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의” 트럼프 “법과 질서”…‘커노샤 총격’ 미 대선 쟁점화

김향미 기자

위스콘신 흑인 피격 사건에

피해자 가족 만난 바이든

트럼프는 “연방요원 파견”

지난 대선 1% 미만 ‘경합주’

수사 등 향후 표심에 영향

바이든 “정의” 트럼프 “법과 질서”…‘커노샤 총격’ 미 대선 쟁점화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의 과잉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사건이 대선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사진)은 블레이크 가족들을 만나 “정의 실현”을 약속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커노샤에 연방요원들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이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의 표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 터에 대선 후보들이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피해자 가족과 만난 사실을 전한 뒤 “나는 그들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특히 블레이크가 어린 세 아들 앞에서 총을 맞았다면서 “그 아이들과 함께한다. 그들이 본 것은 끔찍하다”고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앞서 사건 발생 다음날 “총격이 미국의 영혼을 관통했다”며 이번 사건을 인종주의 문제로 다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위스콘신의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주방위군과 연방 법 집행요원들을 보낼 것”이라며 “나는 미국 거리에서 무법, 폭력, 방화, 약탈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가 연방 지원에 동의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블레이크 총격 사건 사흘 만에 처음으로 관련 언급을 한 것이다. 사건 자체보다는 ‘커노샤 시위’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데 발언 초점이 맞춰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희생된 시위 참가자 추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한 도로에서 꽃과 술병을 놓아두고, 전날 총격으로 사망한 시위 참가자들을 추도하고 있다. 전날 이 도로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던 중 2명이 피격됐다. 커노샤 | AP연합뉴스

희생된 시위 참가자 추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한 도로에서 꽃과 술병을 놓아두고, 전날 총격으로 사망한 시위 참가자들을 추도하고 있다. 전날 이 도로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던 중 2명이 피격됐다. 커노샤 | AP연합뉴스

지난 5월 말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이후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을 없애라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었다. 흑인 지지율이 높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줄곧 인종차별 항의 목소리에 호응해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각지 시위 현장에서 ‘법과 질서 회복’을 강조하며 백인 지지층 결집을 노려왔다. 이번 사건에 대한 두 사람 입장차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의 폭력과 재산피해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이 전략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투표 동기를 부여하고, 온건파·무당파가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위스콘신주는 2016년 대선 당시 1% 미만 표차(2만2748표)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경합주’다. 블레이크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커노샤 시위의 향후 양상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커노샤 시위가 격화하자 유권자들 사이에서 ‘민주당 시장과 주지사가 사태 수습을 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많은 시민들이 블레이크 피격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날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는 일리노이주 출신 17세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로 밝혀졌다. 그는 스스로 ‘자경단’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자경단 활동을 독려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경찰 책임론도 불거진 상태다. 블레이크에 총격을 가한 경찰관은 백인인 러스텐 셰스키라고 위스콘신주 법무부가 이날 밝혔다. 또 당시 경찰이 ‘남자친구가 불법적으로 여기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며 블레이크 차량에서 칼이 발견됐다고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덧붙였다. 하지만 블레이크가 총격을 당하는 시점에 칼을 손에 들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커노샤를 넘어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포틀랜드 등 미 전역의 주요 도시들로 확대되고 있다. 스포츠계에서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프로농구(NBA) 위스콘신 연고 팀인 밀워키 벅스가 블레이크 피격 사건에 항의해 경기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27일 NBA 플레이오프 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미 프로야구(MLB) 밀워키 브루어스는 이날 예정됐던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를 취소했으며, 각 팀별로 일부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경기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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