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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결혼·납세 의무 다하는데 ○○는 못한다고? | 2020 총선 프로젝트 모두의 ‘뱃지’

임아영 기자 · 유명종 PD

양말(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은 2002년생으로 내년에 만 18세가 되므로 2020년 총선에서 투표할 수 없다. 최유경씨(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는 2001년생이라 내년에 19세가 되지만 6월생이라 투표가 어렵다. 2020년 총선은 4월 15일이기 때문이다. 2개월이 부족하다. 공직선거법은 만 19세 이상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만 18세 이하의 유권자는 투표할 수 없는 국가는 한국 뿐이다. 오스트리아는 16세 이상의 유권자에게, 나머지 32개국은 18세 이상의 유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한다.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양말과 유경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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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소년에게는 투표권이 없을까. 양말은 “옛날에는 여성·흑인이 참정권이 없었는데 이제는 어린이·청소년이 참정권이 없다”며 “시민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얘기할 수 있는 목소리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한 사람의 존재가 지워진다는 것이죠. 저는 ‘덜 자란 사람’이 아니라 ‘1인분의 몫’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도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도 시민이고 주권자라는 사실을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소년들도 ‘현재의 참정권’이 마땅히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 18세, 만 19세의 차이는 어디서 올까. 현행법상 만 18세는 자신의 의사대로 취업과 결혼을 할 수 있고 8급 이하의 공무원이 될 수 있으며 병역과 납세의 의무도 진다. 양말은 선거 연령을 한 살 내리기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고2(만 18세), 고3(만 19세)은 크게 (차이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고3과 성인의 갭(격차)을 크게 느끼는 것”이라며 “선거연령이 하향되면 어른의 그 무언가와 청소년의 그 무언가가 섞이면서 나이를 스펙트럼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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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회는 청소년을 ‘시민’으로 대하지 못할까. 2015년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했던 청소년들은 11월 17일 ‘수능 끝 하야 시작’이라며 촛불을 들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말했다. “고등학생이 만든 민주주의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고등학생에게 투표권 안 줍니까.”

‘교실이 정치의 장이 된다’, ‘공부는 안 하고 애들이 정치 얘기만 할 것이다’ 등이 선거 연령 하향의 주요 반대 논리다. 유경씨는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인데 미성숙하다는 판단의 척도가 상당히 애매하고 주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청소년들이 정치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교실에서 정치 얘기하는 게 뭐가 잘못됐냐고 묻고 싶어요. 교육을 먼저 받고 그 이후에 참정권을 줘도 늦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여유로운 거죠. 굳이 청소년들한테 참정권을 주면 청소년들에 대한 공약을 더 만들어야 하니까요.” 양말도 “청소년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투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선거 연령은 언젠가는 하향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지금 당장 ‘선거권 하향에 반대합니다’라고 외치는 건 ‘나중에 후회하게 될 일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피선거권 기준은 더 높다. 만 25세다. 유경씨는 “선거법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국회에 ‘늙은 아저씨들’만 있는데 그들은 대체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본인들의 자리를 밀고 들어올 젊은 정치인들을 두려워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선거권, 피선거권의 연령을 따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양말도 “나이를 정하는 기준이 너무 애매모호하다. 다른 법들은 만 25세라고 규정하지 않는데 피선거권만 25세는 너무 웃기다”라며 “그런 규칙들이 이제 고리타분하고 낡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양말(왼쪽)와 유경씨가 ‘국민’ 표시가 된 뱃지를 달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말(왼쪽)와 유경씨가 ‘국민’ 표시가 된 뱃지를 달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선거 연령이 하향되면 지지하고 싶은 정당이 있을까. 두 사람은 ‘없다’고 했다. 정당법은 만 19세 미만인 자는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유경씨는 “청소년이 정당을 가입할 수 없으니까 정당 안에서 청소년을 위한 시스템이 없다”며 “선거 연령이 하향된 이후 청소년들을 정당 안으로 어떻게 포섭하고 어떻게 함께 운동하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양말에게 선거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무언가”라고 말했다. 선거 기간만 되면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서에 가는 청소년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60조는 미성년자(19세 미만의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제가 sns에 기호 몇 번을 지지한다고 하면 경찰서에 갈 수 있는 일이에요.” 유경도 “한국 사회에서 시민으로 취급받은 적은 별로 없지만 선거 기간은 유독 자신이 지워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투표를 못하니까 청소년에 대한 정책이 나올 필요도 없고 그들(정치인들)에게 쓸모도 없는 인간인 거예요. 또 청소년에게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허용되지 않으니까 내가 이 사회에서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지 않다는 걸 가장 확실하게 느끼게 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선거연령 하향 등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했다. 개정안은 최장 90일간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가게 된다. 과연 만 18세는 내년 총선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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