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물범, 사람이 내민 손 잡아줬다...인공쉼터 첫 등장 모습 포착

윤희일 선임기자

점박이물범이 결국 사람이 내민 손을 잡았다.

지난 9일 오후 백령도 인공쉼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점박이물범. 인천녹색연합 제공

지난 9일 오후 백령도 인공쉼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점박이물범. 인천녹색연합 제공

천연기념물 제331호인 점박이물범들이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앞바다에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인공쉼터를 찾아왔다. 해양수산부는 이 인공쉼터가 물범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9일 국내 최대 점박이물범 서식지인 백령도 앞바다에 조성해 놓은 ‘하늬바다 물범 인공쉼터’에서 점박이물범 27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인공쉼터는 2018년 11월 조성됐다. 올 들어 백령도를 찾아온 물범들이 인공쉼터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은 지속적으로 관찰됐지만, 지금까지 쉼터를 이용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점박이물범들이 인공쉼터에 올라가 있는 모습은 인천녹색연합과 점·사·모(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실시한 백령도 점박이물범 서식환경 모니터링 과정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점박이물범은 먹이활동을 하거나 이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체온 조절, 호흡, 체력 회복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나와 바위 등에서 휴식을 취하는 생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이 가장 많이 모이는 물범바위는 공간이 비좁아 점박이물범들 사이에서 자리다툼이 자주 발생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해수부와 인천시, 인천녹색연합, 지역주민(어촌계,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이 힘을 모아 지난해 11월 백령도 물범바위 인근 하늬바다에 국내 최초로 섬 형태의 물범 인공쉼터를 조성했다. 이 쉼터 중 바다 위로 노출되는 부분은 길이 20m, 폭17.5m 규모다.

해수부 관계자는 “점박이물범이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공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석으로 만들었다”면서 “점박이물범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수면 위에 노출되는 마루의 높이를 4단계로 차등을 둠으로써 점박이물범들이 조석에 맞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쉼터는 자연석을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수면 아래쪽은 어초의 기능도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인천시 등 지자체와 함께 인공쉼터 주변해역에 치어와 어패류 등을 방류하는 등 점박이물범들에게 지속적으로 먹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점박이물범은 북태평양 온대 및 한대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점박이물범은 1~3월 중국 랴오둥만의 유빙(遊氷) 위에서 새끼를 낳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백령도와 황해도 연안, 가로림만 등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서식한다.

점박이물범은 불법 포획, 지구 온난화에 따른 유빙의 감소, 연안개발에 따른 서식지 훼손 등으로 인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930년대 약 8000마리에서 현재 1000마리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해수부는 2007년 점박이물범을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했다.

2018년 실시한 서식실태 조사에서 백령도 일대의 점박이물범은 316마리로 파악됐으며, 이중 85%는 물범바위에서 발견됐다. 가로림만에서도 11마리가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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