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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따릉이’ 집 찾아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슈파이 ‘따릉이 구출기’ ①

임아영 기자

따릉이를 아시나요? 서울시에서 2014년 시범운영을 시작해 2015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 무인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죠. 따릉이 가입자가 145만명(6월 말 기준)을 넘어섰고 누적 이용 건수는 2464만건을 넘어섰습니다. 서울에 달리는 따릉이는 2만대를 넘어섰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3만대, 내년 4만대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전국 지자체에 공공 자전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는 내년 1월 ‘타랑께(타라니까)’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고양시에는 ‘피프틴(15)’이 있고 수원에는 ‘반디클’이 있습니다. 인천 연수구의 ‘쿠키’, 안산시의 ‘페달로’, 영천시의 ‘별타고’도 있고요. 서울시보다 먼저 도입한 자전거들도 있습니다. 대전에서 2009년부터 운영된 ‘타슈’, 창원시에서 2008년 도입된 ‘누비자’입니다. 따릉이의 ‘친척’들인 셈입니다. 원조는 프랑스 파리의 ‘벨리브’입니다. 2007년 도입된 ‘벨리브’, 2008년 도입된 영국 런던의 ‘보리스’를 따릉이가 벤치마킹했습니다.

길거리에 따릉이가 버려져 있다.

길거리에 따릉이가 버려져 있다.



따릉이의 매력은 뭘까요. 경향신문에서 따릉이를 사랑하는 라이언 기자(가명)를 만나봤습니다. 라이언 기자는 2017년 9월 서울시를 담당하면서 서울시 대표 정책인 따릉이를 취재하게 됐고 따릉이를 타봐야 기사를 잘 쓰겠다 싶어서 이용권을 구입했는데 그때부터 따릉이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한겨울, 한여름 빼고는 거의 따릉이를 탔다면서 따릉이 앱 이용 기록을 보여줬습니다. 2년간 총 이동 거리는 174.13㎞, 소모한 칼로리는 4137.37㎉. 탄소 절감 효과도 40.36㎏나 됐습니다. ‘따릉이를 사랑하는 기자’로 인정해줄 만하죠.

■그는 왜 따릉이를 사랑하나

그는 따릉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봤느냐고 물었습니다. “따릉이를 타고 지나가는 분들의 표정을 유심히 보면 대체로 표정이 밝아요. 따릉이를 타면 이온음료 광고에서 그리스 산토리니나 숲이 우거진 산 속을 다닐 때 깔리는 음악과 비슷한 상쾌함이 일상에 들어와요. 따릉이는 시민의 발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상쾌하게 만들고 행복을 증진시키는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따릉이는 대중교통이나 승용차로 가기 애매한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공유 교통수단입니다. 라이언 기자는 “따릉이는 레저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걸어가기엔 좀 멀고 대중교통을 타기엔 애매하고 택시 타기엔 돈이 좀 아까운 거리를 갈 때 따릉이만한 수단이 없어요.” 그는 점심 시간에 볼 일을 볼 때도 이용하고 집 근처에서 버스 타고 가기에 애매한 거리도 따릉이를 탑니다. 지난달 20일 라이언 기자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좋아하는 서촌 소바집에 가는 경로를 따라가봤습니다. 걷는다면 총 1.4㎞ 횡단보도를 4번 건너 21분을 소요해야 했지만 따릉이를 타고서는 9분 만에 갈 수 있었습니다. 1회 1시간 이용권이 1000원, 6개월 이용권이 1만5000원, 1년 이용권에 3만원이므로 라이언 기자는 “30번만 타면 1년치 뽕(?)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이언 기자의 따릉이 사용 기록.

라이언 기자의 따릉이 사용 기록.

그는 아찔한 순간에 따릉이에 도움을 받은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지난해 회사 야근을 끝내고 밤 11시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입니다. 카드지갑을 회사에 두고온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금도 내지 못한 채 카드지갑을 찾는 동안 버스는 서대문에서 남대문까지 가버렸고 라이언 기자는 하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회사까지 걸으려면 30분이 넘게 걸리는 상황.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한 순간 따릉이가 떠올랐습니다. 근처 따릉이 대여소를 찾아 자전거를 빌리고 회사로 돌아가니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그때 따릉이가 없었으면 30분 정도 밤길을 걸을 뻔 했죠.”

라이언 기자도 따릉이를 버리고 가고 싶은 유혹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상도동 집에서 반포 한강공원까지 달렸던 날이었는데요. 날씨가 좋아서 한 시간쯤 탔는데 막상 한강공원에 도착하니 자리를 펴고 놀고 싶어졌습니다. 반납 시간이 다 되어가서 반납할 곳을 찾아보니 자전거를 타고 15분은 달려야 하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오르막길이었죠. “진짜 버리고 싶다는 유혹을 느꼈으나 ‘따릉이를 사랑하는’ 제가 차마 그럴 수 없기에 15분을 달려서 반납했습니다. 다시 걸어서 한강공원에 왔고요.”

라이언 기자는 따릉이를 막 대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했습니다. 특히 제대로 반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탈 자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꺼이 자신의 발이 되어준 따릉이를 버리고 가는 건 너무 무책임하잖아요.” 따릉이 앞 바구니에 쓰레기를 목격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테이크아웃 커피잔, 음료수 캔 이런 건 기본이고요. 얼마 전에는 알맹이를 다 뜯어먹은 옥수수 뼈다귀(?)가 있어서 너무 불쾌하더라고요.”

■‘미아 따릉이’를 찾는 사람들

따릉이가 확산되는 것은 ‘편리함’ 때문일 겁니다. 누구나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고 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편리함을 누리려면 모두 따릉이를 아껴 타야겠죠. 한 사람만이 이용하는 자전거가 아니라 서울시민이 공유하는 자전거니까요. 버리고 싶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실제 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아 따릉이’가 생겨납니다. 잃어버린(?) 따릉이를 찾고 비어있는 거치대에 자전거를 옮겨놓는 ‘따릉이 배송반’을 만났습니다. 지난달 5일 김의준 서울시설공단 공공자전거운영처 강남공공자전거관리소 배송반장이 ‘미아 따릉이’를 찾는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김의준 배송반장이 ‘미아 따릉이’를 찾으러 가고 있다.

김의준 배송반장이 ‘미아 따릉이’를 찾으러 가고 있다.

배송반은 자전거를 수거하고 배분하는 일을 합니다. 제때 수거하지 않으면 단말기가 방전될 수 있고 방전되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을뿐 아니라 고장이 나게 됩니다. 또 대여소마다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제때 배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기 대여소는 무조건 나가기만 해요. 언덕길 위에는 타고 올라오지 않으니까 계속 채워넣어야 하는데 거꾸로 언덕길 밑에는 계속 쌓입니다. 그러면 수거해서 올려다 놓습니다.” 김의준 반장은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4시 퇴근합니다. 김 반장처럼 일하는 ‘오전반’ 근무자가 있고 오후 1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는 ‘오후반’ 근무자들이 있습니다. 야간 돌발 상황을 대비한 패트롤 근무자(오후 4시~다음날 오전 6시)는 오전 출근시간대 따릉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대비합니다.

김 반장은 하루 거의 6~7시간 운전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수거할 따릉이를 트럭에 싣고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때 말고는 늘 도로에서 일하는 셈입니다. 하루에 따릉이를 수거해와서 분배하는 양은 70대 내외. 강남공공자전거관리소로 보면 회수하는 양은 600~700대, 분배하는 양도 600여대입니다. 고장나서 정비팀에 인계하는 따릉이도 40~50대 정도 됩니다.

가장 곤란할 때는 엉뚱한 곳에 놓여 있는 따릉이를 찾으러 갈 때입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지만 경기도 과천, 안양, 고양시, 또 양수리까지 찾으러 간 적도 있습니다. “요즘엔 날이 따뜻해지면서 한강변에 가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안내센터에서 1~2대 있다고 해서 갔는데 글쎄 한 차 분량이 있더라고요. 15대 정도였어요.” 지난 주말에도 야간 근무 직원이 반포 한강공원에서 17대를 싣고 왔다고 합니다. “요새 그런 일이 많아요. 이럴 땐 ‘이런 게 시민의식인가’ 고민하게 되죠.” 한강변에는 따릉이 대여·반납소가 없습니다. 한강변에서 일반 자전거를 대여하는 사업자들과 겹치지 않기 위해서인데요. 공공 자전거가 오래전부터 형성돼온 민간 자전거 대여 시장을 위축시킬 수 없다 보기 때문입니다.

김 반장은 ‘기억에 남는 버려진 따릉이’로 지난해 은행 앞에 세워져 있다가 발견된 따릉이를 꼽았습니다. 범인(?)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자전거 단말기에 검정색으로 색칠해놓고 혼자 타려 했습니다. “우연히 은행 앞에서 직원들에게 발견된 거예요. 단말기에 색칠을 해놔 아예 인식할 수 없도록 했더라고요.” 색칠한 사람은 못 잡았습니다. 잡았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반포시민한강공원 일반 거치대에 ‘미아 따릉이’가 서 있다.

반포시민한강공원 일반 거치대에 ‘미아 따릉이’가 서 있다.

이날 김 반장은 먼저 강남 뱅뱅사거리 쪽 다리로 차를 몰았습니다. 주택가에 방치된 자전거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실제 인도 옆에 기대 서 있는 따릉이가 김 반장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미아 따릉이’는 반포 한강공원에 있었습니다. 일반 자전거 거치대에 따릉이가 묶여있다는 신고를 받았는데요. 실제 따릉이는 외롭게(?) 홀로 일반 거치대에 서 있었습니다. 김 반장은 “차가 못 들어가는 흑석동 다리 밑에 2㎞ 걸어가서 수거한 적도 있어요. 그냥 ‘우리 일이구나’ 해요.”

김 반장은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부탁했습니다. “반납하는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시고 따릉이를 아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버리는 시민’이 있다면 ‘버려진 것을 알려주는 시민’도 있습니다. 이런 시민들 덕분에 따릉이를 찾게 되기도 합니다. 안내센터에서 ‘미아 따릉이’ 신고를 받으면 배송반 카톡창에 메시지가 뜹니다. 강남관리소에서만 300~400건이, 서울시 전체로는 하루에 1000여건의 메시지가 올라옵니다.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김 반장은 신고해주는 시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일이 힘들 때도 많지만 시민들의 ‘감사하다’는 한 마디에 다시 힘을 냅니다. “제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자폐가 있는 20대 청년이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못 빌려서 힘들어하는 거예요. 옆에서 도와줬는데 신용카드 문제인지 앱이 잘 설치되지 않았어요. 서로 눈빛으로 이해했죠. 그분이 저에게 ‘따릉이 아저씨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그러는데 정말 기뻤어요.”

서울시는 올해 10월 QR코드로 인식하는 자전거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단말기로 대여·반납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해질 겁니다. 좀더 편리해지면 따릉이들은 ‘미아’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영상]“사람이 시스템…따릉이 뒤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주세요”|이슈파이 ‘따릉이 구출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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