 간조에 굴이 바깥에 노출되는 방식으로 키우는 투석식(땅에 돌멩이를 던져넣어 돌에 굴을 붙이는 방법), 지주식(조간대에 긴 나무를 박아 굴을 붙이는 방법)과 달리 스티로폼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오후 어민 박문철씨(59)가 광도면 안정리 앞바다에 나가 바다에서 굴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보여줬다. 10여분간 배를 타고 1.5마일(2.4㎞)을 나가자 ‘하얀 부이 꽃’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박씨의 어장에 도착해 부이에 매달린 줄을 감아올리자 굴이 줄에 딸려 올라왔다. 들기 힘들 정도의 무게였다. 지난해 7월 양식을 시작해 올해 10월 재배할 굴로 7~8m까지 줄줄이 매달려 있는데 1줄당 60㎏ 정도 나간다고 했다. 따개비 등 ‘잡물’도 부이에 주렁주렁 달린다. 부이에 매달린 줄이 점점 무거워지는 이유다.

이날 오전 가본 강도면 죽림리 강춘생씨(64) 굴 가공작업장에서는 줄에 매달 굴 껍데기에 종패를 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성 5명이 굴 껍데기에 종패를 붙이고 있었다. 지난해 수확한 굴 껍데기에 구멍을 뚫어 종패를 붙이는 과정을 ‘채묘’라고 한다. 굴, 진주조개, 가리비 등 유생을 부착하는 일이다. 이 굴 껍데기들을 6~7m 검은색 코팅사에 30~50㎝ 간격을 두고 매달아 내려보낸다. 한 줄에 30~40마리씩의 굴이 자란다고 보면 된다. 수하식은 굴을 많이 키울 수 있는 방식이라 어업인들이 선호한다.

원래 한국에서도 간조 차이가 큰 서해안에서 투석식, 지주식으로 굴을 키웠지만 남해에서 수하식으로 굴을 기르면서 1960년대부터 이 방식이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티로폼 부이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그 이전에는 유리 부표를 사용했다.

■ 한려수도에 쌓인 부이 쓰레기

부이가 방치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쓰레기섬’을 가봤다. 지난달 15일 오후 1시 경남 통영시 용남면 화삼리 선촌마을에서 방화섬으로 가는 배를 탔다. 주민들이 탄 배가 바다 물살을 가르기 시작하자 바다 위에 떠 있는 하얀 부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때 바다에 떠 있는 부이를 보면서 통영 경제를 먹여살리는 핵심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 정용재 통영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굴이 통영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이 없이는 굴을 키울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영 경제의 기둥인 부이는 이제 해양 쓰레기가 되어 곳곳에 쌓여 있다. 바다에도, 육지에도.

“한번 가보소. 처음에는 쓰레기섬이었어요. 지난해 3월부터 1년3개월 동안 치운 게 저만큼이에요. 바람만 불면 또 오고 태풍이 불면 더 오고. 일주일에 두 번씩 치우니까 많이 줄어들었지예.” 배 위에서 황영순씨(58)는 방화섬이 처음에는 쓰레기섬이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였기에 쓰레기섬이라고 불렸을까. 10분 정도 지나니 방화섬이 나타났고 섬에 발을 디디자마자 쓰레기섬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쓰레기로 덮이지 않은 땅을 눈으로 찾기 어려웠다. 페트병, 고무장갑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이 지경이 됐을까.

‘이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파도에 밀려온 것이다. 바다를 통해 넘어오는 쓰레기들은 무인도에 차곡차곡 쌓였다.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1년에 덥고 추울 때를 뺀 여덟 달, 일주일에 2번씩 이 섬에 와서 쓰레기를 치웠다. 주민들은 지난 1~2월에 쉬고 나서 3월에 다시 왔다. 두 달 사이에 쓰레기가 또 엄청나게 쌓인 탓이다. 처음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을 때는 50㎝ 정도의 쓰레기층이 쌓여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모래가 보인다. 하지만 한 주 지나 다시 와보면 또 부이 조각들이 밀려와 있다고 했다.

해양 쓰레기들은 치우는 것도 돈이다. 해양 쓰레기는 바다 위에 떠 있거나(부유) 바다 아래에 가라앉아 있거나(침적) 해안가로 떠밀려온(해안) 쓰레기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해안 쓰레기는 t당 35만원, 침적 쓰레기는 t당 149만원으로 육상 쓰레기에 비해 수거 비용이 많이 든다. 해안선이 길고 해양 관할권은 광활해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다 치울 수가 없다. 먼바다, 무인 도서, 작은 섬 등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주인구가 적은 곳의 쓰레기는 제때에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가 켜켜이 쌓이지만 일부러 치우러 가지 않으면 방치될 수밖에 없는 곳들이다.

주민들을 따라 해안선이 움푹 들어간 곳으로 이동했다. 쓰레기가 모이는 지점이다. 가장 많이 쌓여 있는 쓰레기는 부이였다. 부이는 잘 깨진다. 파도와 바람에 쪼개지고 햇빛에도 쪼개진다. 흙 사이사이에 하얗게 부서진 부이의 알갱이들이 가득했다. 통영 바다에서 주로 쓰는 60ℓ의 부이들은 바다에서 사용되다가 부서져오며 이곳까지 이르렀다. 주먹만 한 부이 조각부터 알갱이가 된 부이들까지 부이로 뒤덮여 있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 실제로 얼마나 잘 부서지는지 부이끼리 마찰시켜봤다. 5~6번만 문질러도 알갱이가 공기 중으로 날아갔다. “채로 쳐서 갖고 갔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정정옥 선촌마을 부녀회장은 부이 알갱이들을 따로 골라낼 수 없어 흙째로 퍼서 포대자루에 담았다.

■ 일석삼조, 부이 수거 작업

<b>속 드러난 폐부이…건축 자재로</b> 재활용 부이를 재활용하는 통영시 감용시설에 폐부이가 쌓여 있다(왼쪽 사진).  굴껍데기 등 부산물을 제거한 부이가 재활용을 기다리고 있다(가운데). 감용기에 부이가 들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부이는 고온으로 압축돼 건축 소재로 재활용된다 (오른쪽). 사진 크게보기

속 드러난 폐부이…건축 자재로 재활용 부이를 재활용하는 통영시 감용시설에 폐부이가 쌓여 있다(왼쪽 사진). 굴껍데기 등 부산물을 제거한 부이가 재활용을 기다리고 있다(가운데). 감용기에 부이가 들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부이는 고온으로 압축돼 건축 소재로 재활용된다 (오른쪽).

3시간 동안 22명의 주민들이 그물망 5개에 큰 포대 20개, 작은 포대자루 100개를 담았다. 쓰레기의 총무게는 1000㎏. 정정옥 부녀회장은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기 전에는 부이가 ‘바다 위에 핀 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저게 뜨면 안되는데 생각하게 됐죠.” 치우고 나면 자각하게 된다. 3년 동안 바닷가 생태조사를 한 고등학교 환경 동아리 학생들도 달라졌다. 버리지 않고 줍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쓰레기 전시를 열어 어른들에게 문제점을 알리기 시작했다.

어른들도 달라질 수 있을까. 부녀회, 노인회, 마을회 주민들도 수거 작업에 참여하더니 생각 없이 바다에 버리던 장갑 등을 배에 가지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물에 걸리는 쓰레기도 주워왔다. “습관적으로 버리던 장갑을 집에 가지고 와서 버리게 됐다고 스스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차마 버릴 수 없었다고요. 예전에는 마을에서 쓰레기 소각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어요. 그게 사라졌어요.”(정정옥 회장) 굴 양식하는 어민들은 어떨까. 통영환경운동연합은 6월부터 굴 양식 어민들을 대상으로 해양 쓰레기 교육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욱철 통영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작은 돈과 노력으로도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고 실제 주민들의 생활 패턴이 바뀐다는 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통영환경운동연합은 201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에 ‘견내량 해양 쓰레기 정화사업’을 신청해 3년간 5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통영시·거제시는 뗏목 등 기자재를, 통영 지역 5개 수협은 크레인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통영, 거제 지역에서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역 주민이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하면 3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쓰레기가 어디에 모이는지 파악이 쉽기 때문에 쓰레기 수거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둘째, 작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직접 소득이 돌아간다. 이 사업을 통해 주민들은 5시간 동안 수거하고 5만원의 일당을 받는다. 셋째, 작업에 참여하는 주민들 생각이 바뀐다. 버리는 사람에서 버리지 않는 사람, 치우는 사람으로.

|대체할 것 없는 ‘하얀 꽃’…산처럼 쌓이는 바다 쓰레기

어민들이 회수한 폐부이가 통영 해안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부는 환경보호를 위해 폐부이 재활용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연간 380만개에 이르는 폐부이를 수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어민들이 회수한 폐부이가 통영 해안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부는 환경보호를 위해 폐부이 재활용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연간 380만개에 이르는 폐부이를 수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 부이의 재활용

스티로폼 부이의 유통기한은 천차만별이다. 업체에 따라 3~5년을 잡지만 쓰는 동안 알갱이가 얼마나 탈락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통 굴 어장에서는 200m 한 줄에 부이를 150~170개 매단다. 굴이 잘되면 매다는 숫자도 늘어난다. 1㏊당 10줄이기 때문에 1500개에서 1700개가 달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8㏊를 갖고 있는 어장이라면 1만3000개 정도다. 5~6월에 시작하는 ‘조기 채묘’, 8~9월에 시작하는 ‘후기 채묘’, 1년 이상 길러 가을에 수확하는 굴도 있어 철마다 부이를 내려보내고 수확할 때 부이를 꺼내 한쪽에 쌓아두고 햇볕에 말린다. 다시 굴 농사를 지을 때 다 말린 부이를 가지고 들어간다. 문제는 바닷속에 넣고 꺼내는 것을 반복하면서 부이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일부 조각이 탈락되면 바다에 돌아다니게 되고 쪼개진 알갱이들은 흘러들어 해안가에 쌓인다.

처음에는 60ℓ지만 사용하면서 줄어들기 때문에 환경부는 ‘수산 양식용 부표’ 재활용 의무율을 2019년 29.1%로 정했다. 생산자가 100개를 생산하면 29개를 재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는 생산자에게 일정 비율의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재활용률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부담한다. 양식용이 아닌 일반스티로폼(발포 합성수지)의 재활용 의무율이 2019년 80.7%인 것에 비해 부이의 경우는 매우 낮은 수준인데 환경부는 양식용 부표가 바다에서 쓰는 도구라 제대로 수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재활용 의무량은 지자체 회수 및 감용기(부피를 압축해 줄이는 기계) 운영실적으로 대체된다. 통영시는 기간제 근로자들과 함께 해안가를 직접 청소하기도 하고 폐스티로폼 수매도 한다. 어선이 인양한 쓰레기를 수매하고 수협이 폐기물처리용역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수거된 폐스티로폼은 감용시설에서 재활용된다. 17일 오전 통영시 평인일주로 어업용 폐스티로폼 감용장. 말 그대로 산처럼 쌓여 있는 폐스티로폼 앞에서 압도됐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큰 부이 더미가 여러 개의 산을 이루는 길을 5분 정도 걸으니 감용시설이 나왔다. 감용시설 앞에는 압축된 폐스티로폼이 자루 가득 담겨 있었다. 60ℓ 부이 하나가 한 손으로 들어올릴 수 있게 압축된다.

이 시설에서는 부표를 수거해오면 따개비 등 부산물을 떼어내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폐스티로폼 중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한 뒤 기계실에서 분쇄한다. 3~5㎝로 분쇄되면 300~500도에서 건조한 뒤 압축한다. 압축된 물질을 ‘인고트’라고 부르는데 실내 건축 소재 등 재활용품의 원료가 된다. 1㎏당 807원 정도에 거래되고 수익은 통영시 세외수입으로 잡힌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총 700.6t 인고트를 생산해 판매한 결과 5억1947만원의 판매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 의무율 29%에 불과
일반 스티로폼보다 50%P 낮아
통영 1년 해양 쓰레기 5250t
감용기서 재활용되는 건 27%

정부가 도입했던 친환경 부이
수압·부력 못 견디는 등 문제
어민들 “양식 실정에 안 맞아”
2021년 시행되는 ‘보증금제’
현장서 얼마나 호응할지 주목

2003년 통영시에 설치된 감용시설은 2013년 증설돼 2015년 11월부터 시간당 200㎏으로 한 달에 6t 정도의 인고트를 생산하고 있다. 2017년 기준 통영시 해양 쓰레기 발생량이 총 5250t이라면 폐스티로폼은 754t(14%)을 차지했다. 이 중 528t을 수거했는데 감용기로 재활용하는 경우가 143t(27%) 정도다. 이수구 통영시 해양개발과장은 “부이는 남해안 양식어업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도구이지만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범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해양 플라스틱을 2018년 대비 2022년까지 30%, 2030년까지 50%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53%를 차지하는 폐어구·폐부표를 가져오면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를 2021년부터 시행하고 2018년 23.6%인 친환경 부표 보급률을 2022년 5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어업인이 폐부표를 버리지 않고 되가져올 수 있는 회수 체계로 전환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지만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얼마나 호응받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 갈 길 먼 ‘친환경 부이’

어업인들은 정부가 도입한 친환경 부이에 원성이 높았다. 스티로폼 부이는 바닷속에서 부스러지기 때문에 재활용으로도 한계가 있다. 해수부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고밀도 부표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어업인들이 써온 저밀도 부표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약 4500만개의 부표를 교체했지만 고밀도는 저밀도보다 약간 덜 부스러지는 정도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친환경 부표 사업이다. 정부는 정부 기준을 충족하는 부표에 대해 ‘친환경 부표 인증’을 해주고, 이 제품을 구매하는 어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친환경 부표에 대한 보조금은 국비 35%, 지방비 35%가 지급돼 어업인은 친환경 부표를 제품 가격의 30%만 주고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친환경 부표 보급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의 친환경 부표들이 기존 스티로폼 부표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통영에서 만난 어민들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박문철씨(59)는 정부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친환경 부이’를 만들어놓고 어민들에게 쓰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역이나 다시마는 10m에 하나씩 채워넣어도 되는데 굴은 달라요. 1.5m에 하나씩 채워넣어야 합니다. 친환경 부표가 여기 실정에 맞질 않는다고요. 수압에도, 부력에도 못 견디고. 제발 탁상행정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춘생씨(64) 의견도 같았다. “사용하기 불편해요. 굉장히 무겁고 강도가 셉니다. 강도가 세서 배 엔진 뒤에 달린 ‘스크루’에 변형이 온 적도 있어요. 작업하다가 사람 몸에 닿을 수가 있는데 겨울에 (몸에) 맞으면 뼈가 부러질 정도라니까. 또 안에 공기로 채운 친환경 부표는 조금만 깨지면 그대로 가라앉아버려요. 스티로폼 부이는 다른 충격에 의해 날아가도 굴 어장까지 가라앉진 않는데 친환경 부이는 조금만 금이 가도 물에 들어가면 그대로 내려간다고. 어장이 내려가면 부이에 달려 있는 굴이 펄 속에 박힌다고. 그럼 굴이 다 죽어.”

정부가 친환경 부이를 인증하면서 다양한 친환경 부이 업체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스티로폼을 플라스틱에 싼 친환경 부이가 나왔지만 동그래서 배에 쌓고 나갈 수가 없었고 플라스틱 안의 스티로폼에 물이 스며들어 말릴 수도 없었다. 스티로폼 부이는 햇볕에 쌓아놓으면 수분이 날아갔지만 친환경 부이는 플라스틱 속에서 스티로폼이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티로폼 부이 겉표면을 주황색 코팅 물질로 감싼 친환경 부이는 겉과 속의 물질이 달라 재활용이 어려웠다.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친환경 부이 종류가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어민들 입장에서는 충분치 않다. 스티로폼 부이만큼 잘 뜨는 부이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어민들이 원하는 만큼 가벼우면 단가가 높아진다.

통영환경운동연합 지욱철 의장은 “부이를 쓰게 한 것은 국가”라고 비판했다. “저밀도 스티로폼 부표는 생산단가가 싸죠. 이게 문제가 생기니까 고밀도 스티로폼 부표를 만들기 시작했고 정부는 이것을 ‘친환경’이라 불렀어요. 또 더 지나서는 하드 플라스틱으로 겉표면을 싼 것을 ‘친환경 부표’라면서 약간 이름을 바꾸고 모양을 바꾸는 형태로 계속 스티로폼 사용을 권장했죠. 플라스틱 표면이 깨지면 스티로폼이 드러나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진행되고요.”

※공동기획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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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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