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이대녀 현상…맞는 분석일까?

정용인 기자

20대 남자의 오세훈 지지율과 20대 여자의 기타 군소후보 지지율 의미는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예술가의집 울타리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를 붙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예술가의집 울타리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를 붙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이대녀 15%의 군소후보 지지는 이례적이지만 확대해석하면 곤란하다. 전체 유권자 1% 수준이다. 이대녀 15%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겠다면 모르거니와 보다 넓은 지지를 확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29일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의 경향신문 기고의 한 대목이다. 그는 기고에서 “이대남의 압도적인 야당 지지를 반페미니즘으로 간주하는 것도 성급한 해석”이라고 덧붙인다.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한데, 성별 대결로 속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보궐선거 3위’를 강조하는 허경영 후보도 그렇지만, 다른 군소후보들의 아전인수적 해석도 문제라고 그는 말한다.

“이대녀 15% 지지에 한껏 고무돼 있지만, 나머지 군소후보들의 득표율은 1% 미만이다. 지지를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출마목적이 광고가 아니라면 당선이라는 그 가치를 실현할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72.5%와 15%. 지난 재보궐선거 후 언론이 많이 인용하는 수치다.

20대 남자들, 이른바 이대남의 오세훈 후보 지지율과 20대 여자들의 기타 군소후보 지지율이다. 저 수치의 근거는 방송 3사 출구조사다. 이른바 ‘이대남·이대녀 현상’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맞는 것일까.

■ 72.5%, 15% 지지가 일으키는 ‘착시효과’

연령별·세대별 지지율의 규모를 정확하게 규명하려면 세대별 투표율과 함께 계산돼야 한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리서치디자이너가 선거 직후 발표한 선거분석 리포트에서 ‘20대 남자는 오세훈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세대일까?’라고 물은 뒤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라고 결론을 유예한 까닭이다.

민주당에 실망한 모든 20대 남성 유권자가 오세훈을 찍은 것은 아니다. 아예 투표에 불참했을 가능성도 있다.

20대 남성의 투표율이 현저하게 낮았다면 ‘오세훈 투표를 통해 적극적으로 심판’을 택한 유권자보다 더 큰 20대 남성 표심의 ‘본류’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72.5%의 지지가 착시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영원히 규명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시일이 걸릴 뿐이다. 연령별 투표율을 포함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실제 선거 이후 몇개월 후에야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통상적으로 2~3개월 걸린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표집조사도 하지만 수기로 돼 있는 선거인명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 산출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보통 재보궐선거의 경우 따로 조사를 안 하지만 이번의 경우 서울·부산 등 선거가 커서 현재 조사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연령별 투표율을 포함한 조사결과를 6월 말에서 7월 초에 발표할 계획이다.

그전까지 추계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선거인 수는 보통·평등 선거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한국의 선거제도상 인구구성과 거의 일치한다. 이 경우 서울시의 18세 이상 성인인구 데이터를 10년 단위 세대로 나누면 사실상 세대구성이 가능하다.

2021년 4월 현재 18세에서 29세의 서울시 인구이자 유권자 수는 162만234명으로 남자는 78만7011명이고 여자는 83만3223명이다.

여기에 각 당이 받은 득표수는 공개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연령별 세대구조는 다른 10년 단위의 세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60세 이상 연령대에 들어서야 인구의 자연감소분이 두드려져 세대 인구수가 줄어든다.

30대(145만8508명), 40대(150만8768명), 50대(151만1117명), 60대(125만9839명), 70대이상(102만3516명).

이번 재보궐선거의 투표참여율(58.2%)이 세대별로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방송 3사 출구조사값으로 구해보면 20대 남성 33만2079명(72.5%)이 오세훈을 찍었고, 20대 여성 7만2740명(15%)이 기타후보를 택한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그런데 페미니즘 계열의 세 후보가 받은 투표수는 다 합쳐 7만5088표다.

세대별 투표참여율이 동일하다는 가정에 기반한다면 이들 세 후보가 받은 표 중 96.93%는 20대 여성이 찍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실제 여기에 20대 남성의 기타후보(5%)나 30대 여성표를 포함하면 세 후보가 받은 실제 득표수를 초과하게 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경우의 수는 두가지다. 가장 높은 것은 실제 20대 투표율은 평균적인 세대별 투표참여율보다 현저히 낮았을 가능성이다. 최근 4회의 20대 투표참여율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 52%였는데, 이 수치를 적용해도 20대 여성의 15%는 6만4991표가 된다. 이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검토해봐야 할 가능성은 방송 3사의 15%가 과대 표집됐거나 일부가 허위로 답했을 가능성이다.

게다가 이 기타후보 항목엔 페미니즘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허경영도 포함된다.

■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젠더갈등이 원인이 아니라는 (진보)언론의 분석은 틀렸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하 소장 등은 이번 재보궐선거 이후 선거결과에 대한 20대 생각을 온라인으로 수집했다. 154개 e메일 답과 구글시트를 활용한 서술형 설문조사에 참여한 1125명의 의견을 바탕으로 분석보고서를 만들었다.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요청에 이대남이 70%, 이대녀가 15% 답했다.

“‘이대남’들의 의견에서 공통적인 것은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에서도.”

하 소장의 말이다. 그는 “이대로 가면 계속 간다. 정치권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정서가 읽힌다”고 덧붙였다.

국회보좌관을 역임한 그는 이 보고서를 들고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를 만났다. 그가 보기엔 “20대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하면서도 정치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갈피도 못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20대 당사자 대의도 하지 않았던 집단이 지지하라고 하는데 당사자 입장에서 지지할 수 없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지지하지 않으면 일베이고, 반동이고 적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반발이 나온다. 180석 여당의 책임을 이야기하는데, 그중 누구라도 대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야당의 하태경·이준석은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는데 여권에선 들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나.”

젠더 이슈에도 왜곡이 존재한다고 그는 덧붙인다.

“이른바 ‘남초(남성 참여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 워마드를 비난하는 레토릭으로 일베를 거론한다. 일베와 워마드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면 기성 언론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는 남성을 일베라고 한다. ‘일베를 비판했는데 내가 일베로 규정당하네’가 20대 남성들이 반발하는 황당함이다.”

선거결과와 이어지는 최근의 GS25 포스터 논란 등은 팃포탯, 그러니까 맥락상 ‘미러링에 대한 미러링으로 응수’하는 것인데 (진보)언론은 백래시로만 규정한다는 것이다. “백래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이준석식의 반응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준석은 갈등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전형적인 백래시이고 심각한 퇴행이다. 20대 남성에게는 그와 다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20대가 원하는 것은 주거와 복지이지 젠더갈등이 핵심이 아니다.”

5월 17일 열린 민주당 20대 청년 초청간담회에 참석한 박한울 청년김대중 사무처장(29)의 말이다. 이날 행사는 앞부분만 공개되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실제로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날 행사에서도 주로 지적된 것은 청년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 안 되는 것과 진보의 위선 이야기가 주로 됐다. 굳이 따지면 젠더보다는 위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주변 친구들의 반응을 봐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아직도 민주당 좋아해?’라고 묻는 친구들이 많다. 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할 때는 주류였는데, 지금은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이 비주류가 됐다.”

그는 “2030을 대변할 새로운 민주당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의 경우 거의 5년을 축적했다가 이번 판에 다 써먹는 것 같다. 그 결과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1등까지 나오지 않느냐. 2030을 대변해야 하지만 그 길은 아니다. 예컨대 취업에서 여성비율은 높지만, 결혼 후 30대 중반에 겪는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선언이 아니다. 페미니즘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에서 주목해 봐야 하는 건 20대가 속된말로 ‘20대 청년팔이’에 적극적으로 투표로 반격해 나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대 청년팔이에 지쳤다, 더 이상 팔지 말라, ‘선거 때만 되면 우리가 일회용 도구로 쓰이고 버려져야 하나’는 항변을 넘어서는 저항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 특히 민주당이다. 그대로 늙어가고 노회해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을 우대하겠다, 청년최고위원을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바지사장이고 권한을 안 준다. 애초부터 그렇게 굴러가는 시스템이었다. 정당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결국 20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에 참여한 청년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에 참여한 청년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허구적 세대담론이 허구적 20대론 만든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과 언론의 ‘이대남·이대녀’ 논의가 왜곡되고 단순화·스테레오타입화된 기존의 세대담론에 기반한다면 잘못된 결론과 처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흔한 담론이 (기성세대가) 운 좋은 시기에 태어나 좋은 자리를 차지해 꿀 빨아먹고 자원독점·기득권을 놓지 않아 청년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식의 인식이다. 거기에서 도출되는 허구적 담론이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이 기성세대, 586 민주화 세대,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분노와 조롱으로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년들의 분노 대상은 자기 상관·일자리에서 사장·관리자·갑질하는 손님들인데, 그 연령대는 다양하다는 것이다. 즉 청년들의 ‘계급적 분노’를 허구적 담론으로 윗세대에 대한 분노로 오도하는 담론이 실제의 사실을 설명하는 것처럼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왜 한국사회에서 세대론이 범람하게 됐는가’ 자체가 연구대상이라고 덧붙인다.

“‘전라도 사람은 이렇다’ 또는 ‘고졸은 이렇다’라고 공적 공간에서 함부로 발언을 못 한다. 사회적 저항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대는 이렇다, 50대는 이렇다…’라고 즉각적으로 드는 편견과 선입견에 따라서 자유롭게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각 세대가 단순 규정할 수 없는 내적인 복합성·이질성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는 한국사회를 횡행하는 세대담론들을 비판하는 책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이른바 젠더갈등과 관련해 그는 “FGI를 하면 세대갈등은 있다고 나올 것”이라며 “어느 정도 부분적인 진실이 있다는 전제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세대와 젠더의식을 다룬 여러 조사를 보면 공통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2030세대가 젠더 측면에서 남녀 모두 윗세대보다 진보적 입장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20대 남자만 한정해놓고 보더라도 이들이 특별히 남성 우월주의자이거나 가부장주의자로 나오지는 않으며 여성에 대한 적대감이 크지도 않다.

“젠더 평등 문제에서 ‘불만이 있냐’고 묻는다면 ‘있다’고 당연히 답할 것이다. 그런데 질문을 바꿔 ‘일상적으로 분노하는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젠더 문제의 억울함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아마도 소수일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일자리와 빈곤의 위험, 노동현장에서 차별과 비인격적인 대우, 거기서 오는 자기에 대한 혐오, 미래 없음에 대한 절망이나 총체적 사회경제적 비참함과 같은 어려움에 대한 것 등일 것이다. 이런 문제에 세대·젠더가 착종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으려면 지금 청년층의 문제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틀 안에서 세대와 젠더 문제를 같이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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