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해진 실내 ‘트래버스’ 탈까, 새 단장한 ‘모하비 더 마스터’ 몰까

김준 선임기자

현대차 ‘팰리세이드’ 출시 이후 국내 대형 SUV 시장 ‘불꽃 경쟁’

트래버스, 1~3열 시트 모두 ‘여유’…요철 지날 때 승차감은 다소 불편

모하비, 첨단장치 대거 채용 ‘주목’, 킥다운 반응엔 미흡…가격도 부담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 제공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 제공

모하비 더 마스터. 기아차 제공

모하비 더 마스터. 기아차 제공

국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확장시킨 대형 SUV 시장에 한국지엠도 북미 베스트셀링 모델 쉐보레 ‘트래버스’를 투입, 추격전에 나섰다. 기아차도 가세했다. 외관과 실내, 편의장치가 신차처럼 개선된 모하비 부분변경 모델 ‘모하비 더 마스터’로 소비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앞바퀴굴림에 모노코크 방식인 트래버스와 뒷바퀴굴림에 프레임 타입의 모하비 더 마스터를 시승하며 장단점을 찾아봤다.

■ 미니버스만큼 넓은 트래버스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 제공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 제공

트래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실내다. 3m가 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간 거리)를 가졌다. 트래버스 2열 시트는 사무실 의자 같은 캡틴 시트(의자 옆에 손잡이가 달린 형태)를 채택했는데, 좌우 시트 사이 공간이 ‘미니밴’만큼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1열 동승석에 키가 큰 기자가 앉았음에도 2열 시트 레그룸은 넉넉했다. 노트북을 최대로 펼쳐도 앞 시트 뒷면에 닿지 않을 정도였다. 2열 캡틴 시트는 오른쪽 팔걸이가 없는데, 잠깐씩 졸 때 시트 아래로 오른팔이 빠질 때가 있었다. 2열 헤드룸 공간은 주먹 2개 정도는 들어갈 만큼 여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7인승 SUV 3열은 성인이 앉기에는 불편하다. 트래버스는 다르다. 3열 시트에도 성인 2명과 어린이 1명 정도는 충분히 앉을 수 있을 만큼 레그룸과 숄더 룸에 여유가 있다. 특히 레그룸은 동급 경쟁 차종보다 30~50㎜ 더 길다고 한국지엠은 설명했다. 3열을 모두 사용해도 트렁크 공간이 651ℓ나 된다.

2열은 개방감이 좋았다. 차 지붕에 선루프가 1열은 물론 2열에도 설치돼 있고, 창문도 넓어서다. 2열 천장에는 미니밴처럼 송풍구가 설치돼 있어 에어컨 냉기가 승객에게 빠르게 전달됐다. 운전석 센터콘솔 뒤편에는 송풍량과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 충전용 USB 포트가 마련돼 있었다. 230V·150W 급 콘센트가 설치돼 소형 노트북이나 면도기 충전이 가능했다. 2열에서 소음은 조금 걸렸다. 시속 80㎞ 정도로 달렸음에도 왼쪽 도어 창문 쪽에서 풍절음이 제법 들어왔다.

직접 운전하며 가속성능과 변속 충격을 체크해봤다. 트래버스는 3.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314마력, 최대토크는 36.8㎏·m가 나온다. 5.2m가 넘는 덩치에 공차 중량이 2.1t에 이르지만 파워가 부족하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는 밟는 족족 속도가 올라간다. 경쾌한 엔진음에 가속도 만족할 만하다. 중고속에서도 킥다운을 하면 즉각적으로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속도가 빠르게 붙어 나간다. 변속은 운전자가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부드럽게 이뤄진다. 휘발유를 완전히 채우면 주행 가능 거리가 520㎞ 안팎으로 표시된다. 연비는 고속도로에서 차분히 몰면ℓ당 8~9㎞는 나왔다. 엔진을 5000~6000rpm으로 올려 다이내믹한 주행을 해도 7㎞대는 유지했다.

트래버스는 전자식 디스플레이 룸미러 기능을 갖고 있다. 일반 거울로도 차량 뒤편 주행 상황을 볼 수 있지만 모니터 기능이 있어 후방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룸미러 거울 전체에 비쳐주는 것이다. 고해상도 광각 카메라로 촬영, 일반 룸미러보다 후방시야를 300%가량 더 확보할 수 있다고 한국지엠 측은 설명했다. 다만 비가 올 때는 작동이 원활치 않았다. 카메라 렌즈에 묻은 물방울 때문이었는지 후방 상황이 룸미러에 비쳐지지 않고 빗방울이 확대된 영상이 룸미러에 떴다. 이럴 때는 룸미러 아래 손잡이를 밀어 일반 거울로 전환시키면 되지만, 비나 눈이 올 때도 후면 상황을 비쳐주는 기술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 같았다.

승차감은 과거 미국차와는 달랐다. 안락했지만 너무 무르지 않다. 20인치 휠에 트레드는 255㎜, 편평비 55 타이어를 장착해서인지 요철을 지날 때 엉덩이에 전해지는 느낌은 다소 딱딱하고 충격음도 제법 컸다.

트래버스의 거동은 양호한 편이다. 운전대는 랙 타입 전기모터 방식을 사용해 고속과 저속에서의 이질감이 적었다.

인터체인지를 꽁무니가 돌 정도로 꽤 빠른 속도로 빠져 나온 적이 있었는데, 큰 쏠림이나 불안함이 없었다. 좁고 타이트한 코너가 이어지는 산길에서의 거동도 인상적이었다. 트래버스 차폭과 차로 폭이 거의 비슷한, 좁고 회전반경이 작은 길에서도 운전대를 한 번만 꺾으면 회전이 가능했다.

앞차와의 간격을 차 스스로 조절하고, 속도를 줄여 추돌을 방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 점은 아쉽다. 이 장치와 연동되는 고속도로주행보조 같은 편의장치도 빠져 있다. 대신 사고 발생 때 운전자와 동승자끼리 부딪쳐 부상을 입는 것을 방지해주는 센터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수입차지만 한국지엠이 운영하는 400여개 서비스센터에서 정비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넉넉해진 실내 ‘트래버스’ 탈까, 새 단장한 ‘모하비 더 마스터’ 몰까

■ 풀 모델 체인지 같은 부분변경 ‘모하비 더 마스터’

모하비 더 마스터. 기아차 제공

모하비 더 마스터. 기아차 제공

사골국은 푹 우려야 맛이 난다. 그렇다면 ‘사골차’는? 마찬가지다. 제대로 세팅만 하면 마니아들의 입맛을 곧잘 맞춘다. 기아차 모하비는 사골차로 불렸다. 2007년 출시된 이래 한 차례 부분변경만 한 뒤 지금까지 완전변경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판매량도 바닥 신세를 면치 못했다. 5년 전만 해도 한 달에 1000대씩 팔렸지만 올해 판매량은 월 250대로 줄었다. 하지만 기아차는 모하비 완전변경 모델을 만들 수 없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동급 SUV 텔루라이드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차선책이 ‘신차 같은 부분변경 모델’이었다.

말장난만은 아니었다. 모하비의 두 번째 부분변경 모델 모하비 더 마스터는 측면부를 제외하고는 외관을 모두 바꿨다. 인테리어는 다른 차로 착각할 정도다. 운전대, 계기판, 대시보드, 센터콘솔, 시트 등이 전면 교체됐다. 새로 추가된 6인승 모델 2열 시트에는 운전석과 동승석처럼 독립된 캡틴 시트를 얹었다. 인테리어 소재의 질감이 무척 고급스럽다. 운전대를 감싼 가죽, 대시보드 하단의 무늬목 장식재, 공조장치 조작 버튼 등이 고급 세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시승 때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졌다. 모하비 더 마스터를 타면 악천후에서 곧잘 생기는 충돌과 추돌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덜하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현대·기아차가 만드는 SUV 가운데 유일한 ‘프레임’ 방식 차량이다.

프레임 방식은 ‘H’자 형태의 프레임에 볼트와 너트, 용접 등을 통해 차체를 얹는다. 군에서 사용하는 전술용 차량과 제작방식이 같다. 차체 강성이 높아 사고 때 좀 더 안전한 것이다. 또 자갈길이나 웅덩이 같은 오프로드를 달려도 차체 변형이 덜 온다. 지프나 벤츠 유명 SUV G클래스도 프레임 차다.

하지만 프레임차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승차감에서 손해를 본다. 모하비 이전 모델은 고속도로 주행 때 고속도로 교량과 연결된 단차에서도 차량 뒷부분이 제법 덜썩거렸다. 트렁크 속 화물이 그 충격으로 위로 떴다 떨어지는 바람에 ‘텅텅’ 소리가 났다.

하지만 모하비 더 마스터는 이런 단점이 확연히 개선됐다. 기아차는 후륜 서스펜션의 쇼크업소버 장착 각도와 스트로크(아래 위로 움직이는 길이)를 개선하고, 프레임과 다른 구조물이 연결되는 보디 마운팅 부시도 바꿨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첨단주행편의장치(ADAS)를 대거 채용한 점이다. 원하는 속도를 세팅하면 속도는 물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에서 내비게이션 정보를 이용해 차선과 속도를 차량이 제어해주는 고속도로주행보조, 차로 중앙으로 달리게 하는 차로유지보조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고속도로주행보조는 장대비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운전대 조타감도 만족할 만하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칼럼 타입보다 성능 면에서 우수한 랙타입 전기모터가 사용되는 전동식 조향장치를 사용한다. 저속과 고속에서의 이질감이 적고 적당한 무게감도 갖고 있었다.

엔진과 변속기는 큰 변화가 없다. 국산 SUV로는 유일하게 6기통 터보 디젤엔진이 장착돼 있다. 최고출력은 260마력, 최대토크는 57.1㎏·m가 나온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엔진 회전 질감은 부드럽다. 힘은 넘쳐난다. 공차 중량이 2.3t에 가까운데도 중고속에서 꾸준히 속도가 붙었다. 경기 송추 쪽으로 향하는 가파른 고갯길에서도 가뿐하게 앞차를 추월한다. 2ℓ급 디젤엔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만 이전 모델보다 킥다운(급가속을 위해 가속페달을 빨리 깊게 누르는 동작) 반응이 느려진 것은 불만이다. 연비는 18인치 타이어 기준 9.4㎞/ℓ다. 20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모델로 국도와 고속도로를 100㎞가량 달렸는데, 10㎞대를 유지했다.

중고속으로 주행하다 가속페달을 꾹 누르면 시프트 다운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다소 시간이 흐른 뒤에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고 속도가 붙는다.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를 만족시키고, 연비를 높이기 위해 변속 로직에 변화를 줬기 때문인 것 같았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도 장착됐다. V6 엔진 사운드를 듣기 좋은 소리로 만들어 실내로 보내준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전 모델의 엔진음이 나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플래티넘과 마스터스 트림 두 가지로, 하위 플래티넘 트림은 4700만원, 마스터즈는 5160만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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