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 없는 마을 'AAC'를 아시나요

채용민 PD

“AAC를 쓰면서 저의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박주용씨(37)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졌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서 한 문장을 말로 전달하려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마저도 상대에게 100% 전달되면 다행이다. 그래서 메모장에 쓴 글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얼마전부터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있다. 태블릿 PC처럼 생긴 보완대체의사소통(AAC) 기기다.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입력하면 기기가 소리를 내서 또박또박 읽어준다.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이란 말을 하거나 글을 쓰더라도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몸짓과 사진, 그림을 이용해 비장애인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통칭한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색깔과 상징적인 그림 등을 이용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처럼 엮인 AAC 그림판, 스마트폰을 이용한 AAC앱, 글씨로 입력하고 소리내서 읽어주는 보조공학기기 등이 있다. 이 장치 덕분에 박씨는 면접을 볼 수 있었고 취업에도 성공했다. 지금은 재택근무로 일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낸다. 틈틈이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강의도 나간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 비치된 AAC 메뉴판 /영상 캡쳐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 비치된 AAC 메뉴판 /영상 캡쳐

서울 마포구에는 ‘AAC ZONE(존)’이라고 적힌 손바닥만한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있다. 편의점과 김밥집, 주민센터, 도서관, 경찰서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와 건물에서 볼 수 있다. 말로 소통하기 어려운 장애인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그림 주문판, 손으로 간단하게 그림을 짚어가며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책도 눈에 띈다. 자신의 생각을 눈에 보이는 그림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어 편하고 정확하다.

AAC 존을 알리는 스티커. 설치된 공공기관과 업체는 의사소통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외국인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영상 캡쳐

AAC 존을 알리는 스티커. 설치된 공공기관과 업체는 의사소통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외국인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영상 캡쳐

스마트폰으로 AAC 앱을 내려받으면 해당 기관에서 다루는 그림판을 사용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1동 주민센터에서 사용하는 그림판. /영상 캡쳐

스마트폰으로 AAC 앱을 내려받으면 해당 기관에서 다루는 그림판을 사용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1동 주민센터에서 사용하는 그림판. /영상 캡쳐

AAC 언어치료 센터인 ‘사람과 소통’의 한선경 센터장을 만났다. 마포구에 우리나라의 첫 ‘AAC 마을’이 들어설 수 있도록 활동했던 그는 AAC 교육과 홍보는 물론이고 장애인 복지에도 관심이 많다. 장애인들과 함께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한 센터장은 “더많은 사람들이 AAC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말이 아닌 다른 방식의 언어가 필요한 장애인 등에게는 AAC가 확실하고 빠른 의사소통법이지만, 이 말을 이해하고 받아 들여줘야하는 비장애인들에게는 아직은 생소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중인 AAC 언어치료 센터 ‘사람과 소통’ 한선경 센터장 /영상 캡쳐

인터뷰중인 AAC 언어치료 센터 ‘사람과 소통’ 한선경 센터장 /영상 캡쳐

AAC 기기는 그림판과 앱, 의사소통용 가방과 팔찌, 티셔츠 등 여러가지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영상 캡쳐

AAC 기기는 그림판과 앱, 의사소통용 가방과 팔찌, 티셔츠 등 여러가지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영상 캡쳐

가게 점원이나 건물 관리인 등이 AAC 언어를 이해할 수 있어 말이 통하는 장소인 ‘AAC 존’은 현재 전국에 120여곳이 있다. 특정한 장소에서만이 아니라 한 지역 단위로 AAC로 소통을 할 수 있는 ‘AAC 마을’은 마포구를 시작으로 서울에서는 영등포구, 동작구, 금천구에 이어 경기도와 제주, 강원도 원주시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박주용씨는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으로 상대에게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고 말을 무시하는 경우가 제일 속상했다.”며 “(AAC를 사용하게 되면서)어디에 가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AAC 존은 전국적으로 129개 만들어져 있고, 이것들이 모여 조성된 AAC 마을은 서울에만 11개 존재한다. 경기도, 제주, 강원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다. /영상 캡쳐

AAC 존은 전국적으로 129개 만들어져 있고, 이것들이 모여 조성된 AAC 마을은 서울에만 11개 존재한다. 경기도, 제주, 강원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다.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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