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애자 브라보!” 아델 에넬은 왜 세자르 시상식을 떠났나

이유진 기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5회 세자르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아델 에넬. 그는 아동 성범죄자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자 시상식장을 퇴장했다. 파리 매치 유튜브 캡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5회 세자르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아델 에넬. 그는 아동 성범죄자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자 시상식장을 퇴장했다. 파리 매치 유튜브 캡쳐

“뒤에 앉은 남성이 ‘폴란스키 만세(Vive Polanski)’라고 외치지만 않았어도 자리를 박차고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매거진 파리 매치와의 인터뷰에서 배우 아델 에넬(31)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45회 세자르 시상식에서 아델 에넬은 아동 성범죄 혐의로 40년 간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로만 폴란스키(87)가 감독상을 수상하자 “수치스럽다”며 시상식장을 퇴장했다.

그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상태였다. 아델 에넬이 시상식장을 떠나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 셀린 시아마와 또 다른 주연 배우 노에미 메랑도 함께 퇴장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주연배우인 노에미 메랑(왼쪽)과 아델 에넬이 제45회 세자르 영화제에 참석한 모습. 파리|AP연합뉴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주연배우인 노에미 메랑(왼쪽)과 아델 에넬이 제45회 세자르 영화제에 참석한 모습. 파리|AP연합뉴스

파리 매치가 공개한 영상에는 시상식장 밖으로 나온 아델 에넬이 “부끄럽다”, “아동성애자 브라보”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아델 에넬은 파리 매치와의 인터뷰에서 “로만 폴란스키의 수상에 화가났지만, 뒤에 앉은 남성이 ‘폴란스키 만세’라고 외치지만 않았어도 자리를 박차고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내가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말했고, 셀린 감독이 ‘여기서 나가자’라고 말해 우리는 자리를 떴다”라고 말했다.

아델 에넬은 프랑스 미투 운동(MeToo·나도 고발한다)을 재점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데뷔작 감독인 크리스토프 뤼지아로부터 12살이던 당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정식 고소했다.

2007년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 AP연합뉴스

2007년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 AP연합뉴스

로만 폴란스키는 <피아니스트>, <올리버 트위스트>, <대학살의 신> 등의 영화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감독상, 세자르영화제 작품상,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등 유수의 상을 탔다.

동시에 아동 성범죄자로서의 악명도 높다.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당시 13살이던 미성년자 모델에게 술을 먹이고 성관계를 맺어 성추행과 강간 등 6개 혐의로 기소됐고, 이듬해 LA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로만 폴란스키는 곧바로 항소한 후 가석방 상태에서 프랑스로 이동해 도피 생활을 했다.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피아니스트>로 감독상을 탔지만, 도망자 신세였기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로만 폴란스키는 이번 세자르 시상식에도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겁난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제45회 세자르 영화제가 열린 프랑스 파리 시내 살 플레옐 극장 앞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수상에 항의하는 여성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지난 28일(현지시간) 제45회 세자르 영화제가 열린 프랑스 파리 시내 살 플레옐 극장 앞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수상에 항의하는 여성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세자르상은 이날 로만 폴란스키에게 감독상을 비롯해 각색상, 의상상 등 3관왕의 영예를 안겼다. 시상식장 밖에선 로만 폴란스키의 노미네이트와 수상에 항의하는 여성 단체들의 시위가 잇따랐으나, 세자르 위원회는 “도덕을 따져야 할 의무는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시상식은 끝났으나 아델 에넬의 행동에 지지를 표하는 목소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세자르 영화제의 부당함을 몸소 알린 아델 에넬을 지지하는 의미인 ‘메르시 아델 에넬(merciadelehaenel)’이란 해시태그가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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