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다시 만나는 해법…‘살롱 콘서트’에서 찾다

문학수 선임기자

클래식계, 코로나로 문닫은 국공립 공연장 대신 ‘작은 무대’로

지난 6일 오드포트에서 열린 ‘방구석 탈출 클래식’에서 첼리스트 이호찬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 피아니스트 이재경이 연주하고 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지난 6일 오드포트에서 열린 ‘방구석 탈출 클래식’에서 첼리스트 이호찬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 피아니스트 이재경이 연주하고 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연주자들이 ‘작은 무대’로 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공립 공연장들이 휴관한 상황에서 작은 규모의 하우스 콘서트, 혹은 살롱 콘서트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7월 내내 ‘줄라이 페스티벌’을 마련하는 ‘더하우스콘서트’의 박창수 예술감독은 “동영상 중계는 임시방편일 뿐 실제 연주를 대체하긴 어렵다”고 했다. 방역 대책을 세우고 띄워 앉기를 준수하면서 이번 페스티벌을 진행하려는 이유다. 지난 6일부터 오는 7월25일까지 ‘방구석 탈출 클래식’을 주최하는 윤보미 프로듀서는 “코로나19에 어떤 방식으로 음악계가 대처해야 할지 수많은 고민 끝에, 30명 규모의 살롱 콘서트야말로 최선의 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더하우스콘서트’는 국내에서 살롱 콘서트의 상징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물론 유럽풍의 우아한 살롱은 아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그냥 마룻바닥에 서거나 앉아서 연주하고 듣는다. 귀로 들리는 음악뿐 아니라 마룻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을 몸으로 느끼는 콘서트다. 2002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감독 자택에서 시작해 올해로 19년째를 맞았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국악, 재즈, 대중음악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장르 불문의 실험예술, 인형극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왔다. 현재까지 37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는 올해는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베토벤의 음악을 중심으로 한 달 내내 연주한다. 예전 같으면 150명이 입장할 수 있었지만 이번 페스티벌 중에는 회당 50명을 넘지 않도록 인원을 제한한다. 박 감독은 “우리도 지난 3월에 동영상 중계로 음악회를 진행해봤는데, 그래서 얻은 결론은 ‘이건 아니다’였다”고 말했다. “공연예술의 본질은 행하는 자와 받아들이는 이들 사이의 실제적 호흡입니다. ‘몸의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예술은 허상에 가깝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얼어붙은 상황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페스티벌은 경제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그래도 그 ‘숨통 틔우기’를 해보자는 뜻입니다.”

“동영상 중계는 임시 방편…‘몸의 커뮤니케이션’ 필요”
30~50명 규모 콘서트가 ‘최선의 방안’ 결론
대학로 ‘예술가의 집’선 베토벤 음악 연주하는 ‘줄라이 페스티벌’
6일부터 시작된 ‘방구석 탈출 클래식’은 7월까지 이어져

관객 다시 만나는 해법…‘살롱 콘서트’에서 찾다

페스티벌에는 196명의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참여 숫자도 놀랍지만 연주자들 면면이 화려하다. 피아니스트로는 원로 이경숙을 비롯해 최희연, 이진상, 아비람 라이케르트, 윤철희, 박종해, 문지영, 임주희 등의 이름이 보인다. 현악은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첼리스트 김민지·이정란·심준호가 등장하고 철현금 연주자 유경화도 참여한다.

연주 프로그램은 전곡 중심이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9곡)을 한 대의 피아노를 두 명이 연주하는 연탄곡(Four Hands)으로 선보이며,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0곡), 첼로 소나타 전곡(5곡)을 연주한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인 7월31일 펼쳐지는 피아노 소나타 전곡(32) 연주다. 32명의 피아니스트가 릴레이로 연주한다. 총 연주시간 13시간을 예정하고 있다. 중간에 두 차례 30분씩 휴식이 마련된다.

‘방구석 탈출 클래식’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한 문화공간 ‘오드 포트’에서 열린다. 윤보미 프로듀서는 “관객 명단 작성과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띄워 앉기를 준수하고 지그재그로 좌석을 배치하는 등 방역 수칙을 엄수할 것”이라며 “입장객 30명의 작은 규모여서 충분히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프로듀서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동영상 방식의 연주회를 진행해 누적 관람객 5만4000명을 달성했지만 “그로 인한 수입은 제로”였고 “연주자들은 모두 노개런티였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연주를 동영상으로 중계하는 방식은 “임시적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어떤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공연예술을 지켜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연주자의 무대를 마련해 최소한의 개런티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이번 살롱 음악회를 진행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첼리스트 이호찬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 피아니스트 이재경의 연주로 막을 올렸다. 27일 피아니스트 김기경, 7월4일 바이올리니스트 양정윤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코프스키, 18일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 25일 피아니스트 정한빈의 연주로 이어진다. 살롱 콘서트의 장점을 살려, 공연 중에 관객과 연주자가 대화도 나눌 예정이다. 물론 이 대화는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이뤄진다. 관객은 연주를 들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연주자와 소통할 수 있다. 회당 입장료는 ‘줄라이 페스티벌’이 3만원(고등학생 이하 1만5000원), ‘방구석 탈출 클래식’이 3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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