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여러분,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해주세요”… 정치적 침묵 깨는 K팝 아이돌

심윤지 기자
지난 9일 블랙핑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블링크들 주목! 기후변화에 대해 함께 배워 볼 시간! #COP26’ 일부. 블랙핑크 유튜브 계정 캡처

지난 9일 블랙핑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블링크들 주목! 기후변화에 대해 함께 배워 볼 시간! #COP26’ 일부. 블랙핑크 유튜브 계정 캡처

“기후변화는 범 지구적 과제입니다. 우리 모두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저희의 여정에 동참해주세요.”

파리기후변화협정 5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9일,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일부다. 블랙핑크는 영상에서 팬덤인 ‘블링크’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멤버 로제·리사·제니는 영어로 지수는 한국어로 촬영한 이 영상은 14일 현재 171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K팝 아이돌이 기후변화에 대해 공식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영상은 내년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만들어졌다. 주한영국대사관이 블랙핑크 측에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해외 K팝 팬덤의 주류이면서 기후변화 의제를 주도하고 있는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시도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5430만명으로, 전세계 아티스트를 통틀어 2번째로 많다.

그동안 K팝 팬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방탄소년단 지민의 인도네시아 팬덤은 지난 10월 지민의 26번째 생일을 기념해 맹그로브 숲에 8735그루를 기부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인종차별, 페미니즘 등에 대한 발언은 물론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에도 적극적인 해외 팝스타들과 달리 K팝 가수들은 유독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왔다. 블랙핑크의 기후변화 발언이 이례적인 이유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Z세대를 규정하는 특성 중 하나가 기후변화와 인종차별, LGBTQ같은 소수자 이슈에 민감하다는 것”이라며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자신이 관심갖는 이슈에 발언해주길 바라는 팬들의 경향, 팬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려는 K팝 기획사들의 경향이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6월 공식 SNS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는 글(오른쪽)을 게재하며 흑인 인권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BLM·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측에 100만 달러(약 12억원)을 기부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트위터 캡처

방탄소년단은 지난 6월 공식 SNS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는 글(오른쪽)을 게재하며 흑인 인권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BLM·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측에 100만 달러(약 12억원)을 기부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트위터 캡처

K팝 아이돌이 정치적 침묵을 깨는 사례는 드물지만 조금씩 나오고 있다. K팝 팬덤이 글로벌 레벨로 성장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다. 방탄소년단은 6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며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흑인 인권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BLM·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측에 100만달러(약 12억원)를 기부했다. BLM에 공개 지지 발언을 해달라는 팬덤 내부 논의가 분출하면서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의 K팝은 대규모 자본이 투여된 ‘메인스트림’이다. 기획사들도 가수들이 정치·사회적 이슈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꺼렸다”면서 “하지만 해외에서의 케이팝은 비영어, 비백인 음악이라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마이너리티’다. 아티스트들의 정치적 표현에 대한 팬덤 내부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일회성 홍보영상 제작을 넘어 K팝 가수의 주체적인 영향력 행사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영국의 팝가수 빌리 아일리쉬는 지난해 자신의 월드 투어를 ‘에코 프렌들리 투어’라고 명명한 뒤, 공연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개인 텀블러 사용을 장려했다.

김도헌 대중문화웹진 ‘이즘’ 편집장은 “K팝 가수들은 정치·사회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워낙 경계해왔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실제 성격과는 상관없이 ‘선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블랙핑크의 발언은 아티스트 본인의 의사표명이라기보다 기후변화 의제를 주도하는 계층과 팬덤의 연령대가 겹친다는 점을 포착한 기획사의 판단에 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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