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을 뛰고 있던 중·고등학생 여자 축구 선수들은 대부분 머리가 짧았다. 왜 그 많은 선수들은 모두 상고 머리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매달 찾아오는 생리 주기는 경기가 있는 시즌 전부를 피해갈 수는 없다. 생리 양이 많은 날, 생리통이 심한 날 선수들은 어떻게 경기를 뛸까.
경향신문과 ‘위밋업 스포츠’(Wemeetup Sports, 이하 위밋업)가 여자들의 운동 서사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언니네 체육관]에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은 긴 머리 선수도 많지만, 특히 여자축구 선수는 대부분 ‘스포츠 머리’였던 것 같아요.
신혜미 위밋업스포츠 대표(전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상비군) = 학교에서 다 쇼트커트를 하게 했어요. 운동 시작할 때 저는 남자아이인 줄 알 정도였어요. 머리가 워낙 짧았으니까요. 사실 길게 묶은 머리가 뛸 때 앞으로 넘어와 얼굴을 치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해요. 그래도 안정환 선수는 길었잖아요? 근데 왜 우리는…(모두가 “그러니까!”라고 소리쳤다).
김재희 대한축구협회 경기감독관 = ‘멋 부린다’고...
이은미 주짓수 국가대표 선수(금호와이어 주짓수)= 주짓수는 최근 TV 등에 많이 소개되면서 먼저 관심을 갖고 체육관에 연락해서 배우기 시작하는 여성들이 오히려 많아요. 붐이 일어나는 추세죠. 그래서 그런지 선수 중에도 일부러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똥머리’(머리를 뒤쪽으로 묶은 뒤 둥글게 말아 올린 모양)를 하는데, 긴 머리를 땋는 선수도 있어요.
김연주 전 신한은행 에스버스 여자농구팀 선수(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 그렇게 할 수도 있는데 왜 못하게 한 걸까요? 왜 멋을 부리면 안되는거죠? 운동하면서 멋 좀 부리면 안되나요?(웃음)
양수안나 위밋업스포츠 대표(송파구여성축구단 코치) = 대학 축구팀 선수로 뛸 때 선생님이 ‘운동 중에 머리를 고쳐서 묶으면 상고 머리로 다 잘라버린다’고 하니까 언니들은 눈이 찢어지게 위로 꽉 묶고 그랬어요.(웃음) 주짓수랑 축구는 시작하는 계기가 달라서 분위기도 다른 것 같아요. 우리(축구)는 어렸을 때부터 선수로 키워졌지만, 주짓수는 아이들이 태권도장에 다니는 것처럼 편하게 입문하니까 (분위기가) 다른가 봐요.
김연주 = 그런 방식이 좋은 거 같아요. 사실 다른 종목들도 그렇게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선수 생활을 하더라도 다른 종목이 하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해도 되잖아요. (선수로서 운동하는 경우도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적어요.
운동선수들은 생리하는 날도 운동을 쉴 수는 없잖아요.
신혜미 =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어린 나이인데도 약국 가서 ‘생리 안 하는 약 주세요’라고 했어요. 날은 다가오고 운동은 해야 하니까요. 생리를 하면 생리통이 있는 3~4일은 진통제도 먹었죠. 나중에는 (하루에) 6알까지 먹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해요. 그래서 대학 때부턴 약에 질려서 안 먹고 끙끙대면서도 참았어요.
양수안나 = 무슨 약인지도 모르고 생리 안 한다고 해서 먹었는데 이제 보니 피임약이었죠. 실업팀 때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하루 쉬는데도 눈치가 보였어요. 그리고 운동하면 땀이 많이 나잖아요. 생리대가 진짜 불편한데 탐폰이 적응 안돼서 못 썼거든요. 찝찝하게 그냥 한 거죠.
김연주 = 탐폰을 쓰지 못하는 친구들은 (생리대를) 두 개씩 하기도 해요. 저는 어릴 때는 괜찮았는데 점점 생리통이 심해졌거든요. 어느 날은 (생리통으로 배가 너무 아파서) 근력운동을 하다가 자세를 취한 채로 몸이 굳어 안 움직여지는 거예요. 그대로 고꾸라졌어요. 대부분 진통제 먹고 그냥 뜁니다. 그 날은 정신이 없죠. 그냥 ‘버틴다’는 느낌으로 하는 거예요.
이은미 = 잠잘 때 하는 큰 생리대를 써요. 주짓수는 서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앉았다가 일어서고, 구르기도 하니까 불안한 느낌이 있어요. 도복 안에 레깅스와 반바지도 겹쳐 입어요. 불편하죠.
김재희 =(생리통이) 개인 차가 있잖아요. 저는 예전엔 생리통이 없어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운동 안 하고 살이 찌니까 너무 아픈 거예요. ‘빠질 거 같다’는 아픔이 와요. 그때 울면서 ‘모든 여성은 페이를 두 배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예전에 아팠던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한 걸 반성했어요.
김연주 =(아프면) ‘쉬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라며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눈에 안 보여요. 그냥 죽을 거 같지. (페이) 두 배 줘도 안 해요. 쉴 수 있으면 쉴 거야! 죽을 거 같은데 무슨 운동이야(웃음)!
운동하다 너무 힘들거나, 큰 시합이 열리기 전에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고 하던데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연주 = 저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굉장히 좋아해요.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근육에 전달되는 것(신호)은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낀다고요. 구체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슈팅 직전, 골이 들어가는 이미지를 그려보면 더 잘 들러가요. 자신있게 들어가죠. 동작이 유연해 지는거 같아요. 이미 성공한 이미지를 그리면서 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농구는 경기 전에는 시작을 알리는 점프볼부터 모든 장면을 그릴 수가 있어요. 수비와 공격, 인터셉트 등 상상하면서 게임하 듯 머리속에 그려요. 실전처럼 잘 그려지면 실제로 경기가 잘 풀리는 경우도 있어요.
근력 운동도 이미지 트레이닝이 가능할까요
김연주 = 운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하는 것은 소용이 없고요.(웃음) 운동 직전에 어느 부위에 힘이 들어가는지 생각하면 힘이 더 잘 들어가요. 생각을 안 하면 다른 쪽을 쓸 수 있으니까요. ‘여기를 키워야지’하면 그 부위의 근육이 더 잘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언니네 체육관]3화는 주짓수를 하는 언니들의 이야기 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