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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돈'이다|2020 총선 프로젝트 모두의 ‘뱃지’

유명종 PD
[영상] 정치는 '돈'이다|2020 총선 프로젝트 모두의 ‘뱃지’

“왜 선거에 출마하는 자격이 돈이어야 할까?”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우인철 우리미래당 대변인은 후보자 등록을 위해 기탁금 5000만원을 냈다. 같은 선거에서 서울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석대성씨는 돈이 없어도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기탁금 300만원으로 출발한 비용은 점점 불어나 총 4000만원을 썼다. 선거가 끝난 뒤 지금까지도 1000만원의 빚을 갚고 있다. 2016년 총선에 출마했던 신지혜 경기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장은 “국회의원 기탁금이 1500만 원인데, 선거 당시 저의 1년 월급보다 많은 금액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경향>은 선거에 출마했던 청년 후보 3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돈’ 있어야 출마할 수 있는 나라

한국은 공직선거법 제56조에 따라, 선거의 후보자가 되려면 일정 금액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내야 한다. 이 같은 ‘기탁금 제도’는 금전적인 제재를 둬 후보자가 난립하는 것을 방지하고, 선거에 대한 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선관위의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2015)’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스위스 등은 기탁금 납부제도 자체가 없다. 영국과 캐나다, 뉴질랜드의 경우 기탁금 제도는 있으나 금액이 100만원 미만으로 적다. 대부분의 국가가 기탁금 없이 후보자 등록을 받거나, 기탁금을 받더라도 한국 만큼 큰 액수를 필요한 국가는 없는 셈이다. ‘고액 기탁금’이 필요한 곳은 한국 외에 일본(약 3200만원)이 유일하다.

기탁금 (후보자 등록 비용)

기탁금 (후보자 등록 비용)

우 대변인은 “왜 선거에 출마하는 자격이 돈이어야 할까? 일정 수 이상 시민들의 서명으로 후보자의 자격을 준다든지, 돈 이외에 다른 기준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 기탁금 제도는 청년들이나 정치신인들 즉, 기득권에 속해있지 않은 정당에는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기탁금은 보통사람들의 한 달 월급 정도여야 되지 않을까. 현실적인 기준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고액의 기탁금을 내야 후보등록을 할 수 있고 그래야 후원회든 모금이든 가능하다. 기탁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던 지인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액의 기탁금 제도가 돈 없는 사람들의 정치 참여 자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 ‘내겐 너무 버거운’ 득표율 10~15%

석대성씨는 출마 당시 득표율이 9.94%였다. 0.06% 차이로 선거비용의 절반을 보전받는 기준(득표율 10%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해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선거비용 보전제도’는 득표율 10% 이상~15% 미만이면 선거비용 절반을, 15% 이상일 땐 전액 보전해 준다. 10%와 15%라고 정해진 보전 기준에도 특별한 근거는 없다.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해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주는 ‘선거비용 보전제도’는 선거를 치른 뒤 유효득표수의 10% 이상을 얻은 후보자는 선거비용의 50%, 유효득표수 15% 이상을 얻은 후보자는 100%를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보전해 준다.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해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주는 ‘선거비용 보전제도’는 선거를 치른 뒤 유효득표수의 10% 이상을 얻은 후보자는 선거비용의 50%, 유효득표수 15% 이상을 얻은 후보자는 100%를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보전해 준다.

석대성씨는 “선거비용 보전제도는 득표율을 기준으로 합격과 불합격 나누는 거 같아 오히려 패배의식을 강화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득표율에 따라 보전금을 줬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나에게 투표해 준 9%의 표만큼은 보전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기성정당의 의원이나 현역 의원 중 득표율을 가뿐하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후보들은 보전받을 것을 전제하고, 미리 당겨쓰듯이 선거비용 제한액을 최대치까지 써버린다. 그러나 소수정당이나 정치신인 같은 후보들에게 득표율 10~15%는 쉽지 않은 수치다. 우리는 나중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쓸 수 있을 만큼만 쓰게 되니 선거비용의 차이는 점점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 선거비용의 차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까

상대적으로 보전받을 가능성이 적은 정당이나 후보들은 선거비용을 아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는 소극적인 선거운동으로 이어진다. 몇 천만원씩 하는 유세차 대신 전기 오토바이를 이용하고 유급사무원 대신 자원봉사자를 모은다. 대형 현수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최대 12장까지 가능한 선거공보물의 지면 수도 줄인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우리미래 당사에서 우인철 우리미래당 대변인이 ‘2018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당시 제작했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선거 공보물’을 보여주고 있다. / 유명종 PD yoopd@khan.kr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우리미래 당사에서 우인철 우리미래당 대변인이 ‘2018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당시 제작했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선거 공보물’을 보여주고 있다. / 유명종 PD yoopd@khan.kr

우 대변인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선거 공보물’은 이렇게 비용을 아끼다 보니 탄생했다. 선거유권자가 수백만 명인 서울시장 후보자로서 집마다 공보물을 보내려면 수천 만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 대변인은 의무적으로 공표해야 하는 내용인 자신의 인적사항을 손바닥 크기의 종이에 깨알같이 적는 방식으로 공보물을 제작했다. 워낙 작은 종이로 만들다보니 자신의 정견이나 정책을 담지 못했다. 이 같이 작은 크기의 공보물을 인쇄하는데도 천만원 이상이 들었다.

우 대변인은 “기성정당의 후보나 현역 의원들은 공보물 하나 만드는데 수억원을 쓴다. 심지어 오탈자가 있으면 전량을 폐기하고 다시 인쇄한다.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때 어느 후보는 3번이나 다시 인쇄했다고 들었다”며 “공보물은 선거비용 보전 항목에 들어가있어 (선거 후)세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비용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냐고 묻는다면 저 같은 기본 정보만 있는 손바닥 크기의 공보물과 정책이 담긴 공보물을 가진 사람의 차이, 거리에 달린 현수막의 개수와 인터넷 광고 비용 등의 차이를 고려해 본다면 어느 정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신 위원장은 “비용의 차이는 ‘유권자들과 얼마나 가까이 접촉할 수 있느냐’의 차이일 거라 생각한다”며 “선거 관련 규제나 제한보다 더 슬픈 것은, 비용 때문에 하려고 했던 것을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성 정당이나 현역 의원에게 유리했던 후원회와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가 개선돼 정치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후원회의 모금 한도는 연간 1억 5,000만 원이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그 2배 모금이 가능하다.

국회의원 후원회의 모금 한도는 연간 1억 5,000만 원이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그 2배 모금이 가능하다.

국고보조금에는 매년 지급하는 정당보조금(경상보조금)과 공직선거가 있는 때에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이 있다. 현행법은 선거 전에 각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먼저 나눠주고, 선거가 끝난 뒤 후보자들이 쓴 비용 전액을 다시 국고로 채워주게 돼 있어 선거비용을 두 번 주는 사실상 ‘이중 보전’ 구조이다.

국고보조금에는 매년 지급하는 정당보조금(경상보조금)과 공직선거가 있는 때에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이 있다. 현행법은 선거 전에 각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먼저 나눠주고, 선거가 끝난 뒤 후보자들이 쓴 비용 전액을 다시 국고로 채워주게 돼 있어 선거비용을 두 번 주는 사실상 ‘이중 보전’ 구조이다.

그러나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후보자 기탁금 3분의 1로 하향 조정 및 선거비용 보전 기준 하향, 예비후보자 활동 기간 확대 및 후원회 지정권자 확대, 정당 선거비용 보전 시 기지급된 선거보조금만큼 감액, 국고보조금의 교섭단체 우선 배분 등 정치기득권 폐지 등)은 11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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