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청년 환경운동가들, 왕실모독죄로 기소

김윤나영 기자
캄보디아 환경운동가인 순 라타(26)가 유튜브 동영상에서 캄보디아의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 화면 갈무리

캄보디아 환경운동가인 순 라타(26)가 유튜브 동영상에서 캄보디아의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 화면 갈무리

캄보디아 검찰이 20~30대 환경운동가 3명을 ‘왕실 모독죄’로 기소했다. 왕궁 앞 호수의 수질 오염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왕실 모독죄가 인정되면 징역 5~10년에 처할 수 있다.

캄보디아 매체 크메르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환경단체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캄보디아인 순 라타(26), 리 찬다라부트(22), 임 링혜(32)가 국왕을 모욕하고 음모를 꾸민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던 펜 지역에 있는 왕궁 앞 톤레삽 호수로 흘러든 폐수를 촬영하다가 체포돼 프놈펜의 프레이사르 교도소에 수감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불법 조직을 결성하고 외국 세력과 결탁해 테러 자금을 조달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이들이 환경 보호를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정부를 전복하도록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캄퐁스페우 지역에 본사를 둔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는 스페인 환경운동가인 알렉산드로 곤잘레스 데이비슨이 설립했다. 데이비슨은 댐 건설과 무분별한 모래 채취에 반대하다가 캄보디아에서 추방됐다. 캄보디아 정부는 2017년 9월 이 단체 설립을 취소했다.

검찰은 체포된 활동가들이 동영상에서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의 이름을 불렀다는 이유로 지난 20일 이들에게 ‘왕실 모독’ 혐의를 추가했다. 도이체빌레는 민주화 시위가 자주 일어난 태국과 달리, 캄보디아에서 왕실 모독죄가 적용된 것은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캄보디아에서 왕실 모독죄는 2018년에 제정됐다.

검찰은 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의 창립자 데이비슨도 국왕 모욕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이 공개한 지난 5월 14일 줌 화상회의 영상에서 그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해 보였다. 영화 <헝거게임>에서 유래한 ‘세 손가락 경례’는 태국, 미얀마,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 독재에 맞서는 저항의 의미로 쓰인다.

시민단체와 국제사회는 캄보디아 당국을 비판했다. ‘인권증진 및 수호를 위한 캄보디아 연맹’(Licadho)은 “환경운동가 체포는 표현의 자유와 참여의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정부에 대한 더 많은 비판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도 체포된 활동가들이 중계한 폐수 동영상 갈무리 화면과 함께 “이것이 반역으로 여겨져 사회 불안을 유발하는 행위인가”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패트릭 머피 캄보디아 주재 미국 대사도 트위터에 “오염을 기록하는 것은 테러리즘이 아니라 공공 서비스”라면서 “캄보디아 당국이 시민을 침묵시킬 것이 아니라 응답할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이번 체포로 캄보디아 당국의 환경 파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데이비슨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프레이랑 숲을 벌목하거나, 크라반 산맥의 장미나무를 불법 벌채하거나, 메콩강이나 코콩을 따라 모래를 준설하거나, 프레아비헤아르나 몬둘키리주에서 금을 채굴하는 일이 이제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며 “지역 주민은 박해받고, 불법 사업에 연루된 기업과 개인은 이번 체포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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